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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good, the bad, the ugly |
teni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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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휴가 끝나 임지로 출국하는 날,
출국 수속을 마치고 인천 공항내 duty free shop을 기웃 중,
뒤에서 누군가 등을 톡톡. 웬 멋쟁이 남자가 나에게 깎듯이 인사를??
ㅎㅎ.. 알고보니 오래 전 대기업 종합무역상사 과장 재직시,
소위 sky출신의 신입사원. 일에는 꼼꼼, 대인관계는 소탈해서
내가 꽤 신임했고 대만지점으로 발령까지 내 주었던 바로 그 친구.
손을 잡은 채 커피숍으로..
당시 자신의 꿈은 언젠가 직접 회사를 차려 멋지게 돈을 벌어 보겠다는
포부를 여러번 밝히곤 했는데..
내가 뭘 궁금해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지 싱끗 웃으며
샐러리맨을 그만 둔 후 지난 8년간의 이야기를 소상히..
놀랍게도 지금은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두고 대만 현지 법인, 샹하이 지점,
꽝조우 지점을 둔 국제 회사로 성장.. 연 매출이 약 500억..
허허 자네 이제 드디어 꿈을 이루었군!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원래 오전 8시 비행기가 기체 결함으로 스케줄이 delay되는 바람에
몇 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리게 돼 왕짜증이 나 있었다는데
그것도 다 나를 만나게 될려고 그랬나 보다는 로맨틱한 멘트에..
신입사원 시절에 내가 해 주었다는 (나조차도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야기들을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기까지??
ㅎㅎ.. 그저 survival하기에도 급급한 요즘,
웬 기분좋은 Dreams come true!
그리고 나도 후진양성에 한 몫 했다?
the bad
작년 10월에 만났을 때 까지만 해도 건장한 몸으로 열심히 코트를 누비던
그 친구. 테니스를 늦게 시작한데다 운동 신경 부족으로 만년 C조.
마누라와의 단식 대결에서 연패한 후 소주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삭이던
그 친구. 그래도 테니스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 않아 계속 레슨을 받으면서
언젠가는 B조로 올라가고야 말겠다는 야심에 차있던..
나하고는 클럽 내부 일에 관한 견해차로 한 때 대판 싸움을 벌인 후 더
친하게 되었던 그 친구..
8개월 만에 첨 만났을 때 몸무게가 무려 13kg이 빠졌고 걷기조차 힘들어
했는데 이야긴즉슨 2개월전에 우연히 병원에서 암말기 판정을 받아 7개월
선고를 받고는 낙담하여 아내와 함께 강원도 평창에서 요양을 하던 중
하답답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심심하면 테니스장에 그냥 나와 하염없이
회원들의 겜을 구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째 이런 일이..
그런데 신기한 건, 평창에서 집으로 돌아와 테니스장에 매일 나오면서
부터 오히려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인데..
떠나기전 마지막 보았을 땐 정말 내 눈에도 홀쭉하던 볼살이 조금은
회복된 것 같고 힘겹던 미소가 좀 더 더 자연스러워 보였으며 그런
이야기를 본인에게 직접 해주자 해맑게 웃던 모습이 마지막 뇌리에
남아있다. 그가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했던 테니스. 그 테니스가 이제
병들고 지치고 힘들어 하는 내 친구를 살릴 수 있을까?
8개월 후에는 다시 건강해진 그와 또 기뻐하는 그의 아내와 함께
신나게 한껨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 본다.
the ugly
망가졌다. 올초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던 생활리듬이 2-3개월 전부터
완전히 깨지더니 신경성 불면증에 야식, 폭식등으로 갑자기 체중이
5kg이나 늘어나 몸의 둔함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덩달아 머리도 심하게
빠지고.. 이유? 별건 아닌 것 같은데.. 그저 공적 사적 현실의 답답함,
막연한 미래의 불안감,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최선일까에 대한 답없음
등등.. 덩달아 어줍잖은 삐다리 테니스 실력도 더 엉망이 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삶의 스펙트럼의 한 조각을 살고 있을 뿐인데..
어쨌든 이래선 안되겠다. 눈 침침해지고 머리 빠지는 거야 세월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내 몸이 쓸데없는 군더더기 지방질에 쌓여
둔해지고 덩달아 머릿 속이 탁해지는 것만은 내 노력에 따라 막을 수
있는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다시 nude running을 시작했다. 환경이
여의치 못해 적당한 운동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혼자의 비책으로
개발해서 꽤 효과를 본 적이 있었다.
nude running 별 것 아니다. 말 그대로 방안 거울앞에 서서 홀딱 벗고
러닝머신도 없이 제자리 뛰기를 하는 거다. 테니스도 수영도 산보도
산책마저도 여의치 않은 현재 환경에서 스스로 생각해 낸 건강을 위한
비책이다. (이건 거의 감방수준인데.. 그래 하긴.. 비스무리하다.)
처음엔 벗은 내 몸이 내 눈에도 챙피해서 팬티를 입고 하다가 그것도
땀나니 걸치적 거려 다 벗고 뛴다. 약 15분 뛰면 서서히 몸이 더워지기
시작하고 20분 뛰면 땀이 맺히고 25분이면 땀이 흐른다. 그리고 샤워를
하면 몸도 맘도 상쾌해 진다. 문제는 25분 동안 아무 생각없이 계속해서
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 혼자만의 주문같은 말을 만들어 맘속으로
리듬에 맞추어 되뇐다.
늘씬한 키나 멋진 용모는 아니어도 지금까지 크게 아파본 적 없고 특히
테니스로 인한 엘보나 관절 한번 앓아 본 적이 없는 나. 여러 옵션이나
악세사리는 없어도 가장 중요한 기본 엔진이나 프레임만은 비교적 양호한
몸을 내 부모님은 물려주셨다. 그런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추하게 망가져서는 안되겠다. 그리고 자신도 있다.
노력만 하면 되더라. 단지, 앞으로 더 이상의 정신적 방황만 없기를..
그래서 오늘도 nude running이다. 헛둘 헛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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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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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7년 06월 26일 16:1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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