한국은 일본과 중국은 물론 대만과 태국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반면 같은 날 끝난 미국 LPGA 투어 P&G 뷰티 챔피언십에는 한국선수 7명이 톱10에 올랐다. 현재 LPGA (미국여자프로골프) 소속 선수 180명 중 48명이 한국 선수다. 그린에서는 영어보다 우리나라말이 더 자주 들린다. PGA (미국프로골프) 역시 최경주를 비롯 나상욱 양용은 위창수 박 진 앤서니 김 등 6명이 활약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에서 한국 선수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은 박세리 최경주 등 개척자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이선화 박인비 등 현재 LPGA 무대를 휩쓸고 있는 20대 초반의 한국 영파워들은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골프채를 잡은 이른바 '박세리 키드'다. 박찬호가 전인미답의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두드려 성공하자 이후 한국 선수들이 우후죽순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테니스에서도 이형택이 지난 2000년 4대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런데도 '이형택 키드'가 없다. 기대를 모았던 전웅선(세계랭킹 297위)과 2005년 호주오픈 주니어부 준우승의 김선용은 그랜드슬램 아래 단계인 투어대회도 어렵고 기껏해야 챌린지급 대회나 퓨쳐스급 대회에서 포인트를 모아 현상유지하기에 바쁘다.
이 같은 격차는 국내 기업들의 '골프 쏠림' 현상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업들이 후원하는 골프대회는 많지만 테니스 대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테니스대회 스폰서 확보를 위해 기업체를 찾는 관계자들이 기업측으로부터 가장 흔하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차라리 골프대회 후원이라면 사장님에게 이야기 꺼내기도 쉬운데…"라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들이 거의 골프를 치기 때문에 골프대회 후원을 하면 최고경영자 개인의 위신을 높이는 효과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 기업인 KIA도 수년째 호주오픈테니스를 공식후원 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지만 그 비용을 일부를 테니스 유망주 육성에 투자하지는 않는 것이 한국 테니스의 현실이다.
최근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생활체육동호인 수에서 테니스는 축구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좋은 선수의 경기를 보러갈 잠재적 관중이 널려있고 시장성도 풍부하다는 이야기다. 대한테니스협회를 비롯한 경기단체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