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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가을여행 (삐돌이의 에피소드 / 소설 4) |
바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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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마산에 가야할 일이 있고 다니는 교회 장로님하고 같이 가기로 했다는 니수의 얘기를 듣고는
삐돌은 그간 애타게 바라고바라던 단풍놀이를 겸한 나들이를
드디어 갈 수 있겠구나라는 막연한 기대가 솟구쳤다.
"장로님하고 꼭 같이 가야하는거야?"
"그런건 아니지만...이미 약속을 했는데..."
어떡하지? 모처럼의 기회를 날릴수는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잘 말씀드려봐, 직장동료하고 같이 간다든가,.. 아님, 계획이 취소됐다고 하든가..."
잠시 머뭇거리며 망설이더니 그러자고 니수가 답한다.
10시쯤 출발하면 될것같다는 니수의 말을 뒤로하고 삐돌은 출근을 서두른다.
10시를 기다리는 잠시의 시간이 꽤난 더디다.
삐돌은 간식으로 준비한 감자떡이 아직 따스한 김을 내뿜고 있음을 확인하고
니수한테 그 쫄깃쫄깃하고 달콤한 맛을 보여줄걸 생각하니
왠지 설렌다.
기분이 좋다.
10시가 조금 넘어선 시각에 삐돌은 니수의 회사에서 니수를 태우고
그리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마산을 향해 달린다.
출발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빠른길을 검색하였고 대강의 길을 훑어본터라 헤매지 않을 자신이 있다.
길가에 늘어선 들녘이 누렇게 변해있었고
가로수는 노란색이거나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미쳐 생각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가을이 왔다가 저만치 물러가고 있었다.
반갑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멀리 보이는 산은 울긋불긋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발산하고 있다.
너무도 시원하고 즐겁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뭔가에 매이지 않고 쫓기지 않으니 이렇게 좋을수가 없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니 더욱....
간밤부터 머리가 아팠고 지금도 시원찮다고 말하는 니수에게
아침에 산 약을 먹으라고한다.
점심먹고나서 먹겠다는 니수를 설득하여 감자떡을 먹고 바로 먹으라고 재촉한다.
빈속에 약을 먹으면 안되는데 마침 준비한 떡이 있으니 다행이다.
조금 식긴 했지만 쫄깃쫄깃한 맛은 아직 그대로다.
너무 맛있게 먹는 니수의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하고 사랑스럽기도하다.
감자떡은 감자를 썩혀서 전분을 울궈내고 그걸 다시 말려서 하얗게 만든뒤 송편처럼 빚어낸다고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며 나도 옛날에 만들어 봤다고 삐돌이 자라을 늘어놓으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똥그렇게 뜬다.
정말이냐, 아닌것 같다는 투다...
사실인데...
떡을 먹은후 곧바로 너무 급하게 약을 먹어서인지
약이 목에 걸려서 안넘어 간다고 아우성이다.
물을 먹고 또 먹고...
식후 30분이 지나서 약을 먹어야하는데 너무 서둘러 재촉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후회가 밀려온다.
계속 목에 걸려서 안넘어가면 어쩌지?
잠시의 호들갑을 뒤로하고 서서히 사태는 진정되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감상하며
신나게 웃는 니수의 얼굴이 너무 귀엽다.
퇴직한 동료직원들의 근황, 회사생활의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며 즐거운 여행을 계속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 꽃을 피운다.
창원을 지나며 동마산으로 나가면되겠냐고 삐돌이 물으니
니수는 서마산으로 나가야한다고 의외의 답을 한다.
애고, 어쩌나?
인터넷으로 검색한건 동마산인데...
미리 주소나 목적지를 물어보지 않은게 잘못이었다.
삐돌은 당황스러웠으나 내색을 할 수 는 없어서 모른척하고 길을 안내해 달라고 했다.
서마산으로 나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고 니수가 자신을 했고
삐돌은 믿고 따르자고 생각했다.
서마산 IC를 나가서 좀 달리니 삼거리가 나온다.
헉, 어디로 가야하나?
니수도 갑자기 당황하는 것 같다.
이런걸 본적이 없다고하며 잘 모르겠다고한다.
양단의 결정을 내려야하는 순간,
주위 환경을 보니 왼쪽이 조금 더 번화가인듯하여 조회전을 하고는
그래도 자신이 없어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본다.
목적지는 다행히도 조금만 더가면 되는 상황...
지난번 왔을때 본적이 있다는 회사간판을 드디어 찾았으나 그로부터도 30여분을 더 헤맨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 이렇게 길눈이 어둡고 둔해서야...
니수가 일을 보는 사이
삐돌은 관광지도를 살핀다.
