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절없는 시간에 안타까운 마음 ✞삼가 고인들의 명복과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랍니다. 박 남 석 (토론토) 지난 16일 오전 9시께 전남 진도군 도조면 병풍도 북쪽 21km 해상에서 인천발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된 참사가 발생했다. 탑승객 476명 가운데 20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생존자 174명, 사망자는 58명이고 현재 244명이 실종된 상태다. 침몰한 세월호의 실종자를 구하기 위한 민‧관‧군‧합동 수색구조 작업은 더디지만 진행 중이다. 참혹한 해상사고에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구조를 위해 애쓰는 손길과 지금도 그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을지 모를 아깝고 소중한 실종자들에게 새 힘과 능력을 주시어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한다. 동장군이 봄에게 내어준 빈자리가 아직 겨울자리만 못해 뵈는 곳이 눈에 띄어도 기다림과 설렘을 안겨주는 봄이다. 신선마을의 세월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웬일입니까. 사고현장인 맹골수도(孟骨水道)해역을 기준으로 유속(流速)이 느려지는 정조(停潮)는 하루 네 차례뿐이어서 구조작업은 이때에 맞추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조류(潮流), 바람, 파도’와 싸워가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염원하고 있는 기쁜 소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객선이 침몰한 지 닷새 째, 해상침몰사고로 온 국민이 애통해하는 분위기를 감안해 노래하고 박수치는 연예프로그램은 미루는 게 타당치 않겠느냐는 자발적인 판단을 내린 지상파 3사는 결방하며 뜻을 함께하고 있다. 국가적인 재난사태를 맞아 애도의 표시로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공감대형성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어린학생들의 원혼(冤魂)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넋을 기리겠다는 움직임일 것이다. “인명(人命)이 최우선이다. 사고처리 업무가 최우선이다. 사태가 낙관적이어도 항상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라. 선장 지시에 따르라”는 선원 행동요령은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했다.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하지만, 6천800t이 넘는 여객선 승무원들의 사명감이라곤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어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우연 아니면 필연인지 승객들의 안전과 운행을 책임져야할 선장과 승무원들은 자신의 책임과 임무를 뒤로하고 자기들만의 안전을 추구하는 무리들이었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봄 문턱에 접어들자마자 여기저기서 코를 훌쩍이다가 쉰 목소리, 재채기소리는 감춰낼 줄을 모른다. 체온이 상승하며 두통과 팔다리가 쑤시고 오한을 느끼는 증상이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이다. 심지어는 침을 삼킬 때마다 목에 통증이 동반되어 참아내기도 여간 힘들었을 테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모든 질병 중에서 가장 통증이 심한 병이 바로 급성편도선염이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앓고 난 병이 타인과 비교불가(比較不可)라고 주장한다지요. 삶의 방식을 지적한다거나 정치, 종교이야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건만, ‘콩이야 팥이야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경우가 때론 없질 않다. 재난현장을 찾는 정부 관계자와 일부정치인들은 구조작업을 파악하고 위로하겠다고 현장을 찾아들지만 되레 구조 활동에 방해를 끼치거나, 어린자식을 가슴에 묻는 슬픔에 처해있는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우치(愚癡)로서 유가족들을 격앙시킨다는 비판과 뉴스도 들린다. 울근불근 시비가 잦은 세상일이라고 서운해 하기보단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맘가짐으로 조신(操身)해야 함은 물론 널리 이해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시인의《선운사에서》- 시련과 비통함에 잠겨 몸 둘 바를 모르시는 유가족들께 하느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014년4월25일 KRE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