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코트는
그런대로 쾌적한 환경에 자리잡고 있다.
기운을 돋우는 우렁찬 화이팅 소리도,
아쉬움에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안타까움의 탄성에 대해서도
그 누구도 뭐라할 사람이 없다.
조용히 숨죽이며 쳐야하는 아파트코트와는 사뭇 다르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지...
그러나,
코트 가장자리엔 가끔 눈에 띄는 쬐그만 하얀 막대가 있어
눈살이 찌푸려 진다.
월례회 때마다 대청소를 하고
또 가끔은 눈에 보이는대로 치우곤 하지만
그놈의 꽁초는 왜그리 안 없어지는지...
재떨이를 별도로 준비해야하는건 아닌지...
테니스를 얘기하면 의례 나오는 단골 메뉴중 하나가
『공을 건네 줄 때는 상대가 받기좋게 원바운드로 던져줘야한다』
는 말이 있다.
동호인들 사이에선 거의 상식화된 얘기이지만
간혹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굳이 땅바닥으로 굴려 주는 사람,
라켓으로 "틱" 쳐서 굴려주는 사람이 있고,
심지어는 공을 받을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전혀 아랑곳 않은채
상대를 보지도 않고 라켓으로 뒤로 "틱" 쳐 버리는 사람,
복식경기의 파트너 둘이 동시에 한사람에게 볼을 보내는 바람에
이걸 잡을까, 저걸 잡을까 이리저리 쇼하듯이 헤매다 둘다 놓치는 경우도...
그 공을 잡으러 멀리 갔다 와본 사람은 저절로 짜증이 남을 경험했을 것이다.
아주 작은 건데 우린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너무도 하찮은 것이라 그런걸까?
국제대회의 볼보이나 볼걸들은 이런 작은 부분까지도 교육을 받고 훈련한다.
공을 잡은 손을 높이 들어 공을 던질건데 받을 테냐? 하는 의사교환을 하고
서로의 눈이 마주쳐서 승락의 의사가 있으면 그때 던진다.
정확하게 원바운드로 편안하게 잡을 수 있는 거리와 높이로...
너무 작은 것이라 말하기도 뭣하지만
공을 제대로 공손하게 건네는 습관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상대가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한 후에,
원바운드로 받을 수 있도록 건네고,
파트너 두사람이 모두 공을 건넬 상황이면
좀더 먼곳에 있는 사람이 먼저 건네고 가까이 있는 사람이 나중에...
이런 것까지 얘기하다니...너무 치사한가?
운동을 마치면,
코트 마무리를 하는데
라카룸 정리며 단상 정리를 비롯하여 주위 청소를하고
그리고 솔질을 한다.
솔질을 하고 나면 코트가 깨끗해져서 너무 기분이 좋다.
아무도 밟지 않은 이런 깨끗한 코트에 첫발을 딛는 사람의 기분이 어떨까?
하얀 눈밭에 첫발을 딛어 발자국을 남기는 그런 기분일까..를 생각하다가
우르르 몰려 나가는 회원들을 보며 환상을 깬다.
지금껏 애써 솔질해 놓은 코트를 가로질러 회원들이 몰려 나가고
방금의 하얀 눈밭을 상상하던 그 자리엔
무수히 많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진다.
애써 해놓은 솔질이
도로아미타불 되는 상황이다.
지금은 어느덧 나도 무뎌졌지만
처음엔 "솔질을 다시해야하나?"...하고 망설인적이 많았다.
말은 못하고...
베이스라인 밖으로 돌아가는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을테니
우리 다음으로 코트에 들어서는 사람의 기쁨을 위하여
깨끗하게 준비된
하얀 도화지를 선물하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