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테니스 랭킹 1·2위인 한성희(22·한솔제지)와 이소라(18·원주여고)가 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2012 도요타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 참가 중인 한성희와 이소라는 한국 여자 테니스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제대로 꼬집었다.
한국 여자 테니스에는 조윤정(33)이 2007년 은퇴한 이후로 주목받는 선수가 없다. 조윤정은 2003년 7월에 여자프로테니스(WTA) 랭킹 45위로 한국역대 최고 랭킹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한성희는 308위, 이소라는 407위로 조윤정의 기록에 한참 못 미친다. 뚜렷한 업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여자 테니스에 대한 기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 남자테니스도 간판 이형택(36) 이후 남자프로테니스(ATP) 100위대에 드는 선수가 없지만 여자 테니스와는 다르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100위대 선수를 만들기 위해 대한테니스협회가 구성한 주니어 육성팀에는 6명의 남자 선수가 있다. 이 선수들을 필두로 앞으로 기대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전영대 협회 부회장은 "앞으로 5년 안에 남자 주니어 선수들이 100위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 여자 테니스가 남자 테니스에 덜 주목받는 데에는 '얇은 선수층'에 있다. 주니어 선수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프로 선수들도 줄었다. 한성희는 "내 또래에 프로로 뛰는 선수는 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프로 선수는 1년의 절반을 해외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다. 여자 선수들은 낯선 곳에서 외롭게 지내는 것을 유독 힘들어한다. 이소라는 "초등학교 때 테니스를 같이 시작한 여자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테니스로 성공하기 힘들어 대학에 특기생으로 입학한 후,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중국, 대만 등은 선수층은 두껍다. 특히 중국은 WTA 랭킹 7위 리나(30)를 배출하면서 테니스를 시작하는 어린 여자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 일본도 1995년 WTA 랭킹 4위까지 올랐던 다테 기미코 크룸(42)이 현역 최고령 선수로 활약하며 일본 여자 테니스 선수들을 자극하고 있다. 한성희는 "한 대회에 중국은 여자 선수만 10명 이상이 출전한다. 일본도 7~8명 정도, 대만은 5~6명 정도가 있다"며 "그런데 한국은 거의 1명 혹은 2명만 출전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한성희는 여자 테니스 선수 기근에 대해 "목표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어 생활이 힘들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높은 랭킹으로 가고 싶은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성희는 "여자 테니스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해 내가 먼저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의 내년 목표는 랭킹 150위대. 그랜드 슬램 대회를 뛰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