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惠王)이 촉(蜀)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계략을 짰다. 혜왕은 욕심이 많은 촉후(蜀侯)를 이용해 지혜로 촉을 공략하기로 했다.
그래서 신하들로 하여금 소를 조각하게 해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넣고 '쇠똥의 금'이라 칭한 후
촉후에 대한 우호의 예물을 보낸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들은 촉후는 신하들의 간언을 듣지 않고 진나라 사신을 접견했다.
진의 사신이 올린 헌상품의 목록을 본 촉후는
눈이 어두워져 백성들을 징발하여 보석의 소를 맞을 길을 만들었다.
혜왕은 보석의 소와 함께 장병 수만 명을 촉나라로 보냈다.
촉후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도성의 교외까지 몸소 나와서 이를 맞이했다.
그러다 갑자기 진나라 병사들은 숨겨 두었던 무기를 꺼내 촉을 공격하였고,
촉후는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로써 촉은 망하고 보석의 소는 촉의 치욕의 상징으로 남았다.
촉후의 소탐대실이 나라를 잃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작은 것에 눈이 어두워져 큰 것을 잃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어제,
지난 2년여를 끌어오며
온갖 수모와 진을 뺀 계약건이 수포로 돌아갔다.
어이없게도
6백만원이라는 말도안되는 금액이 이유가 되어....
취급 초기부터 애를 먹이고
진흙탕에 발 들여놓듯
야금야금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유입이라는 특단의 조치로 본의아니게 떠안은 덩치 큰 건물...
유치권자와의 싸움, 민원, 소송....
임차인들의 실력행사에 맞서
오랜세월을 가슴앓이 하던차에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 연결되어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고 좋아하며 매매를 진행했는데
거의 성사단계까지 갔다가 어제 그만 깨진 것이다.
매매금액 80억원에
그놈의 6백만원이 양보가 안돼서....
참으로 어이가 없다.
한달 관리비만해도 6백만원이 넘게 나가는데....
장부상 손실을 내면 안된다고,
회장님과 약속했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손실예상액인 6백만원을 더 받아내라고
그렇게 사장님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매수희망자는
처음70여억원부터 조금씩조금씩 양보하여
우리가 요구하는 금액 언저리까지 왔는데
우리가 6백만원을 끝까지 고집하니
할 수 없다고 돌아서 버렸다....
상무님과 난
하루만 더 있다가 어떻게든 사장님을 설득해볼 요량이었는데
상대방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얼마나 이해안되는 조직으로 봤을까?
아님,
상사의 지시를 잘 따르는
아주 믿음직스럽고 충성스런 조직으로 이해할까?
앞이 캄캄하다.
이제 또다시 몇날몇일을 아니, 몇년을 기다려야하는걸까?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인데...
정말 걱정이다.
모 금융그룹에 편입되어
대대적인 광고도 내고
지점도 오픈할 준비를 하면서
예금통장을 쌈빡하게(?) 새로 디자인하자고 직원들이 제안하는데
역시나
그놈의 경비지출이 걸림돌이되어 무산되었다.
기껏해야 몇백만원만 들이면
볼쌍사납게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서
옛날상호를 가리는 우스꽝스런 통장으로 만들지는 않아도 될텐데...
돈 몇푼(?)이 아까워
귀한 고객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할 수는 없는일이 아닌가?
아님, 그 고객분들이
아, 참으로 알뜰한 은행이구나...하고
감동할까?
가끔,
채무상환을 협상할 때가 있다.
혹시...몰래 꼬불쳐논(?) 돈이 있지는 않을까?
부동산을 빼돌려 놓지는 않았을까?
이놈이 사기꾼은 아닌가...요리조리 뜯어보고
어쩌다
눈물이라도 흘리며 매달리는 아주머니를 만나면
감정에 호소할려고 일부러 눈물을 짜는 것이라고 외면해버리는
그런 야박한 상황을 연출하면,
이내 상대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
"먹고 죽을래도 이 것밖에 없으니
이 돈으로 끝내든지
아니면, 포기하든지 맘대로 하쇼...."
그런 순간이 되면
으례 직업의식이 발동한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한다
그 것이 회사에 도움이되고 잘하는 짓이다...
라는.
그 알량한 믿음으로 무장된 나는
조금씩 조금씩 상환금액을 높여서 제시한다.
채무자도 처음엔 잘 따라온다.
그러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이런저런 계산을 해보곤
채무자는 결국 한마디한다.
맘 대로 하시오!!!!
그나마 확보되었던 금액마저 날아가는 순간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이
한쪽은 몇십억, 몇백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어찌보면 사기꾼같은 사람들이고
또다른 한쪽은
몇만원이 아쉬워 울고불고하는 사람들이다.
사기꾼 같은 놈들의 돈을 좀 뺏어다
한두푼에 천당지옥을 오가는
저 희망 잃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법은 없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