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올림피언]스위스 테니스 대표 로저 페더러
경향신문=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ㆍ페더러, 1% 부족한 그랜드슬램 채우나
그랜드슬램은 기본이다. 메이저 최다승(17승)도 그의 몫이다. 지금까지 역사상 최장 기간(287주) 동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1·스위스)의 화려한 이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 빛나는 이력에 부족한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올림픽 개인 단식 금메달이다. 윔블던, 호주, US, 프랑스 오픈 등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건 그랜드슬램. 거기에 올림픽 금메달이 보태지면 ‘골든(Golden)’이 앞에 붙는다. ‘테니스 기록 창조자’라고 불리는 페더러가 유일하게 군침만 흘리며 바라만 보고 있는 타이틀이다.
페더러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3전4기 끝에 올림픽 단식 우승에 도전한다. 나이 31세. 테니스는 힘이 떨어지면 하기 힘든 종목이다. 이번 올림픽은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달 윔블던오픈에서 7번째 정상에 오른 페더러는 다음 목표를 확실하게 밝혔다. 페더러는 당시 “다음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말하면서 ‘분명히(Obviously)’라는 단어를 썼다. 올림픽 금메달로 화려한 그의 이력에 화룡점정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혀진다.
런던올림픽에서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까지 석권하는, 이른바 ‘골든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지난 9일 윔블던대회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윔블던 | AP연합뉴스
▲ 최장 세계 1위 화려한 이력에
개인전 ‘금’ 따려 마지막 도전
페더러의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출전했지만 단식 최고 성적은 4위다. 베이징올림픽 복식 금메달은 그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 페더러가 지난달 우승한 윔블던 대회 장소와 올림픽 대회 장소가 똑같다.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클럽에는 천연잔디가 깔려 있다. 페더러는 메이저 17승 중 가장 많은 7승을 이곳에서 거뒀다. 강력한 서브 등 기술 면에선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페더러에게 최적화된 코트가 여기다.
페더러가 한 달 전 윔블던 오픈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메달권 진입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길목마다 맞붙을 세계랭커들을 꺾는 일만 남았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라파엘 나달(26·스페인)도 출전하고 지난달까지 세계 1위를 지킨 노박 조코비치(25·세르비아)도 명예회복을 노린다. 또 한 달 전 윔블던 오픈 결승에서 페더러에게 패한 ‘영국의 희망’ 앤디 머레이(25)도 “최근 4년 동안 올림픽 메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남자 단식 결승은 8월5일이다. 그리고 사흘 후인 8일은 페더러 생일이다. 페더러가 젊은 적수들을 모두 꺾고 단식 금메달을 따면 ‘골든 그랜드슬래머’라는 자축 생일선물을 가질 수 있다.
지금까지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슈테피 그라프(독일), 그의 남편 앤드리 애거시(미국), 그리고 라파엘 나달 등 셋뿐이다. 그중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그라프는 유일하게 한 해에 5개 우승컵을 모두 차지하는 괴력을 뿜어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