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쯤,
중학교 첫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한창 시험공부에 열중하던 작은딸이
슬며시 내게 다가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자기란걸 표현이나하듯
측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답이 뭐야?"
들여다 보니 도덕문제였고
난 아무리 이쁘고 귀여운 딸내미이지만
어떻게 도덕문제를 몰라서 물어보나 싶어
약간은 바보같다는 빈정거림을 섞어 문제를 받아들었다.
- 문제 -
등교길에 언덕배기에서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가고있는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학교시작시간이 5분밖에 안 남은 상황이어서 할아버지를 도와주면 당연히 학교에 늦게된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아래의 두 학생중 누가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가?
A학생 - 할아버지를 생각해서는 당연히 밀어줘야하겠지만 그렇게하면
학교에 늦을게 뻔하므로 할 수 없이 그냥갈 수 밖에 없다.
B학생 - 학교에 늦을지라도 힘든 할아버지를 도와줘야한다.
누가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걸까?
잠시 망설였지만
과감히 A라고 답했다.
아빠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는 기쁘게 자리로 돌아가
다시 공부에 몰두했다.
헌데,
잠시후, 딸내미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며 달려왔다.
아빤 이것도 몰라!!!
답이 틀렸다.
아, 이럴수가....
왜 그렇지?
내가 이상한건가?????
자존심도 상하고 딸이 걱정되기도하여
같이 몇문제를 더 풀어봤다.
그런데 역시나 보통일이 아니었다.
5문제중에 3개를 틀렸다.
모든 문제가 알쏭달쏭하였고
결국 교과서와 인터넷을 이용하여 정답을 확인한후
보충설명하면서 구겨진 체면을 만회하려고 애썼다.
이미 추락한 이미지를 어쩔 수 는 없지만....
중학교 1학년 문제,
그것도 옛날 우리 학창시절엔 전혀 시험공부라곤 해보지않았던 도덕.
그게 장난이 아니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동료직원에게 이 문제를 내봤다.
그 직원도 똑같이 A라고한다.
B는 도덕적사고라는 설명까지 붙여가며...
웃을 수 밖에.
나만이 아니라 어른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는걸까?
그렇다면 다행이긴한데...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직원도 하도 이상해서 마침 딸이 중1이라 그 문제를 딸한테 냈더니
대뜸 B라고 하더란다.
그러면서 그것도 문제라고 내냐고 핀잔까지 주면서...
허참...
아이들의 눈높이로 보는것과
어른이 서로 다른걸까?
아님,
세월이 흐르면서 도덕이 변했나?
지난주 시험에서
결국 사고를쳤다.
도덕에서만 6개를 틀렸단다.
이런!!!
시무룩한 표정으로 딸내미 하는말,
"난 도덕성이 없는 여자야..."
그저 웃어 넘길 수 밖에....
어제 갑자기 내영이에게서 전화가왔다.
지현이가 전교1등했다고...
믿기지가 않았다.
도덕이 6개나 틀린
도덕성이 없는 여자가 어떻게 1등을 할 수 있나?
그것도 전교1등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도덕은 다른 애들도 다 못봤고
도덕을 제외한 다른과목은 대부분 만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