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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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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혈액형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혈액형이 A 형이라는데...
그런데
A형을 우린 소심A형이라 부른다.
내 경우를 보면
딱 맞는 말이다.
중요한 시합에서
라인시비가 붙더라도
난, 그저 내 파트너의 처분만 바라본다.
어쩌다 파트너가 너무너무 흥분하여 게임에 지장이라도 줄라치면
다독여 주며
조금은 편을 들어주긴 하지만....
또 어떨땐,
내가봐도 상대편 말이 맞다싶으면
그 자리를 피해야한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금새 표시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잘 싸우지도 못한다.
알면서 우기는건
도저히 기대할 수도 없고...
가끔은 그래서 손해볼 때도 있고
나중에 파트너한테
직싸게 욕을 먹을때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 옛날,
아련한 추억 속에도
그 소심A형 모습은 여전히 많이있다.
고등학교를 남녀공학, 그것도 남여합반인 학교를 다녔는데
옆반의 눈에띠는 참한 학생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누구나 한번씩은 해 봄직한
그 흔한 미팅도 제대로 한번 못해보고...
맘에드는 그 애를 곁에 놓고
몇년을 애태우다
결국 제대로 말도 못해보고
졸업하고 말았던 학창시절...
군 복무기간 내내 궁금해 했으면서도
제대후에 바로 찾지 못하고
찾아야하나 말아야하나,
어떻게 변했을까?
반겨는 줄까?
결혼은 했을까?....
온갖 고민에 고민만 거듭하다 세월을 보내고....
회사에서
부하직원에게 일을 지시하면서도
약간만 거부하는 반응이 오거나 힘들겠다 생각이 들면
에이~ 그래, 내가하지 뭐....
코트에서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리고,
퉷퉷 침을 뱉는 사람을 보면 한소리 하고 싶은데....
어느새 그 담배꽁초를 줍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되고...
옆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많은데
둘이 단식하며 낄낄대는 모습을 볼땐
아유~ 저걸 그냥....하며
주먹이 불끈 쥐어지기도하고
욕이 목구멍까지 나올려고도하지만
그사람이 화내고 덤비면 어쩌지?...하는 걱정에
그만.... 침을 삼키고 만다.
나올려고 발버둥치는 욕을 돌돌 말아서 삼켜버린다.
하긴,
옛날엔 누군가 A형을,
특히 나를보고 소심A형이라 하면
살~짝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상황은 벗어났다.
어느정도 단련이 된 것이다.
분위기 봐 가며
농담도 섞어 여성분들과 얘기도할 수 있고
예전엔
상대가 맞을까봐 절대로 못하던
짧은 찬스볼의 전위강습 강타도 아주 가끔은 할 수 있다.
더구나,
옛날엔 상대선수중에 여자만 있어도 헤맸던 기억이 난다
시합 끝날때까지 여자한텐 하번도 못치고
지고나오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세월이 약일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부끄러움, 고민, 걱정을
조금씩
주위사람들과 나누고 스스로 치유할 수가 있게된 것이다.
남들과 같이는 절대로 못갈 것같은 목욕탕을
이젠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것만봐도
그것도 가리지 않고 버젓이 어깨펴고 활보하는 것만 봐도...
아직까지도 다른사람들은
날, 옛날의 그 전형적인 소심A형 모습으로 볼 수는 있겠으나
최소한 나 스스로는
많이 달라진거다.
그런데,
24년전인 군대시절,
내 인생일대 딱 한번으로 기억되는,
후임병을 기합주면서 욕 한마디했던 기억.
그 기억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나를 괴롭히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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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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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8년 03월 21일 15:0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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