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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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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감사팀장이 부르기에
드디어 올게 왔구나하는 직감을 갖고 올라가니
역시나 조용한 방으로 안내하더니 힌 봉투를 슬쩍 내민다.
무척이나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인사기록카드에 기록도 안되고 인사상의 아무런 불이익도 없는거니까
그려러니 하고 넘기라는 말을 덧붙인다.
봉투를 열어보니 『주의촉구』라는 제목과 함께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이 적혀있다.
발신인이 상임감사님으로 되어있는 이름하여 훈장이다...
며칠 앞서서
어떤 상황인지를 진술해달라는 감사팀장의 요구에 상황의 전모를 얘기해줬고
그내용을 또 글로 써서 제출했다. 경위서라는 제목으로...
감사님께도 상황설명을 했고 모든게 팀장인 나의 관리잘못임을 시인하면서 선처를 부탁했었다.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기에 그리 놀랠일은 아니었고
오히려 형량이 작아서 의외였다.
다만 이일은 이미 작년에 사장님과 임원분들에게 보고를했고 결재까지 받아 두었는데
지금에 와서 왜 또다시 불거졌는지 그게 의아스러웠을 뿐이었다.
작년초쯤인가, 아니 어쩜 그 이전 부터 일의 발단은 싹트고 있었는지 모를일이다.
우리 팀 내 달랑 두명있는 직원들끼리 서로 니일이니 내일이니,
니 책임이니 내 책임이니하며 가당치도 않는 싸움을 하던 그 때 결국 사건이 하나 터진 것이다.
제3자소유 부동산담보대출 하나가 담보부동산 경매 미이행으로 대출채권소멸시효가 완성된 것.
과거 수년전에 경매를 진행했으나 과다한 유찰로 원금손실을 보게되는 상황이라 부득이 취하를 하였고
몇년 뒤 다시 경매를 넣었다가 또다시 취하하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는 몇년을 그대로 둔채 현재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러하니 경매담당자는 상황이 좋아질때까지 경매를 유보해놓고 있었고
시효담당자는 그 나름대로 소송이라도 넣어서 시효를 중단시켜야한다고 대여금소송을 신청했는데
담보제공자가 시효소멸을 주장해 패소하게 된 것이다.
중간중간 경매진행을 위한 노력을 한 흔적은 있으나 어찌됐건 경매는 진행되지 않았고
시효 또한 소멸되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다.(금액이 아주 소액이라 그나마 다행...)
경매담당자는 시효관리는 자기일이 아니니 책임이 없다하고,
시효담당자는 경매채권이므로 경매담당자가 관리해야한다하고...
(사실, 경매채권은 당연히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므로 시효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 시효관리는 신용채권만 해 오던 상황이었음)
여전히 자기의 책임은 없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소송패소에대한 경위와 결과, 대책을 임원과 사장님께 보고하여 결재를 받았고
난 사장님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었다.
직원과 나를 같이 불러 경위서를 써달라고 감사팀장이 요구하길래
경매담당자와 어떤내용으로 쓸까를 의논하던중
끝까지 자기는 책임이 없다고 눈을 부라리며 덤벼들기에 또다시 감정이 폭발하여
더이상 이런일로 마주앉지 말자고 화를 냈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좋았을걸하는 아쉬움이 남았고 마음이 아팠다.
그까짓 잘못을 시인하는게 뭐 그리 힘든지...
누가봐도 잘못은 있는데 혼자만 없다고하니 안타깝다.
팀장이 이건 네 일, 또 이건 네 일...하며 일일이 정해줘야 한단 말인가?
과거를 돌이켜보며 후회하는 가장 큰 하나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다.
미움은 죄를 낳고 죄의 삯은 곧 사망이라는 성경말씀이 있기에 절실하게 후회하는 것이다.
그 미움으로 인해 병이 생겼고 또 커졌을꺼란 생각을 떨칠수가 없는 것이다.
그 대상이었던 직원이 지금도 똑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내 마음이 다르게 받아들인다.
다 부질없는 것이고,
잘못했으면 잘못을 시인하면되고
질책이나 징계가 내려지면 달게 받으면 되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려고하니 쉽게 받아들여진다.
그까짓 주의촉구가 뭐라고...
실은 내가 회사일로 징계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82년 2월 제일은행에 입사하여 회사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7년이 지나는동안 처음 당하는 일이다.
그런 자존심에 흠집이 생기는 일이니 화가나도 내가 화가날 일이며
항변을 해도 내가 할일인데...
그러나 그런일들이 모두 다 부질없는 일이란 생각이든다.
어쨌든 잘못은 잘못이니 인정해야하지 않겠는가?
경위서에 상황설명과 더불어 팀장으로서의 관리책임을 지겠으니 직원은 봐주라는 내용으로 읍소를 했는데
그런글을 왜 썼을까, 쓰지말걸..하는 후회가 없는 것도 아니나
시간이 흐르면서 후회는 사그러 들었다.
용서, 그래 용서라면 용서이다.
10년을 넘게 같이 일하며 동거동락한 사이인데
오히려 남들보다 더 잘 챙겨줄려고 특별히 정을 쏟던 직원인데 지금은 이런 사이가 되었으니
내게도 한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든다.
용서라는 말이 당치도 않는다는걸 알지만 여하튼 이젠 덮으려한다.
그런 마음을 먹으니 훨씬 가벼워진다.
인정을 못하는 그 직원이 옹졸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측은해 보이기도...
건네건네 들리는 얘기로
"소송담당자의 다른 잘못을 알고 있는데 폭로해 주겠다"고 그 직원이 감사팀장한테 얘기하더라는 말을 들었을땐
정말이지 구제 불능이란 생각과 함께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젠 그런 하찮은 것 쯤은 그냥 웃어넘길만큼 무뎌졌기에 개의치 않는다.
또 조사하게되면 받고, 죄가있다고 처벌하면 받으면 되고...
가끔,
어느자리에서건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안주삼아 씹으며 이러쿵저러쿵할때가 있는데
재미삼아 안주거리로 씹는 것이니
그자리를 일어설땐 그 안주도 함께 깨끗이 치우고 일어서는 지혜가 필요한 듯하다.
물론 듣는 사람들도 새겨 듣는 지혜로움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지사...
낼 모레면 한가위 명절이다.
비록 사회는 정쟁으로 시끄럽고
경제는 어렵다고 난리들이지만
우리네 마음만은 어느때보다도 풍요롭고 평안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제의 적을, 옆의 경쟁자를 미워하지말고 너그럽게 용서해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아름다운 사랑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찼으면 좋겠다.
혹시 아는가,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면
내 몸도 날아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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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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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10월 01일 17:37: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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