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잘못된 예측 탓에 in 판정보다 오심 많아
테니스에서 공이 선(線) 위에 떨어졌는지 밖으로 나갔는지는 선수나 심판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이다. 최근 진행되는 US오픈에서도 선수가 심판 판정에 시비를 거는 '챌린지(challenge)' 장면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상황이 되면 심판은 전자 판정 시스템 '호크아이(Hawk-Eye)'를 통해 공이 떨어진 지점을 확인한다. 선수 주장이 맞으면 판정은 번복되지만 틀리면 챌린지 기회 한 번을 잃는다. 한 세트에 챌린지 기회는 세 번뿐이다.
▲ 인이냐, 아웃이냐. 프랑스의 가엘 몽피스가 7일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라인 근처에 떨어지는 공을 쫓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판정에 항의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미국 UC 데이비스대의 데이비드 휘트니 박사는 2008년 10월 논문을 통해 '심판이 아웃(out) 판정을 내렸을 때 오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휘트니 연구팀은 2007년 윔블던대회에서 나온 판정 4457건 가운데 83건이 오심임을 확인했다. 그 가운데 84%인 70건이 아웃을 선언했을 때 나왔고 인(in)을 판정한 경우의 오심은 13건에 불과했다.
즉 오심 대부분이 심판은 아웃으로 판정했지만 사실은 공이 라인에 살짝 걸친 경우였다. 이는 인간의 시각 정보 처리 능력 때문이다. 사람은 눈으로 사물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는 행위'는 뇌가 담당한다.
망막에 전달된 정보가 시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데는 약 0.1초가 걸린다. 결국 사람은 늘 0.1초 전의 과거를 보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스포츠에서 0.1초는 엄청난 시간이다.
만약 야구의 타자가 0.1초 전의 공만 보다가는 계속 헛스윙만 할 것이다. 이런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의 뇌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키웠다.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물을 보며 '0.1초 뒤 미래'를 인식하는 것이다.
테니스 심판도 마찬가지이다. 공과 라인의 접점이 불분명할 때 심판의 뇌는 공이 진행 방향대로 조금 더 멀리 갈 것으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심판의 뇌엔 인(in)보다 공이 아웃(out)되는 '영상'이 훨씬 많이 전달되는 것이다.
2001년 영국에서 개발된 호크아이 시스템은 테니스 심판의 '불완전한 눈'을 보완해 준다. 1초에 2000장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카메라 8대를 코트 주변에 설치, 컴퓨터 시스템으로 공이 코트에 닿은 지점을 보여준다.
이 시스템의 평균 오차는 약 3㎜다. US오픈은 4대 메이저대회 중 제일 먼저 2006년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호크아이를 통해 심판의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약 30% 정도다.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2008년 US오픈에선 총 466회 챌린지 요청이 있었고 148번(31.8%) 심판의 판정이 바뀌었다. 여자 선수의 챌린지 성공률(35.5%)이 남자 선수(29.9%)보다 높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