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된 코트가 석대코트라 썩 맘에 들진 않았는데
(석대코트가 워낙 코트사정이 안좋기로 소문이 나서...)
막상 코트에 들어서서는 약간은 내 생각이 빗나갔음을 알게됐다.
몇몇 빼곤 그런대로 괜찮은 상태였다.
다행이다.
또 한가지는
코트까지의 이동시간이 매우 단축됐다는 것이다.
(실은, 원래 있었던 코스이나 잘 사용하질 않았으므로 몰랐던것이지만.)
집에서 수정터널타고 부두로 나가
다시 도시고속타고 반여IC를 거쳐 코트로가니 약15분여 정도.
이렇게 빠를줄은 정말 몰랐다.....
첫게임 상대는 북구의 코오롱하늘채.
작년에 동배를 석권하고 올라온 팀이라 전력은 막강할걸로 예상됐고
나름 긴장도 됐다.
오더빨이라도 잘 받아야될텐데....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나의 상대팀이 하늘채의 대장조.
2년전 신인부 우승,
요즘 한창 잘나가고있는 이의권선수.
지난주 울산매일신문 4강, 한두달전 어느대회에선가는 우승...
대회에 출전도 많이하고 출전했다하면 대부분 8강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선수
그야말로 물이 오를대로 오른 선수다.
팀에 금배조가 없어서 은배조로 출전하는 선수.
상대팀에 다른 낯익은 선수가 몇몇은 더있다.
신인부에서 또는 일반부에서 주로 적군으로 상대했던 선수들...
시합이후엔 서로 인사하며 아는 척하는 그런 사이....
우리팀에선 다들 우려섞인 눈빛을 보낸다.
고생 좀 해라 하는 눈치다...
허나,
어찌보면 잘된일인거도같다.
언제 이런선수랑 시합해 보겠나?
시합시작전 몸풀면서 상대를 염탐해본다.
스트록을 포쪽, 백쪽, 짧게, 길게 질러본다.
어떤볼이든 다 넘어온다.
그것도 힘들이지않고 설렁설렁치면서...
발리도 또박또박.....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드디어 게임시작.
몇번의 시소 랠리 끝에 우리가 선취득점.
다행히 상대팀의 파트너가 약하다.
됐다...미안하지만 집중공격의 대상은 정해졌다...ㅎㅎ
미소를 지어보며 잠시 여유를 찾는다.
그러나, 첨부터 그렇게 할 순 없다.
매너가있지...
스트록대결을 해본다.
그런데 빈틈이 없다.
몇번을 길게길게 찔러주고나니 짧은 찬스공이 왔다.
그래 이거야....내가 좋아하는 스트레이트 공격으로 힘차게 빡!!!
오메~~~살랑 로브가 올라온다.
맥빠진다....
1:1 이다.
바짝 신경써서 몇게임을 더 땃다.
2:1, 3:1...우리가 앞서니
다소 여유가 생긴다.
상대의 눈초리가 매서워짐을 느낀다
계속되는 경기....
근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이의권선수가 갑자기 발과 몸놀림이 빨라진다.
파트너에게 간 공을 뺏어친다.
당연히 밋밋한 공이 올걸로 예상하고있는데
갑작스런 강타가 우리코트의 구석을 찔러온다.
손도 못쓰고 당했다.
공이 조금만 느리거나 높으면
여지없이 되치기를 당하고....
슬슬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젠 아예 맞대결을 벌일 참이다.
찬스가 오면 바로 그 선수를 향해 강타를 날렸다.
두번, 세번, 네번을 연거푸 때렸고
상대는 그 모든공을 발리를 해댔다.
마지막으로 왼쪽 발밑에 깊숙히 담그는 스핀샷을 날렸다.
그야말로 회심의 일격.
다들 이건 득점이다...라고 생각을 하고있는 사이
어느틈엔가(거의 동물적인 감각이다...) 달려가서 받아낸다.
난, 아예 반응을 할 생각도 못하고
그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할말이 없다.
주위의 갤러리들이 환호를 질렀고 우리팀에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 뒤로도 몇번을 찬스가 생길때마다
그 선수를 뚫어볼려고 시도했다.
누가 그랬던가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그 알량한 오기 때문에
점수를 몇개나 헌납했는지 모르겠다.
또한,
상대선수가 잘한것은 틀림없다
수비범위가 워낙 넓다.
거의 코트의 4분의 3은 차지하고 친다.
공이 조금만 뜨면 여지없이 스매싱으로 되돌아온다
코스는 항상 전위의 몸...아니면 발밑.
교과서와 같이 공을치는 그 선수가
한편으론 얄밉다.
정말, 얄밉게 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