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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데이트 (삐돌이의 에피소드 / 소설 2) |
바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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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샤워를 하고 한 숨 돌리고나니 몸이 나른해진다.
시계를 보니 3시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어떡할까?
한 숨 잘까?
운동을 갈까? 운동 가기는 좀 이른시간인데...
혹시 자다가 골아 떨어져서 운동을 못가면 어쩌지?
그렇잖아도 몸이 노곤한 상태라 누우면 곧바로 골아 떨어질것 같은데...
돌삐는 갑자기 머리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니수는 뭐하고 있을까?
식구들하고 있겠지?
그 잘난 딸내미 윤이랑 싸우고 있을까?
수험생인 영이 간식거리 챙기고 있나?
밖에 나가 있을까?
어제 같이 가기로 했다가 못간 체육공원 답사가 못내 아쉬웠다.
구청에서 진행하는 무료 배드민턴 강습회라 기회가 좋아 신청을 했는데
하필이면 강습회 장소가 체육공원이라 집에서 멀어서 걱정이었다.
작년엔 온천천에서했기에 가까워서 좋았는데 올핸 왜 그리 먼곳으로 옮겼을까?
야속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내 맘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만을 생각해서 하는 것도 아닐텐데...
집에서 꽤 먼곳이기에 오고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회사에서 바로 가야하는지, 집에 들러서 준비해서 가야하는지
그러면 각각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해보고 그 시간에 맞춰야하기에 미리 가볼려고 한건데
강습회 장소가 어딘지 모르기에 헤매지 않게하려고 미리 한번 가볼려는 것인데
엊그제 금요일날 같이 가기로 했다가 니수에게 일이 생겨서 못간것이다.
월요일날 처음으로 가면서 헤매버리면 너무 힘들어 질건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삐돌은 앞뒤 가릴 것없이
여건이 허락되면 지금이라도 공원엘 한번 가자고 니수에게 말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으로 신호를 보냈다.
전화를 부탁한다는 둘만의 신호로...
곧바로 전화가 왔다.
삐돌은 갑자기 흥분됐다.
사정이 허락하면 바로 전화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할땐 핑계거리를 만들어 혼자가 되었을때 전화를 하는게 보통일텐데
바로 전화가 왔다는건 지금 혼자라는 얘기?
약간은 힘이 없는 듯한 목소리가 저멀리서 들려온다.
"집이세요?...뭐하고 계세요?..."
삐돌은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황홀하고 가슴이 뛴다.
"응 집...뭐하고 있었어?"
"잘려고 막 누웠어요..."
"..."
삐돌은 순간 망설여졌다.
잘려고했다니...
피곤해서 그런가? 힘든가? 그럼 운동 가자고 할 수가 없잖아...
"시간되면 체육공원엘 같이 가보자고 할려고..."
삐돌은 시간이 안되거나 힘들면, 피곤하면 안가도 되고...라는 말을 할려고 했지만 왠지 그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같이 가고 싶기에...
'그럴까요?"
순간, 삐돌은 귀를 의심했다.
잘못들은건 아닌가?
잘려고 누웠다고 했는데 그렇게 바로 오케이 답이 오다니...
혹시 기다리고 있었던건 아닌가?
니수의 대답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투였기때문에 삐돌은 순간적으로 당황한 것이다.
"준비해서 20분 뒤에 보자...내가 가는데 한 20분 정도 걸릴꺼야"
"예? 20분이요?"
니수가 놀라는 눈치다
"씻고 화장하고...20분이면..."
"너무 이쁘게하고 오지말고 대충 나와..그냥 몸만 나오면 되지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안하기는 했다.
여자들 외출할때 준비시간이 엄청 걸린다는건 상식인데
빨리 보고픈 마음에 삐돌은 자신의 시간만 계산한 것이다.
나중엔 결국 니수 혼자 다녀야하기에 버스노선을 확인해야했다.
삐돌은 직원한테 물어서 그 근방에 가는 버스가 54번 이라는건 이미 알아놓은 상태라
그 버스를 집 근처 어디에서 타야하는지와 어디에서 내려야하는지를 알아야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법원에서 연산로터리, 연일시장을 거쳐 굴다리를 지나 LG아파트로 가는 노선이라는걸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러 약속시간에 맞출려면 서둘러야했다.
다행히 약속장소로 가는길이 막히지는 않아서 제시간에 도착했다.
같이 운동을 하자고했는데 니수의 옷차림이 운동복이 아니었다.
니수는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마땅히 뭘입어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편하게 입는다고 이렇게 입었다고 했다.