이왕 먼곳까지 나들이 겸해서 왔으니 즐거운 추억꺼리라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관광지를 살펴보았으나 마땅치 않았고
좀전에 이곳으로 오면서 헤매던 중에 얼핏 보았던 이정표의 돝섬을 생각해냈다.
길가던 사람을 붙들어 세우곤 돝섬가는길을 물어서 머리속에 기억해두고
그것도 못 미더워 메모지에 대충 약도를 그려놓았다.
바람이 만만찮게 불어서 갈수가 있을라나하고 걱정이 앞섰으나
어차피 점심도 먹어야하니 가보자고 삐돌 혼자 결정해 버린다.
머리속에 그려진 아까의 그 길을 따라 바닷가를 빙 둘러 달린다.
"어디가는거야?"
니수가 궁금한 듯 묻는다.
"응, 좋은데...아까오다가 보니까 돝섬이라고 이정표에 보이길래 가볼려구...거기서 점심 먹자"
니수도 조금은 기대가 되는 듯 아무말 안하고 긍정의 눈빛을 보낸다.
그런데,
바닷길을 아무리 달려도 돝섬이라곤 보이질 않는다.
어시장을 지나고 여객터미날도 지나고...
불안한 마음에 누군가를 붙들고 물어보고 싶지만 마산이 원래 그리 크지 않은 도시라 금방이라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되어
그냥 찾아보기로 맘먹고 계속 달린다.
갑자기 길이 끝난다.
더이상 가는길이 없고 되돌아가든가 아님 다른길로 가야하는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
넓은 4차선 도로가 갑자기 뚝 끊기니 막막하고 당황스럽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하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차가 안다니는 곳이라 그런지 자가용 몇대와 커다란 컨테이너차 한대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고
가장자리로는 산책로가 바닷가를 따라 길게 드리워져 있다.
바람이 휘잉하고 분다.
낙엽이 뒹굴고 하얀 종이조각 하나가 바람이 흩날린다.
가로수 가지와 잎이 나부낀다.
을씨년스럽다.
바람이 차서 나가지도 못할 것 같다.
체면이 말이아니라는 한탄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눈에 꽃밭이 보인다.
노랗고 빨간 꽃이 둥글게 모여있고 몇몇 조형물과 꽃들이 어울어져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다.
그 옆엔 길게 비닐하우스가 늘어져 있고...
"니수야, 우리 저기가서 사진한판 찍고가자"
잠시 의기소침해있던 삐돌이 드디어 돌파구를 찾았다.
우울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추위도 생각하지 않고 제안을 했고 니수도 흔쾌히 따라주었다.
가까이 가서보니 꽃들이 먼데서 보는것보다 훨씬더 예쁘고 아름다웠다.
휴대폰으로 몇장을 찍는다.
얼짱 각도를 잡아 같이도 찍고 독사진도 찍고...
옆에서 지켜보던 어주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안에 들어가보면 더 이뻐요"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며 들어가 보란다.
들어가도 되는건지 몰라서 쭈삣쭈삣하다가 용기를 낸다.
구경하다가 안된다고하면 나오면 되지뭐.
비닐하우스 안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황홀한 세상...
밖에서 보기완 달리 안은 대여섯명이 쭉 늘어서서 걸어도 될 정도로 넓었고
가장자리엔 갖가지 형상의 꽃들과 열매들로 가득찼고
천정엔 옥수수며 가지등 온갖 곡식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무엇보다도 바람이 한점 없이 포근하고 따스해서 좋다.
감탄사가 절로나왔고
입이 벌어졌다.
니수는 처음보는 희한하고 멋진 광경에 완전히 매료돼있었다.
'눈으로만 보세요' 라는 간판이 버젓이 앞에 있는데도
이것저것 만져보며 신기해한다.
입에선 연신 탄성이 흘러나왔고 뭐가 그리 신나는지 깡총깡총 뛰었다.
자연스레 팔짱을 끼었고
어깨동무도 하고
손을 잡고 걸었다.
사진도 여러장 찍었다.
독사진도 찍고 같이 스티커사진 찍듯 갖가지 포즈를 잡아가며 신나게 즐겼다.
"안에가 더 좋아요"
주인인듯한 아저씨께서 둘을 보며 한마디 툭 뱉는다.
자세히보니 비닐하우스는 ㄱ 자로 굽어져있었고
코너를 돌아가니 그곳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있다.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휘황찬란한 별천지 세상...
조롱박,청자박, 이름모를 희한하게 생긴 박들이 주렁주렁 달렸고
뱀오이, 수세미들이 묘한 생김새를 하곤 그들을 반겨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 탄성이 절로 나왔고
니수는 입을 다물지 못한채 여전히 기쁨과 즐거움에 통통 뛰고 있었다.
