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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님의 마지막 시 겨울소나기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의 마지막 시, 2008년 4월 <현대문학> 발표 - 파일 : 조회 : 1306 작성 : 2008년 05월 14일 09:54:48

	겨울소나기		난 늙어도 이리도 저리도 편안히 버리지 못 할 것 같은데... 어제 부산에 계신분들 저 (소나기 갑자기 보니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지요.ㅎㅎ 조은 하루되시길........	05-14 10:01:13
	테돌이		인생의 아름다운 저림과 허무함을 찬찬히 차분히 그리고 담담하게 그린듯 싶군요... 고이 잠드소서...	05-14 10: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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