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세이..
 |
이번주들어 며칠간을 오후에 용두산테니스코트엘 들렀다.
4시쯤되어 혈당을 체크해보고 300 가까이 되면 운동을 해야하기에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테니스코트에가서 구경도하고
기회가 되면 치기도할 요량으로....
어제도
4시반경 갑작스런 생일파티로 케익을 조금 먹은 탓에 높아진 혈당을 떨어뜨릴 생각으로 코트를 찾았다.
레슨을 받는 초보자들로 북적대는 코트를 보니 즐거웠다.
그곳의 코치가 영업능력이 대단하단걸 새삼 느끼게되었다.
레슨생들이 한코트를 쓰고있었고
또다른 코트에서는 두사람이 랠리를 하고 있었다.
초보티를 이제 막 벗어난 듯한 그다지 노련해 보이지는 않는 실력의 두사람..
그 곁에서 어정대며 공을 주워담고있는 또 한명의 남자...
두사람이 랠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 남자는 꽤나 치고싶어하는 눈빛을 발산했다.
슬며시 다가가 같이 좀 치겠냐고 물었더니 반색을 하며 그러자고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놀러 간것이기에 라켓도 레슨생들이 쓰다가 놓고간 허접한 것을 겨우 구해 들었고
옷은 양복바지에 셔츠차림으로 그냥 코트에 들어섰다.
완전 무식한 복장,
예의 운동이라는 테니스를 욕보이는 차림이지만 어쩌겠나, 마냥 하고 싶은걸...
같이 랠리를 하는 동안 그 남자는 뭐라뭐라 계속 지껄여 댔는데 통 못알아 들었다.
샷 하나를 미스할때마다 영낙없이 중얼댔다.
그렇게 얼마간을 이리뛰고 저리뛰고 했고
잠시뒤에 옆에서 랠리하던 분들이 한게임하자고 의견을 물어온다.
복장도 그렇고 햇볕이 강해서 뭐 그리 탐탁치는 않지만 그러자고 찬성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비로소 나와 랠리를 하던 분이 일본사람이란걸 알았다.
아, 그렇게 중얼거리던 말이 일본말이었던 것이다,
옆에서 치던 분들은 한국은행 직원이었고 그분들중 한분이 일본말이 되는 듯했고
그분이 대충 통역을 해주었다.
오사카에 있는데 한국을 자주 오간다고...
요즘은 일주일에 5일은 이곳 부산에 있는 것 같다고...
보기엔 50대쯤으로 보이는데 나이가 63세라해서 다들 놀랐다.
얼굴도 그렇치만 워낙 뛰는 것도 잘 뛰어서 63세라고는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
일본사람이 나와 파트너가 되었고 한국은행 직원들끼리 파트너가되어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내 파트너는 시종일관 중얼거렸고
이길려고 꽤나 애를 쓰는 모습이어서 은근히 부담이되었다.
하지만 상대가 좀 약한탓에 5:0까지 스코아가 벌어졌고
미안한 마음에 한점 헌납하고 6:1로 마무리 지었다.
게임이 끝나자마자 상대가 약간은 기분이 상했는지 아니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는지
한게임 더하자고 한다.
두번째게임도 6:2로 완승.
내 파트너가 너무 좋아한다.
실은 난 열심히 뛰지도 않았고 정성을 다하지도않았는데 파트너의 그런 승부욕을 보니 괜히 미안해진다.
이런저런 안부인사 정도의 대화가 오고간뒤 내파트너는 숙소로 돌아갔고
난 또 발동하는 직업병을 주체하지 못한채 한국은행 직원을 붙잡고 레슨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레슨 4개월째하고있다고 소개한 그는
현재는 백핸드 슬라이스를 하고 있다고했다.
이제껏 한것이 포핸드스트록과 백핸드스트록(드라이브),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지 얼마안되는 슬라이스...
4개월에 포,백스트록이라...참 거시기했다.
그때쯤이면 발리, 스매싱에 서브까지 끝내고 거의 게임레슨을 할 시기일듯한데...
안타깝다.
그래도 그들 레슨생들에겐 이처럼 집이나 사무실 가까이에 테니스코트가있고
거기서 땀흘려가며 운동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하겠는가?
슬라이스의 기본 이론과 면의 모습, 샷의 이미지 등을 곁들여 잠시 원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연신 "아하, 이거구나"를 반복하며 즐거워하는 그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바로 옆집이니 자주 보자고 약속을하고는 다음을 기약하며 그들이 돌아갔다.
바로그때,
아까의 그 일본인이 다시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맥주를 커다란 봉지에 한가득 사와서 내밀었고
카메라를 꺼내서는 코치를 불러 한컷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물론 나하고 한컷...
뻔뻔함을 무릅쓰고 랠리중인 회원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해 뒤로 물리고는 코트 중앙에 서서
라켓을 잡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후 찰칵.
그 분은 마치 무슨 큰 대회 우승이라도 한것같이 기뻐했고 행동도 약간 들떠 있었다.
어찌나 좋아하며 즐거워하는지 천진난만한 어린애를 보는것같았다.
내가 일본어만 좀 된다면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텐데
이놈의 말이 딸려서...
"Can you speak English?"
한찬을 머뭇머뭇하더니 ..."Little"...
속으로 '그래 Me too다' 했다.
아, 일본어공부좀 해둘걸...
평소엔 필요를 못느꼈었는데
오늘은 영 후회가됐다.
일본어 공부를 안한것이 후회되기는 처음이었고
외국인이랑 함께 테니스치며 즐긴것도 처음이었다.
(집에와서 자랑하다가 신종인플루 걱정을 왜안하냐며 된통 혼나긴 했지만...)
색다른 경험으로 즐거운 오후였다.
|
|
조회 : 359 |
|
작성 : 2009년 08월 29일 17:12:00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