귀여운 포즈, 섹시한 포즈, 아동틱한 포즈를 잡아가며 작가와 모델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린애처럼 즐거워 날뛰는 니수의 모습을 보며 삐돌도 행복에 젖어든다.
좀전까지만해도 길을 못찾아 헤매며 걱정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너무 멋진 풍경에 너무너무 즐겁고 좋다.
돝섬을 바로 찾아갔더라면 이곳은 못봤을 것이고
그러면 이런 즐거움도 몰랐을 텐데...
행운이라고 삐돌은 생각했고
니수도 너무너무 좋다고 말한다.
길을 헤매는 바람에 오히려 이런 행운을 잡았다고 니수가 말하는걸 보며 삐돌은 한없는 행복에 빠져든다.
비닐하우스를 나오며 미련이 남았는지 입구에 앉아있는 주인 부부에게 묻는다.
"돝섬이 어디예요?"
"저기 보이는 섬이 돝섬인데 아주 좋아...축제때오면 더 좋았을텐데"
"축제요? 언제인데요?"
"10월23일부터 그저께 11월8일까지였지...그때 왔으면 멋진구경 많이했지"
아, 그렇구나...내년엔 꼭 챙겨서 다시와봐야지 하고 삐돌은 생각하며 날짜를 머리속에 넣을려고 애쓴다.
"아이고, 신랑 각시가 너무 이쁘다...샘나네...돝섬에 한번 가봐요 거기 국밥도 맛있어..."
손을 꼭 잡고 거닐고 있는 둘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주머니가 시샘을 한다.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조금만 들어가면 섬에 갈 수 있다고 들었으나
바람이 많이 불어 추우니 다음에 가자고 둘은 약속을 하곤 허기진 배를 채우러가자고 비닐하우스를 나선다.
다시 그자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까 꽃구경하던 곳의 길 건너편이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하던 수니가
아까 점심을 먹으며 어디가서 좀 자던가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이리로 온 것이다.
한적하고 인적도 없기에 한숨자며 쉬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라는 생각에...
몸 생각해서 뜨끈뜨끈한고 얼큰한 메기매운탕을 점심으로 먹었고
추운 몸에 따스한 국물이 들어가서 그런지 몸이 노곤해지는가 보다.
니수는 어디가서 좀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고 삐돌에게 얘기했고
삐돌은 식당 창밖을 빙 둘러보다가 모텔 간판을 발견하고 저기가서 좀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필요하면 따스한 물에 샤워도할 수 있고 포근하게 푹 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2시를 넘긴 시간이기에 자칫하면 늦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까 꽃 구경하던 곳이 한적한 곳이란걸 생각해냈다.
그래서 이리로 다시 온것이다.
여전히 길은 한가했고 바람도 씽씽불어 을씨년스런 가을을 연출하고 있었다.
앞좌석을 더 앞으로 당기고
뒷좌석 등받이를 뒤로 펼쳐서 침대를 만들었다.
그리곤 니수를 뉘이고 평소 비상용으로 갖고다니던 긴 외투로 덮어주고 베개를 베주고
그리고 삐돌은 그 옆에서 팔베개를 하곤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질 않는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데 잠이 올리가 있는가?
뽀얀 살결, 긴 속눈썹, 빠알간 볼...
어느것 하나 이쁘지 않은것이 없다.
쿵쾅대는 가슴을 누르며 니수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미리결도 쓰다듬어 주면서...
팔베개를 해줄까?
아니, 그러면 깰지도 모르니 그냥 두자.
아, 자는 모습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다.
덮고있는 옷자락을 위로 더 끌어올려 빈틈이 없도록 덮어주고는
그 옷속에 손을 밀어넣어 살며시 니수의 손을 잡는다.
따스한 감촉이 전해져온다.
행여나 잠이깰까 조심스레 잡고는 움직이지 않을려고 애쓴다.
손을 타고 전해져 오는 따스함, 포근함...
이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 느낌이라고 삐돌은 생각하며 행복이 젖어든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삐돌은 느낀다.
아까 올때의 길을 찾을 수 가 없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느껴졌지만 큰 도로인지라 돌릴 수 가 없어 어딘지 확인할 때까지는 계속 달리기로한다.
한참을 달리니 이정표에 진해가 나오고 안민터널이 나온다.
그렇다, 마산시내로 가야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진해로 간것이다.
어떡할까하고 망설이다가
어차피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딱히 목적지를 정해놓고 가는것도 아니니
그냥 이정표 보며 계속 달려서 가자고 니수와 의견일치를 봤다.
그래, 이참에 진해의 멋진 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거지뭐...
애써 위안을 삼으며 달리기를 계속한다.
실은 진해의 해안을 따라 뻗어있는 도로를 달리는 것도 멋진 일이다.
용원근처의 좌우 산세도 멋있고...
