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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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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산공원을 접어드는 길 어귀부터 바람이 세차게 분다.
온 천지에 낙엽이 뒹굴고 있고
그 사이사이로 황토색 알갱이들이 보인다.
주위에 누런 속살들이 흩뿌려져 있는걸로 봐서
아마도 땅바닥에 곤두박질 쳤는 모양이다.
무엇인지 자세히 볼 요량으로 허리를 숙이는 찰라,
또 한차례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그와 동시에 후두둑 하며 누런 알갱이들이 여기저기에 떨어졌다.
그중에 몇개는 퍽 소리와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놀라서 위를 올려다보니 다름아닌 은행나무다.
그렇다, 알갱이들은 은행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냄새가 진동한다.
코를 찌르는 묘한 냄새...
구린내다...역겹다.
길거리에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여럿 보였고
그들은 비닐주머니를 하나씩 들고서 연신 은행을 주워 담았다.
고약한 냄새도 아랑곳 하지 않고서...
저걸로 뭘하려는 것일까?
술안주로 올라오는 경우를 본적이 있었고
집에서 꼬챙이에 꿰어서 구워 먹었던 기억도 있다.
생각해보니 꽤나 영양가도 많은듯하고 맛도 있었던것 같고 비싸기도 무지 비쌀 것 같기도하고...
저 분들은 그걸 공짜로 얻는 것이다.
문득, 어제의 신문기사 하나가 생각났다.
성묘하러 갔던 어떤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다가 밤을 주웠는데
그 밤나무의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여 조사를 받고 있다는...
용두산 은행나무의 주인은 구청이거나 국가가 아닌가?
그렇담, 허락없이 은행을 주워가면 죄가되나?
언젠가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절도죄가 성립된다는...
바람이 불어
그 덕에 은행을 많이 줍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즐거운 표정들이다.
후두둑 소리를 따라 이리뛰고 저리뛰고하며 콧노래도 부른다.
저분들은 지금 범법행위를 하고 있다는걸 알기나 할까?
산책로를 따라 걷자니
빗자루를 든 할아버지 한분이 한숨을 몰아쉬며 서있는게 보였다.
공원을 청소하는 분이다.
주위는 온통 낙엽으로 덮였는데 그걸 치워야하는 그 분은 얼마나 짜증이 날까?
오늘같이 바람부는 날이면 더욱 더...
잠시동안 먼 산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던 할아버지가 이내 허리를 숙인다.
가만히 있는다고, 불평한다고 누가 치워주지 않는다는걸 이내 깨달은 모양이다.
힘들게 치워봤자 돌아서면 또 뒹구는 낙엽으로 지저분해질텐데...
이럴땐 어떡해야 할까?
낙엽들이 다 떨어질때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할라나?
떨어지는 쪽쪽 쓸어댈려면 얼마나 힘들까?
더구나 노인네인데...
바람이 불어
좋은 사람도 있고
그리고 싫은 사람도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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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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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10월 07일 17:0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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