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일이 많은 사람,
뭔가 할려고 바둥바둥 대는 사람,
죽으나 사나 주구장창 하는 사람...
모두가
하고잡이를 이르는 말이다.(물론, 나의 자의적 해석이지만...)
우리 업계(?)의 공공연한 공식이 바로
"하고잡이한테는 못 당한다" 는 것이다.
세상의 성공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워낙 뛰어난 천부적 재능이 있어 남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이
혼자 독주하는 성공이요,
다른 하나는,
타고난 재능은 완전 젬병인데
노력 하나로 극복하고 남들보다 앞서가는 성공이 그것이다.
하여,
하고잡이를 말할때는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원래가 뛰어나다면 노력할 필요가 없을테니...
비슷한 말로 환자가 있다.
테니스가 없으면 세상 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
세상의 모든걸 테니스와 연관시키고
하루하루가 모자라 일주일의 일기예보를 꿰뚫고 사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좋아하는 것이다.
테니스가 인생 그 자체이고 행복 그 자체인 삶.
거기에
조금의 욕심이 가미되면....
포핸드를 조금만 더 파워있게 치고 싶고
백핸드 탑스핀을 구사하고 싶고
스매쉬를 좀 더 확실하게 하고 싶은....
그런 욕심을 조금이라도 갖고있다면
그는 하고잡이에 속하게 된다.
왜냐하면
단순히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서
원하는, 목표하는 샷에 이르기까지 줄창~ 연습할테니...
개금과 가야 삐알에만도
하고잡이가 몇 있다.
온라인 상으론
SKY클럽에 "하고잡이"가 있고
불나비클럽에 "하고지비"가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이름자체에서부터 하고잡이 내공이 물씬 풍긴다.
실제로 그들은 클럽내 분위기를 주도하고
실력향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는 사람들이다.
이름하여 진정한 하고잡이들...
오프라인상으론,
동서대조기회의 총무님이 이 부류에 속한다.
오후 4시에 출근하여 밤새 근무하고
다음날 새벽 6시에 퇴근하여
곧바로 코트에 온다.
그때부터 스트록 연습, 게임을 반복하며
12시까지 친다.
그리곤,
나를 볼때마다
이게 안된다, 저게 안된다...
백핸드 가르쳐달라,
서브 가르쳐달라고 조른다.
이럴때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하나라도 더 배울려고하니
얼나마 이쁜가?
실제론 가르쳐달라고 하는것만 하는게아니라
다른것도 더 가르쳐준다.
사실, 가르쳐준다고는 하지만
코치만큼의 수준이 되는 것도아니고
내 자신의 실력도 형편없는 수준이라
그저 반복 연습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기능이란 것이 반복연습이기에
자꾸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업(UP) 되는게 아닐까?
그 일념하나로 버티는 것이다.
하고잡이 이 친구의 테니스 입문이
지난주에 만 1년이 되었다.
구력 1년.
하지만 그 친구 치는거 보면
구력 1년이 믿기지 않는다.
스트록도 파워있고 발리도 스매시도 서브도
못하는거 없이 고루 다 한다.
다만, 좀 더 정교한 맛이 떨어지는게 흠이긴 하지만
그거야 그야말로 구력이 말해주는 것이니
세월이 흐르면 자연히 치유될일인 것이다.
하긴,
1년이라곤 하지만
실제 공치는 양으로 보면
주말테니스 하는 사람의 3~4배는 많이 친다.
그친구는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치고있으니
다른 사람들 3년 친거랑 같은 양이니까.
가끔씩, 3년전쯤의 나를 보는거 같은 생각에
더 정이가서 살갑게 대해준다.
3년전 어느 겨울날에
살을 에는 듯한 찬 공기에 볼을 비비고 손을 호호불며
국제백양 코트에서 레슨을 받고
조금이라도 더 연습할 욕심에 혼자 서브연습하다가
막테형님을 만났다.
그때 까지만해도 아마 내 눈에 생기가 조금은 돌았는가보다
열심히 운동하는 열정을 형님께서 이쁘게 보시고
같이 운동하자고 클럽을 소개해 주시고...
그런 인연으로
오늘 이렇게 좋은 형님, 형수님들과
한 울타리 안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행운을 잡았으니....
이도 어찌보면
그 당시의 "하고잡이" 열정 탓일게다.
하고잡이한테는 정말 이길 수가 없는 걸까?
결론은 그렇다,,,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잘 생각은 나질 않지만
어느 책에서(아님, 인터넷인가?) 본 내용중에 이런게 있다.
『고등학교 선수가 1년치는 공의 양이
동호인 평생 치는 양하고 같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인거 같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은 학과공부를 제껴놓고
오로지 운동에만 매달리는게 현실이니...
기껏해야 주말에만 라켓 둘러메고 쫄레쫄레 코트를 어슬렁거리는
주말족이야 말할 것도 없겠거니와
나처럼 일주일에 세네번은 치는 사람도
고작 하루에 3시간 정도이니
(그것도 한번씩 쉬어가면서 번갈아 게임하고...)
일주일량 다 합쳐봐야 선수들 하루 분량이나 되겠는가?
선수들은 하루에 단식을 8게임, 9게임을하고
또 연습도 따로 하고...
그러니 어쩌면 반나절 분량도 안될 수 있는거 아니겠나?
매일 레슨 받고
매일 나이트게임 즐기는 진정한 하고잡이라하면
그래도 선수의 하루분량쯤은 족히 될테고...
테니스도 하나의 기능이기에
반복훈련으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는 점을 감안해보면
주말테니스를 즐기는 즐테족이
하고잡이를 이길 수 없음은 당연한 일 아닌가?
동호인이 선수를 이길 수 없듯이...
인생 뭐 있나?
즐기면 되지...할 수도있다.
그렇다. 그래서 우린 즐테를 외친다.
하지만,
밋밋한 인생살이에
가끔 한번씩은 신선한 바람이 불어야 재미가 더하듯
즐테족 속에
하고잡이가 하나 둘 끼어있으면,
그래서 그들이 바람의 역할을 한다면
이 또한
살 맛나는 테니스가 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