예정에 없던 진해 산들의 단풍구경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빠져들었다가
시간이 5시가 다되어간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든다.
6시까지 회사에 복귀하여 회의참석을 해야하는데...
생각이 거기에까지 이르자 삐돌은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니수는 니수대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회의에 늦으면 잔소리를 들을 것이기에 걱정이 되었으나 삐돌에게는 차마 그 말을 하진 못한다.
"야, 산이 이쁘다..."
니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그래...너무 멋있다 그치?"
삐돌도 내심 니수의 걱정을 눈치챘으나 입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니수는 불안을 떨치려는듯 말을 계속 잇는다.
"길을 잘못 들어서 이런 구경도 하고...오히려 좋네요 뭐...
아까 그 꽃들도 너무 이쁘고 멋있고...길을 제대로 찾았으면 못봤을거 아네요?
우린 오늘 너무 운이 좋아요..."
"그러게 말야...너무 좋다"
넓고 깨끗하게 닦여진 도로에 차들은 거의 보이질 않아서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착각에 빠진다.
막힘없이 달리니 시원하고 좋다.
정말이지 즐거운 드라이브다.
이정표를 따라 가락IC 방향으로 접어들었고
조금만 더가면 목적지인 서면에 무사히 도착할 꺼라고 둘은 얘기하며 기대에 부푼다.
이대로라면 시간이 여유가 있어보이기에...
그런데, 가락IC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정표대로 잘 가고 있을꺼라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이정표가 사라졌고
웬 굴다리가 나오고 길이 묘하게 얽혀있다.
순간 당황한 삐돌은 잠시 차를 갓길에 세우곤 주위를 살핀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가락IC 간판....
오른쪽 옆에 바로 보인다.
이런!!! 지나쳐 온 모양이다. 진입로를 보질 못했는데...
할 수 없이 더 가다가 옆길로 빠져서 유턴하여 가던길을 되돌아왔고 이젠 됐다싶어 찾아보는데
여전히 이정표는 보이질 않는다.
이리저리 헤매다 겨우 찾아낸 가락IC...
그런데 니수가 이곳은 아닐꺼라한다.
거꾸로 가는 거라고...
마산으로 도로 되돌아가는 거라고...
하는수 없이 가락IC 사무실에 들어가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물으니
가락IC는 두곳인데 자신들도 헷갈릴때가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헤매고 있으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오히려 푸념을 늘어 놓는다.
잘못 들어왔으니 되돌아 가다가 굴다리에서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면 된다는 말을 듣고는 차로돌아온다.
불법으로 유턴해 되돌아가는데 차 두대가 또 비상등을 켜며 갓길로 차를 대는게 보인다.
저 차들도 틀림없이 우리처럼 길을 몰라서 헤매는 중일꺼라고 둘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소 여유를 부린다.
굴다리는 보이는데 빠지는 길이 없어 잠시 망설이는 사이 차는 속절없이 달려 굴다리를 지나쳐버렸다.
이미 때는 늦었고
그냥 갈때까지 가보자, 설마 집에 못가겠냐며 둘은 쓰잘떼기 없는 만용을 부린다.
둘의 눈 앞에 나온 이정표는 '초정IC'
듣도 보지도 못한 이정표이다.
그것도 '고속도로에만 진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덧붙인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남해고속도로만 오르면 집에 가는건 식은죽 먹기나 다름없으니 그길로 쭉 가자고 의견일치를 보고 계속 달린다.
끝도 없이 달려갔고 한참뒤에 엉뚱하게도 대동IC가 보인다.
그제서야 아차싶다.
고속도로란것이 대구부산을 잇는 고속도로였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대동IC에서 옆으로 빠져 유턴을하곤 드디어 부산으로 오는 길에 접어든다.
헤매고헤매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제대로 찾은 것이다.
그제서야 니수와 삐돌, 둘은 서로 마주보며 참았던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호호호...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5시 40분을 가리키고
이젠 여유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니수는 6시 회의에 늦으면 뭐라고 핑계를 대냐며 핑계꺼리 만드느라 분주하다.
미안한 마음에 삐돌은 니수의 볼을 어루만지며 미안하다고한다.
"미안하긴 뭘요...괜히 나때문에 오히려 고생만 하고...덕분에 멋진 구경도 하고 신나는 드라이브도하고...좋았는데요 뭐"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고 서로 위안을 하며 어두운 밤길을 달린다.
서면 회사앞에 이르러
따스하고 포근한 포옹과 입맞춤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또하나의 아름다운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준
황홀하고 행복한 하루를...
삐돌은 창문을 열어 서둘러 달려가는 니수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사랑해..."
운전석 계기판의 시계가 5시 59분을 막 넘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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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11월 17일 14:1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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