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 담고있는 클럽중에
'다크호스'가 있다.
요즘 추세에 발맞춰 우린 닥스라 부른다.
무슨...옷도 아니고....
순수아마추어 동아리다
그것도 회사내 직원들끼리 뭉친...
4년전,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몇몇 직원들이
테니스 좀 가르쳐달라고했다.
나도 못하는데 가르치긴 뭘 가르쳐달라고?...
하지만
워낙 남들한테 뭔가 가르치는걸 좋아하는 터라
흔쾌히 승낙했고
삼락구장을 있는 빽 없는 빽 써가며 빌려서
지도자 선생님들의 밥줄을 끊어먹는 짓을 시작했다.
대부분 라켓도 없는 상태여서 싼걸로 단체구입하고
연습공도 BOX 떼기로 사고...
그야말로 하나, 둘, 셋 부터 시작했다.
학생(?)들도 천차만별이다
운동신경이 좀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금방 따라하고 자세도 나왔으나
개중에는 영 몸치도 있는터라
복창터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 중 어떤 놈은
여직원보다 못한다는 소리에
뛰쳐나가 배드민턴으로 전향한 놈도 있고...
더구나,
매일하는게 아니라 1주일에 한번씩 매주 토요일마다하니
매번 할때마다 생소하다고들 했다.
답답한 노릇인것은
배우는 직원들이나 가르치는 나나 매 한가지.
우리클럽의 선생님이 직업이신 형님들이
새삼 대단하게 여겨진다.
나 또한 어찌나 힘든지....
그 알량한 실력에 남들을 가르치는 상황이니
금새 밑천이 바닥나는건 당연한 터.
해서,
남몰래 공부를 했다. 열심히.
책보고, 비디오 보고,
인터넷 여기저기 뒤져가며
이론공부하고 동영상 보고.
또 1년에 두세달씩 겨울에 받는
동계훈련을 겸한 레슨해가며
코치선생님한테 배운거 그대로 내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어찌보면 우리 직원들은
간접적으로 레슨 받는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코치 선생님한텐 미안한 일이지만.
또 어쩌다가 한번씩은
송사부나 윤사마가 자세를 잡아주기도 했다.
내가 부른다고 두말않고 와서는
서슴없이, 열성을 다해 무료봉사해준 고마운 친구들....
고정코트가 없어 코트구하느라 고생도 많이했다.
처음엔 삼락을 이용했는데
오후에 할땐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아침으로 시간을 옮긴뒤론
도저히 삼락의 칼바람이 감당이 안돼
다른 곳을 이용했다.
주로 이용한 곳이 강서코트.
이곳은 먼저 차지하는게 임자인 곳이라
코트를 찜하는게 가히 전쟁을 치르는거나 다름없었다.
날이 새기도 전에 코트에 들어가 짐 풀어놓고
휴대폰에 불나게 빨리오라고 재촉하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당번제를 활용.
매번 돌아가며 코트 찜하는 사람을 순번제로 정해 운용했다.
궁하면 통한다고했던가?
어쩌다 월례대회라도 할라치면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옆 코트사람들에게 사정사정해서 번갈아가며 이용했고
어떨땐 한코트가지고 세월아 네월아하며 하고....
나중엔 예약제로 바뀌어서 좀 사정은 나아졌지만...
지금은 주례한전코트에 거의 붙밖이로 있고
어쩌다 행사가 있는날엔 동서대를 이용한다
해서 코트로 인한 어려움은 없다.
그래서 행복하다.
초기의 어려웠던 상황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실력도 많이 나아졌다.
이젠 제법 재미있는 게임도하고.
가끔, 신경써서 하지 않으면 내가 질때도 있으니...
타 클럽과 교류전도 두번했고
회사행사로 사장배 대회도 두번 개최했고
중구청장배 대회도 한번 참가했다. 물론 예탈이지만...
회사내에선 가장 활발한 오프라인 동아리로 인정받고있다.
지금은 너무 뿌듯하다.
요즘은,
그냥 스트록하고 게임하고 하는 단순한 방식을 벗어날려고 노력하고있다.
나름의 계획을 세워서...
개인별 맞춤레슨도하고
게임전술도 연습하고...
지난주엔 짧은 사이드 볼의 공략을 연습했다.
스트레이트 강공과 앵글샷 역공.
물론 잘 되진 않지만 열심히 따라해 주는 직원들이 고맙다.
하나라도 더 배울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이쁘기도하고.
이번달 들어선 유년부 교실을 열려고 애쓰고있다.
직원들이 코트에 올때
자녀들을 데리고 오도록해서
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2번 했는데
한 녀석은 재미있다고 열성적으로 덤비고
또 한녀석은 영 재미가 없는지 시쿤등하다.
결국엔 그 놈은 지난주 결석.
테니스 때문에 집에서 구박받고
왕따당하는 일 없도록 애쓸려고한다.
그래야 좋아하는 운동 계속할 수 있고
매니아가 늘어날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너무 거창한가?)
테미친...
직원들 중에 몇몇은 골수분자다.
추석날이건 설날이건 가리지 않고 테니스를 친다.
회사행사로 등산을 가는 날도
행사 마치면 바로 코트로 간다.
비가 오면 실내코트 구해달라고 아우성이고.
2년째 1월1일 해맞이 테니스도 해오고있다.
금정코트에 6시에 모여 운동하다가
해가 떠오르면 다 같이 환호하는....
그래서 우린 그들을 테미친이라 부른다.
테니스에 미친 사람들....
우리 닥스의 올 농사가 바쁘다.
타클럽과의 교류전도 해야겠고
다음달엔 삼겹살파티도 해야겠고
두번정도 중구청장배, 연합회장배 대회에도 참가해야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