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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도 실력이거늘…”
박 남 석 (토론토)
아무렴 봄기운이 완연해지려는지 걸핏하면 두 눈 부릅뜨고 불호령하던 동장군의 뒷모습이 초라해 뵌다. 겨우내 움츠린 몸과 마음을 추슬러가며 뉴마켓 버블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동계테니스대회에 다녀왔다. CD에서 흘러나오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는 노랫말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일광절약 시행으로 시간이 앞당겨졌음인지 땅거미가 내리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서둘러 경기장에 도착했으니 잠시 숨결을 골랐다. 연습 할 겨를도 없이 풀리그로 예선을 치르고 준결승, 결승전에 이르는 경기를 쉴 새 없이 소화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여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부리나케 온몸으로 뛰었으니 땀에 흠뻑 젖고 후끈해질 수밖에 없다. 푸념삼아 겨울날씨 참 좋다고 중언부언하기도 했다. 빈틈없이 짜인 스케줄에 5분 휴식은 재충전을 위한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체력도 실력이거늘… 참가 선수들의 숨은 내공도 이만저만 아니다. 실전에선 전세(戰勢)가 불리할지나 전의(戰意)상실은 절대 금물이다. 자신을 스스로 북돋우며 때론 기회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했다. 챔피언은 누구나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거머쥘 수 있는 우연의 결과는 결코 아니잖은가 말이다. 서브가 좋으면 마무리는 누워 떡먹기라던데 공격과 수비에 전천후실력은 누구나 희망하는 사항이다. 포핸드 스트로크의 기본은 그립을 쥐는 방법이라 한다. 하오나, 이기고 지는 거야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가 아니던가.
붕어빵에 붕어 없고 눈깔사탕엔 눈깔이 없다. 역지개연(易地皆然)이라고들 말하지만, 상대선수의 작은 실수덕분에 역전(逆轉)을 일궈낸 경우를 얘기하려니 자신을 빗대어 말하려는 것 같아 겸연쩍기도 하다. 실력이나 여러 면에서 무리수를 뒀음에 틀림없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라켓으로 공을 치고받으며 배우고 익혀야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뿐이랴 만, 자나 깨나 틈나는 대로 노력해야할 일이다. 서로서로 끌고 밀어주며 함께 우승을 일궜다면 자신감을 얻은 건 물론이겠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땀 흘린 만큼 테니스실력은 몰라보게 향상 될 것이다.
‘행여나’가 ‘역시나’일 수 얼마든지 있다. “상대방의 리듬을 깨뜨리기 위해 가끔씩 재미를 볼 수 있는 드롭샷도 자꾸 하면 효과가 없다. 둔마(鈍馬)도 채찍질하면 빨라지듯이 아무리 느린 사람도 열심히 뛰다 보면 이길 수 있다. 또 발걸음이 느려도 예측력이 좋으면 이길 수 있다. 스코어가 30-0이 되어도 냉정하게 공격하지 않으면 역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40-0이어도 상대는 ‘아직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찬스를 놓치고 난 뒤 후회해도 소용없다. 한 포인트라도 잃으면 안 된다고 다짐하라.”
“테니스에도 소질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에겐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다. 네트를 빼앗지 못하면 포인트는 상대편의 것이다. 베이스라인에서 왔다 갔다 하는 소극적 플레이로선 포인트를 빼앗을 수 없다. 찬스만 잡으면 과감히 네트로 나가 결정하라. 상대의 멋진 플레이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라. 미소는 곧 여유다.” 테니스코리아에서 초보들을 위해 일러주는 길라잡이를 들춰가며 되새겨봤다. 길을 찾아낼 수가 있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하물며 갈고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지 아니하겠는가. 맞다 맞아 하긴 그렇다.
우리들의 경기가 시소게임을 벌이는 동안에 태극마크를 단 여왕의 완벽한 우승에 극찬을 쏟아내며 “올림픽 챔피언은 한 번도 공백기를 갖지 않았던 것처럼 우아한 연기로 관객들을 홀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술은 우아하게 꽃과 꽃 사이를 넘나드는 벌 같았다.”고 보도하는 명장면을 지켜볼 순 없었다. 캐나다 공영방송사인 CBC는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환상적인 귀환(spectacular return)을 했다”고 보도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폐활량을 키워주고 혈액순환을 도와가며 5시간동안 이어진 경기 종료 후 격의 없이 건네는 인사는 유쾌한 화음이 되어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행사준비와 진행에 남다른 수고를 아끼지 않은 테니스협회의 집행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는지 눈보라의 추임새가 제법이다. Tennis anyone~
2013년3월22일 T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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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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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3년 03월 23일 01:2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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