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술이 테니스에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선배나 지도자들로부터 전수받은 고수의 비결이 바로
술자리이다.
사실,
술한잔하며 주고받는 레슨이 얼마나 많고 귀중한가?
자칫 싫어하거나 자존심 상할 수도 있는 단점을
자연스레 얘기할 수 있고
또 지도자나 고수는 그 대처방안을 술술 풀어놓지 않는가?
그 때만큼은 무슨 애제자라도 되는 양
열과 성의를 다해 코치해주게된다.
참으로 귀한 자리인 셈이다.
그래서인가?
어쩌다 고수나 지도자를 초빙하여 한 수 가르침을 받으면
으례껏 식사대접이나 술한잔 대접하는게 일상이다.
하수는 한 수 배워서 좋고
고수는 배부르니 좋고
이것이 세상사는 재미이기도 하고....
그제 저녁,
회사 퇴근길에 모클럽에 들렀다.
엎어지면 코 닿을데라 낮이건 밤이건 심심하면 들러서
레슨생들 구경을 하곤 했던곳이다.
마침 공치는 사람들이 몇명 안되길래
비상용 옷과 신발로 무장하고 한게임했다.
거기서 만난 대단한 고수들...
왜소한 체격인데 어디서 그렇게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나오는지?
그 어떤 어려운 공이 가도 쉽게 받아내는 여유가
필시 뭔가 달라보였다.
간혹 상상 못할 에러를 하긴하지만...
한 수 지도 잘받고났는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저...볼이 너무 좋으신데...어디서....?
아..예....저...
옆에서 고수의 파트너였던 사람이 한마디거든다.
제 제자입니다...
아...예....예???
그렇게 잘치는데 무슨 레슨을???
부끄러운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말문을 연다.
몇년전에 제대로 미쳤었는데
몸이 안좋고 일이 있어서 오랫동안 라켓을 놓았다가
작년가을부터 몸 만들려고 레슨을 시작했다고....
그 옆의 또 다른 사람이 한마디 더 거든다.
이 분은 한전에서 레슨중인 권모 코치샘이라고.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그 작은체구의 고수는 4~5년전 해냄의 금배선수였고
권모 코치는 동래중, 동래고를 나온
정통파 선수라고...
역시나,
볼살이 장난아니더라니....
즐겁게 한게임 더하고
자연스럽게 저녁자리로 이동,
예의 그 이빨테니스가 시작되었다.
일순배 이순배 거듭됨에 따라
분위기는 고조되고
따라서 목소리 톤도 자연스럽게 한옥타브가 올라간다.
누구의 제안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어느덧 소맥 폭탄이 돌기 시작했고
점점 한마디한마디 하기가 힘들어지고
또한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상황에 이르러서야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최고 어르신의 "한 사람도 빠짐없이..."라는 호령에
정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호프집에 집결.
어느 순간부터인지 다들 형, 동생이 되어있었다.
오늘 처음 얼굴을 대한 사람들이란게 믿기지 않았다.
인연 또한 희한하다.
술기운을 빌어 족보를 확인해 본즉,
권모 코치는 내가 좋아하는 코치의 아끼는 후배이자
현재 해냄이 운동하고있는 동서대 선수인 정수 선배.
함께온 그 공잘치는 고수는 옛날 해냄의 식구로
따지고 보면 나의 입회 선배인셈.
제일 어르신인 권감독님은 3년전 내가 라켓하나들고
테니스 배워볼끼라고 여기저기 기웃거릴때부터 지켜봐서 안다고한다...
또 한사람은 해냄클럽 박모 여성지도자의 애제자이자 테사모회원.
다른 한 사람은 우리회사 고객.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굉장한 우량고객이시다.
그러보 보니
이리저리 끈을 이어보면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저녁자리도 내가 평소 회식때 애용하던 와돈삼겹살집.
식당의 젊은 사장이
나를 특히나 반겨주니 함께한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난 괜히 어깨에 힘이 살짝...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야말로 테니스가 아니라면
도저히 부딪힐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어울려
세상을 논하는 것이다.
참으로 희한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아들, 딸, 사모님과 함께 네식구가 모두 클럽회원이라는
대단한 테니스가족 권모 감독님이 자연스럽게 형님이 되었다.
고3인 이쁜 딸을 운동시킬려고
온갖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다는 형님.
그 결과 이젠 어느 누구랑 붙어도 꿀리지 않는다고...
선수들과도 맞상대가 된다고...은근히 자랑하신다.
정작 본인은 못하지만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냥, 무작정 좋다는
진정한 테니스 매니아...
형님이 즉석에서 제안한 빅이벤트가 무척 기대된다.
요즘 한창 상한가를 치고있는 손동* 아우와
부산시 금배인 김용* 선수가 한팀하고
권모 코치와 따님이 한팀이 되어
이번주 토요일 내기시합을 하자고...
간단한 조인식이 있고난후 반드시 참석하라는 명령을 함께 받았다.
즐거운 자리...
테니스로 인해,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술한잔하는
즐겁고 행복한 자리...
인생의 선배를 만나고
그래서 기꺼이 형, 동생의 연을 맺고
즐거움을 나누며 정을 쌓아가는 자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