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근길에 약 7~8분을 걷는데(느긋하게 걸으면 약 10여분 정도)
운동도 되고해서 나름 잘했다싶다.
주차비 싼 곳을 찾다보니 회사에서 좀 멀어진 것인데
가가운 곳은 15만원, 내가 대는 곳은 10만원이니
돈도 절약되고 운동도 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인셈...
아직은 날씨가 추워서 주로 지하도를 이용하는데
출근길에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다.
마주보며 걷는 사람들이 매우 바쁘고
하나같이 좌측통행을 하는 것이다.
우르르 몰려오는 사람들이 모두 왼쪽 벽을 기준으로 몰려오는 광경이
어떤때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난,
그속을 뚫고 꿋꿋하게 걷는다.
그들의 왼쪽인 나의 오른 쪽으로...
어떨땐 몰려오는 무리를 피하여 벽에 바짝 붙어서 버티며...
언제 부터인가 도로 곳곳에 우측통행, 우측보행이란 문구가 보이기 시작했고
계단마다 어김없이 『우측통행』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지하도에도 입구의 계단마다 그 문구는 적혀있는데
오고가는 사람들 그 누구도
우측 통행을 하는 사람은 없다.
거의 대부분 좌측통행을 한다.
그들은 아무 생각없이
도로나 복도의 좌측을 걷는다.
우측통행으로 바뀐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러다보니 마주보며 오가는 꼴이돼서
서로 부딪히기 일쑤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냈는데
매일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슬슬 짜증이 난다.
때론,
계단에서 서로 마주서서는 한참을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서로 미안해서 길을 비킬 마음에 좌측으로 좀 비키면
상대 또한 미안함에 우측으로 비켜서다가
또 서로 마주 대하게 된다.
다시 오른쪽으로 옮겨서 또 마주하고
또 왼쪽으로...
이렇게 서로 왔다갔다를 몇번 반복하는일이 다반사다.
이젠,
나도 나름의 용기가 생겨서 나의 길을 고집한다.
최대한 우측 벽 쪽에 붙어서 걷고
누가 오던지간에 안 비키고 내 길을 고수한다.
무슨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는 양...
그렇게 2달을 지내고 보니
슬슬 오기가 발동한다.
마주하며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지하도 곳곳에 표시되어있는
『우측통행』 글귀를 보라고 보여주고 싶다.
한글도 못 읽냐고 호통도 치고...
어제,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퇴근하는 길에
막 지하도로 진입하는 순간에 휴대폰이 울리기에 받아서
잠시 통화를 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통화를 마치고 우산을 접고 몸을 추스리다가
내 자신을 보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도 모르게 좌측 벽쪽에 붙어서 걷고 있었다.
허...참..
나의 몸에 배어있는 것은 우측통행이 아닌
좌측통행이었다.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서 몸에 익히기 시작했으니 무려 40여년간을
좌측통행을 한 것인데
그게 몸에 습관으로 배어있으니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일...
출퇴근길에 만나는 상대방에게
짜증을 내거나,
제발 우측통행을 하라는 등의 요구는
도저히 못할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자연스레 생활의 습관으로 굳어져
우측통행이란 문구가 사라지길 그저 기다릴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