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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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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우리코트에 제일 먼저 발을 들여놓는 분은
젊디젊은 나나 동생들이 아니고
환갑을 넘어서신 무상형님과 그 언저리에 있는 향수형님이시다.
무상형님은 더구나 아침조에도 어울려 한두게임하시고
다시 오후에 들르시는 거라 하루에 두탕을 뛰는 꼴이니 정말로 대단한 체력이시다.
요즘 한창 공에 재미를 붙이시는 것 같다.
화명동의 모 클럽에 함께 어울리시며 시달리시더니
어느덧 공살이 장난 아니게 달라지셨다.
예전 같으면 아예 포기하고 말 것 같은 짧은 볼이나 사이드 앵글을 요즘은 쫓아가서 받아 넘기신다.
랠리도 끈질기게 하시고
상대방의 빈 곳을 찔러 넣는 샷의 예리함이 장난아니다.
스매싱도 무척 좋아졌고
요즘은 서비스리턴을 대시하며 슬라이스로 받아치신다.
전국대회 투어 선수들의 리턴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이다.
괜히 기분좋고 흐뭇해진다.
화명동 클럽에 다니며 수업료를 많이 낸 덕분이기도 할테고
아침저녁으로 코트를 오가며 발품을 판 덕택이기도 할꺼다.
어쨋든 그런 형님을 보면 기분이 좋다.
최근들어 부쩍 코트에 자주 오시는 향수형님도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이신 모양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면 코트에 도착하신단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하는 일이 연습하는거다.
그것도 혼자서...
세세하게 스킬을 가르쳐주는 사부가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같이 연습할 수 있는 상대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3시 넘어서면서 회원들이 일시에 우루루 몰려드니 정작 연습다운 연습을 못해서 못내 아쉬울 따름...
요즘 서비스가 굉장히 강해지셨고
스트록은 스트록대로 발리는 발리대로 예전의 형님이 아니다.
게임중의 랠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수비가 엄청 좋아지셔서
괜히 얕잡아 봤다간 큰코 다치기 일쑤다.
약간의 디테일한 스킬들을 가르쳐드리고 연습시켜 드리고 싶은데 기회가 될랑가 모르겠다.
열심히 연습하시는 형님을 보면 역시나 기분이 좋다.
우리클럽의 제일 큰형님이신 후진형님이 가끔 날 으슥한 곳으로 부르신다.
그리곤 라켓을 들고
이건 이렇게 치는게 맞느냐, 어떻게 하는거냐고 질문 공세를 퍼 붓는다.
오랜세월을 형님 나름의 폼으로 쳐 오셨기에
이론상 이러쿵 저러쿵 해봐야 실제론 소용이 없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배우고자 하시는 열의가 대단하시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샷의 기본 원리를 하나하나 설명도 하고, 시범도 보이며 열변을 토한다.
그리고 나서 형님이 연습하는거나 게임하는걸 지켜보노라면
역시나 예전 폼과 샷이 그대로 나온다.
하긴, 수십년간 몸에 밴 폼인데 오죽하겠는가?
형님은 유독 손목을 많이 쓰신다.
스트록도 그렇고 발리도 그렇고 심지어 서비스 까지도...
그래서 당신의 다리도 무지 때려댄다. 엄청 아플텐데...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폼을 전수해 드려야 하는데 잘 안돼서 안타깝다.
그래도, 볼때마다 질문을 퍼붓는 열정에대한 보답을 위해서라도
나 또한 잔소리를 끊임없이 퍼 부어야겠다.
귀찮아서 그만해라 할때까지...
오전에 용두산을 서너바퀴 돌고나서 요즘은 테니스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어느날 부터인가 내가 운동을 하는 시간에 테니스장에서 혼자 연습하는 어르신을 보게되면서부터는
으례 발길이 그곳으로 향한다. 저절로...
키는 자그마하고 연세는 들어 보이는데 혼자서 끊임없이 공을 치신다.
체력하난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슬며시 다가가 같이 쳐보겠냐고 말을 붙인뒤 이것저것 가르쳐줬다.
소싯적 한가닥(?)은 했음직한데 30~40년 운동을 안하다가 이제 다시 해보고싶어서 라켓을 잡았다고한다.
연세는 67세.
아침 8시에 코트에 와서 12시까지 쉬엄쉬엄 통볼을 친다.
볼머신이 있어서 혼자서 연습하기가 좋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포핸드 스트록 폼을 잡을려고 수백번을 스윙한다고한다.
코트에서도 모자라 집에서도...
12시쯤 마치고 나면 근처에서 점심을 드시고 목욕탕에 가서 씻고 한숨 주무시고
오후 네다섯시쯤 다시 코트를 찾는다.
6시까지 또다시 연습.
하루를 운동하면서 보내는 꼴이다.
본인 스스로도 말씀하신다. 학교온다 생각하고 다니고 있다고.
아침에 등교해서 운동하고 점심때 밥먹고 오후에 또 운동하고 저녁때 하교하고...
생활전선에서 은퇴하고 나니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기도하고 건강도 생각해야하고 해서 운동을 다시하게 되셨단다...
폼은 좋은데 파워가 안나길래 유니턴 하면서 어깨와 허리 쓰는 방법을 가르치니 몸이 굳어서 잘 못따라한다.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끈질기게 연습을 하신다.
지루하고 힘겨워 보여서 요즘은 이것저것 다양한 샷을 연습시킨다.
백핸드슬라이스, 발리, 스매싱...
발리도 로발리, 하이발리, 스윙발리(드라이브발리) 등등...
엊그제 부터는 게임 레슨을 시작했다.
오프로치하고 들어가면서 스윙발리, 발리, 스매싱, 하이발리...
무릎을 굽히고 스텝을 제대로 밟고 테이크백을 빠르게하고 기다렸다가 땅!!!
내 입에선 무슨 학생들 지옥훈련하는 듯한 구령이 나온다.
나름 재미도 있고 또 진지하다.
어르신은 어르신대로 가끔은 숨차 하면서도 끝까지 따라하신다.
그분 사전엔 포기란 없는가보다.
실은, 가끔 내가 겁이나서 쉬자고 한다.
나도 힘들지만 그분도 연세가 있기에 무리하면 안되므로...
성함은 모르지만(여쭤보질 않았다) 언제나 오전에 코트를 찾으면 반갑게 맞아주는 어르신이 계셔서
즐겁고 행복하다.
늦깎이 젊은 오빠들의 열정이
부럽고 자랑스럽다.
존경합니다 형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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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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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9월 24일 16:4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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