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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환자층 인터넷 접속 시간 많은 직장인
섹스·도박·성형·알코올·니코틴·마약·쇼핑·절도·주식·인터넷…. 중독(中毒)의 대상은 수없이 많다. 중독증이 걸린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할망정 외면하지 못한다. 문제는 당사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사성어 중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지나치면 오히려 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는 뜻이다. 전체 중독 환자의 숫자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단지 추산일 뿐이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모두가 공감대를 나타낸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중독을 ‘충동 통제 장애’라고 진단, 만성질환으로 보고 있다. 본지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번지고 있는 각종 중독의 실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사회적 대책을 강구키 위해 중독현상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지난 2월 국내 사용자 6백50만명에 달하는 MSN메신저가 4시간 넘게 불통된 적이 있다. 당시 메신저 중독증세를 가진 사용자들은 잠시 동안 금단증세와 함께 불안감에 시달렸다. 단 4시간이었지만 그런 결과가 나타났다. 직장인들 중심으로 퍼져나간 메신저는 사용자층이 점차 확대되면서 그만큼 중독증세도 늘어나 사회적 질병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화상대 무려 1백여명
네티즌들 사이에선 메신저가 필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폐해도 만만찮다. 메신저 중독의 주된 환자층은 역시 인터넷 접속 시간이 많은 직장인들이다. 이중 20~30대 여성이 특히 심하다. 의류회사에 다니는 김미영씨(가명·29·여)는 출근한 뒤 컴퓨터를 켜자마자 습관적으로 메신저 접속부터 한다.
등록된 메신저 대화상대는 무려 1백명을 넘는다. 하루 평균 서너 시간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물론 합법을 가장한 핑계가 있다. 업무의 연장선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안다. 실질적으로 업무와 관련 메신저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직장상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친구들과의 잡담이 주류를 이룬다. 만일 접속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면 전화로 “무슨 일 있냐”며 확인을 한다. 또 언제부터 공휴일이나 퇴근한 뒤 집에서도 당연히 메신저 접속을 하게 됐다. 집에선 새로운 창이 뜨면 알 수 있도록 볼륨을 크게 높일 정도다. 이 생활이 2년이 지났다.
이제는 메신저를 접속하지 않으면 허전하고 누군가 자신을 찾지 않을까 늘 불안해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심지어 접속해 있는 친한 친구에게 쪽지를 보냈어도 응답이 없으면 왠지 기분이 나빠진다. 처음에는 아무런 눈치를 주지 않던 직장상사들도 요즘엔 큰소리로 ‘메신저 중독자’라며 싫은 소리를 한다. 본인도 중독이라는 단어가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김씨처럼 메신저 중독증 환자의 증상은 업무시간의 4분의1을 메신저에 쏟아 붓는 게 일반적이다. 또 자신의 컴퓨터 앞을 떠나거나 바쁘게 되면 항상 ‘자리비움’ ‘곧 돌아오겠음’ ‘다른 용무중’ ‘식사중’ 등으로 자신의 상태를 수시로 변경한다. 시시때때로 메신저에 접속해 있는 대화상대들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쪽지창이 뜨지는 않았는지 컴퓨터 화면을 보게 된다.
10명중 2명 경고
웹 디자이너 정모씨(31·여)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역시 업무 중 메신저로 상당 시간을 보낸다. 당연히 업무 능률이 떨어졌고, 상사에게 불려가 핀잔을 듣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정씨는 “누가 말을 걸지 않을까 불안해 잠시 나갔다고 오는 것도 싫어진다”며 “메신저에만 빠져있는 것이 한심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접속을 끊기가 어렵다”고 불안한 심기를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 연세 Yoo & Kim 신경정신과 유상우 원장은 메신저 열풍부터 진단했다. 유 원장은 “인터넷 메신저는 개인적인 현대인의 취향과 딱 맞아 떨어진다”면서 “채팅 사이트처럼 채팅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고, 동시에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메신저는 반드시 특정인을 구속할 필요도 구속받을 이유도 없어 현대인의 감성에 맞고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업무와는 상관없이 수다를 마음 놓고 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유 원장은 “적당한 메신저 채팅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능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메신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면 중독이라는 병증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 인터넷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약 75%가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2명은 회사측으로부터 메신저 사용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받거나 아예 봉쇄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일부 기업에선 사내 메신저 접속을 금하는가 하면 자체 메신저 프로그램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회사들도 점차 늘고 있다.
혹자는 메신저 중독은 젊은층, 직장인 등에 한정된다고 하나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30대 후반 가정주부 마용옥씨, 6개월 전 메신저 입문은 순수했다. 마씨는 “캐나다로 아이들 영어연수를 떠난 언니와 메신저로 대화하면 국제전화요금을 아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제는 메신저 대화상대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요즘엔 20여명에 이른다. 친구들과 전화로 수다를 떨기보다는 메신저로 하는 경우가 더 잦아졌다. 친구들을 만나도 “메신저 하지 않느냐”고 반드시 물어본다. 여기엔 낯선 남성들도 있다. 채팅사이트에서 만나 호감이 가면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줘 수시로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메신저를 하느라 중요한 약속을 어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의존도 높으면 병증 해당
전문가들은 자신이 메신저에 중독됐다고 느끼는 당사자는 일단 대화 상대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물론 불필요한 대화를 많이 하는 상대가 우선순위다.
또 서서히 메신저 접속 횟수도 줄여본다. 컴퓨터를 켜는 순간부터 끌 때까지 메신저에 접속하기보다는 식사 후나 졸릴 때 등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만 접속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메신저 중독' 자가진단법
1 컴퓨터 사용시간의 1/4 이상을 메신저로 잡담하는 데 보낸다.
2 업무 등 필요 이외의 대화상대가 30명이 넘는다.
3 한 시간에 한 차례 이상 대화상대들의 접속 여부를 확인한다.
4 메신저에 자신의 상태(자리비움, 곧 돌아오겠음, 식사중 등)를 표시한다.
5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누가 말을 걸지 않을까 불안해 자주 메신저를 확인한다.
6 자신의 닉네임을 자주 바꾼다.
7 동시에 세 명과 채팅을 하기도 한다.
8 쪽지가 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항상 켜놓는다.
9 다른 용건이 없어도 메신저 때문에 컴퓨터를 항상 켜놓는다.
10 메신저로 채팅을 하느라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가 일주일에 3일 이상이다.
이중 4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메신저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자료제공:연세 Yoo& Kim신경정신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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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4년 05월 12일 12:1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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