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니스의 미래'인 정현(삼일공고)과 이덕희(마포고)의 맞대결에서 정현이 웃었다.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ITF 르꼬끄 스포르티브 서울오픈 국제남자 퓨처스대회(총상금 1만 5천 달러)' 본선 1회전에서 정현(374위·삼일공고)이 이덕희(700위·마포고)를 2-0(6-1 7-6<11>)으로 제압하고 2회전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정현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비스와 호쾌한 백핸드를 앞세워 긴장감에 짓눌려 범실을 남발한 이덕희를 압박해 경기를 지배하며 6-1로 쉽게 선취해 싱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2세트에서 전열을 정비한 이덕희가 팽팽한 스트로크 공방을 이어가며 3-3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경기는 정현이 이덕희의 네 번째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해 균형을 깨고 5-3 매치포인트까지 잡았지만, 주심의 오버룰 판정에 갑자기 흔들리며 연속해서 게임을 내주고 5-5가 되며 안갯속으로 빠져들었고, 흔들리던 정현이 강력한 서비스 에이스를 터트리며 6-5로 또다시 앞서자 이덕희는 호쾌한 포핸드를 앞세워 6-6을 만들어 세트 타이브레이크로 몰고 갔다.
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정현이 4-1, 5-3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이덕희의 예리한 스트로크가 불을 뿜으며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고, 이덕희가 8-7로 처음으로 세트 포인트를 잡으면서 '컴온'을 외치며 기세를 올렸지만, 정현이 이덕희의 더블폴트로 위기에서 벗어나 과감한 패싱 샷을 성공하며 13-1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8월 중국 텐진퓨처스 16강에서 이덕희에 0-2(2-6 Ret)로 패했던 정현은 설욕에 성공하며 주니어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날 경기의 승패는 서비스에서 갈렸다. 정현은 고비마다 서비스에이스 6개를 터트리며 쉽게 경기를 이끈 반면 이덕희는 불규칙 바운드 때문에 기록한 에이스 한 개가 전부였고 더블폴트 6개를 범하며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정현은 성인무대에 완전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층 좋아진 서비스와 파워풀한 스트로크를 선보였고, 이덕희는 작은 체격을 극복하는 유연한 몸놀림과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보이며 멋진 경기를 펼쳤다.
정현은 "첫 경기가 항상 힘들고 긴장이 되는데 승리해서 기쁘다. 이덕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따라 붙어 힘든 경기를 했다"며 "데이비스컵에서 상위 랭커와 싸우며 다양한 경기 운영 능력 등 많은 것을 배웠다. 아직 다양한 기술과 전술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특히 서브의 완성도를 높이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희는 "1세트 초반 긴장한 탓에 몸이 늦게 풀렸고, 현이 형의 그라운드 스트로크가 워낙 좋아 실책이 많이 나왔다"고 전하며 "일단 며칠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교 3년생으로 국가대표인 정현은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테니스의 희망으로 떠올라 6월 김천퓨처스에서 국내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고 올 시즌은 주니어 대회는 메이저 대회만 출전하고 성인부대인 퓨쳐스와 챌린저대회 출전하며 적응력을 키워가고 있다.
고교 1년생인 이덕희는 지난해 최연소로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에 이름을 올린 바 있고 올 시즌 주니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고랭킹 3위까지 찍은 월드클래스 주니어로 현재는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현은 서울오픈 2차 퓨처스에 출전하지 않고 일본에서 열리는 챌린저대회에 출전하게 되며, 이덕희는 며칠 휴식을 취한 후 서울오픈 2차 퓨처스에 출전할 예정이다.
다음 달 열리는 프랑스오픈을 비롯해 남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할 예정인 정현과 이덕희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주니어 정상에 설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누가 그 주인공이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유종찬 KTA 기자 ccgamja@hanmail.net
대한테니스협회 미디어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