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왜 안보냐고 성화를하기 시작한다.
잘 떠지지않는 눈을 억지로 들어보니
5시 50분...
아휴
오늘 출근 안하는 날인데...
알람을 늦춰놔야하는데 깜빡했다고 생각하곤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삐뽀삐뽀...
가만히 생각해보니 알람이 아니고
문자왔다는 신호였다.
아침부터 누구야...짜증을 부리며 문자를 보니
"형수님 생일 축하해용....지은이 대학....(생략)"
광주에 있는 막내가 지 형수 생일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낸거다.
자식...기특도 하다.
내가 잊기라도 했을까봐 내 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어릴때 지놈 학교 뒷바라지하고 새벽밥 먹여준걸
지금도 고맙게 생각해주는 귀여운 막내다.
잠시 깜빡한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7시 반.
눈은 떴으나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있는 내영이에게
생일 축하해~~라고 낯간지러운 한마디를 건넸다.
생일선물 뭐해줄까?...
묻기는 했지만 실은 뭔가 해달라고하면 돈이 없는데 어쩌지?하는 근심도
함께 있던터라 내심 긴장이되었는데
"선물은 뭐....설거지나 좀..."
그래?
다행이다. 돈이 없는줄 아는가보다.
있다가 저녁때 외식이나할 요량이었는데
그래도 선물없이 지나갈려니 어째 좀 찜찜했다.
설거지 정도야 평소 단련된 상황이니 어려울것 없다.
주섬주섬 싱크대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시작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내영이가 받으며 싱글벙글한다.
"그럼~~미역국은 정서방하고 애들이 끓여줘서 맛있게 먹었고...
지금 정서방이 설거지해준다~~"
애교부리며 자랑하는 투가 꼭 애들같다.
근데....
미역국은 어떻게하지?
좀 있으니 또 전화가 온다.
"응, 동서...미역국? 먹었지...아주버님하고 애들이 끓여줘서..."
애고
더 이상 들을려니 낯간지럽다.
왜 자꾸 거짓말을하지?
그렇지 않아도 미안해 죽겠는데....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미역을 사러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엊저녁,
TV보며 여유를 부리다가
내영이와 그 친구가 전화통화하는걸 우연히 듣게되었다.
"우리 지은이?....
말도 마...
어찌나 고생하고 불쌍한지 몰라..."
곁에서 같이 TV에 빠져있던 지은이가 귀를 쫑긋 세운다.
"원체 예고애들이랑 실력 차이가 나서 지도 힘들지뭐.
피아노 연습한다고 요즘은 거의 맨날 밤새워.
새벽에 레슨실 잡는다고 나가서 밤까지 연습하고 오지...
집에와서도 잠시도 못쉬고 연습하지...불쌍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