청바지에 간편한 티셔츠 차림...
배드민턴 라켓은 쇼핑가방에 넣어서...
하긴 복장이 뭐 그리 중요한가? 라켓이 가방에 있건 쇼핑백에 있건 무슨 상관인가?
책가방 좋다고,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법원 앞에서 54번 버스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 버스 뒤를 졸졸 따라서 로타리를 거쳐 연일시장을 지나 굴다리를 통과했다.
그리곤 우측으로 접어들었는데
어디에도 그들이 찾는 체육공원이나 간판은 없었다.
구석구석을 한참이나 헤매다 결국 수퍼에 들어가 체육공원 가는길을 물었다.
아파트와 빌라 사이에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는 대답을 듣고는
어렵게 주차를 해결하고 산을 올랐다.
이건 그야말로 등산이었다.
보통의 배드민턴장하면 학교 체육관을 생각하는데...
하긴 체육공원이니 산에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나 너무 가파른 산이었다.
시작해서 몇발짝 떼지도 않아 숨이 가빠온다.
고작 50미터나 올라왔을까?
숨이 턱에 차올라 잠시 멈춰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디에도 코트장은 안보이고 오직 보이는거라곤 나무와 풀 뿐이었다.
오고가는 길이 너무 멀고 힘들어서 강습이고 뭐고 못할것 같다고 니수가 어리광아닌 어리광을 부렸다.
삐돌도 아니라고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길에 시간을 깔고 힘이들어서야 어디 운동을 하겠는가?
더구나 출근했다가 와야하는 길인데다가 운동 마치고 또 곧바로 일하러 가야하는데...
너무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해보고 아니다싶으면 다음기회에 하자고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하거나 체육관 같은데서 할때 그때 하자고...
줄곧 손을 맞잡고 거닐어서 삐돌은 기분 좋은데
니수의 손에선 금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숨도 가빠오고...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10분여를 올라간 후에 드디어 코트에 도착했다.
산 중턱 쯤에 자리잡은 아담한 코트.
위 아래 두군데에 코트가 있고 모두 합해 5개의 코트였다.
주위의 나무와 꽃들로 굉장히 아늑하고 푸근해 보이는 코트였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숨을 골랐다.
저만치 아래엔 갖가지 운동기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한가한 주말 오후라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운동기구에 매달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이마의 땀을 매만져 간지러웠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니수의 뒤로가서 살며시 안았다.
따스한 니수의 등과 상큼한 샴푸냄새가 기분좋게 느껴졌다.
포근하게 전해져오는 사랑의 느낌...
가슴이 뛰고 기분이 황홀해졌다.
잠시 말없이 그렇게 있었다.
서로의 체취를 가슴에 담으며...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스트록을 했다.
작년에 같이 한번 해보고는 그 뒤론 한번도 못해봤다고 너스레를 떨며
한껏 즐거워했다.
폴짝폴짝 뛰며 활짝 웃는 니수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마냥 즐거워하는 어린애 같은 모습.
랠리가 10번 이상 오갈때면 본인이 스스로 놀래서 어쩔줄 몰라하기도 했고
한번에 바로 죽을땐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아쉬워하는 모습이 왜그리 귀여운지...
30여분을 랠리를 하고나니 삐돌도 조금은 힘이 들어 보였고
니수는 아예 더이상 못하겠다고 투정 부리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실, 오랫만에 하는것 치고는 꽤 많이 했다.
그러니 지치고 힘들 수 밖에...
삐돌은 잠시 니수의 팔과 어깨를 주물러줬다.
몸에 땀이 난듯 니수의 옷 여기저기가 살짝 젖어있었다.
힘들면 그만하자고 할 것이지 미련하게 계속한건 아닌지?
숨을 몰아쉬는 니수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삐돌은 니수의 볼과 입술에 살짝 뽀뽀를 했다.
가볍게 포옹도 하고...
더운김이 손에 느껴졌고 맞닿은 가슴은 더욱 뜨거웠다.
입술은 무척 달콤했고 부드러웠다.
여느 연인들처럼 둘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내내 수다를 떠느라 조잘조잘댔고
둘은 그렇게 체육공원의 나무와 풀들에게 수다를 선물했다.
뉘엇뉘엇 저물어가는 가을 햇살이
둘을 시샘하며 산 너머 잠자리를 찾아들고 있었고
니수와 돌삐는 사랑을 확인이라도 할려는 듯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곤 서로 눈으로 말하고있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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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10월 12일 16:0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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