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작 18:00를 이제 겨우 5분 남겨놨는데
아직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있는 윤사마 선수.
무려 1시간이나 일찍와서 스트레칭에 스트록에 스매싱을 연습하고
이제 결전을 준비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계신 큰형님,
자꾸만 시계에 눈이 갑니다.
속으론 틀림없이 '저 시계가 왜이리 늦게가는거야?' 하시며
은근히 윤사마가 시간안에 도착을 안하여
자동 기권처리 되길 바라고 계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총무님과 회장님이 솔질을 합니다.
회원들의 빅 대결을 위해 손수 집행부가 나서는 거지요.
산뜻하게 단장한 코트에
경기이사가 라인을 쌈빡하게 새로 긋고
모든 회원들이 A 코트에 집결하여 죽~~ 둘러섭니다.
군데군데서 놀이 가자고 아우성입니다.
고춧가루형님이 바람을 잡고
막테형님이 줄을 세웁니다.
윤사마 승리에 한사람, 두사람,...
큰형님 승리에 한사람, 두사람,세사람,....무려 8명입니다.
우와!!! 뭘 믿고 저런 대담한 내기를????
(아마도, 윤사마의 기권처리를 기대하는가 봅니다...)
그때, 갑자기 환호성이 울립니다.
문을 삐죽 열고 윤사마가 등장합니다.
숨을 헐떡입니다.
기권처리 안당할려고 뛰어온 듯.
경기이사가 두 선수를 불러 세우고
경기규칙을 간단히 설명한 후 라인업에 들어갑니다.
무릅보호대를하고 머리에 나이키 띠를 두른 큰형님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윤사마가 큰형님의 기세에 약간 움찔하였고
관중의 일방적인 큰형님 응원에 약간 이마를 찌푸립니다.
내심, 어디 한번 죽어봐라...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큰형님의 서브가 윤사마 백쪽으로 멋지게 들어갔고
이를 윤사마는 본인이 제일 잘하는 슬라이스로 리턴을 합니다.
네트위를 거의 붙어서가는 볼,
자로 잰다면 아마도 10㎝ 내외일 듯 보이는 멋진 슬라이스가 작렬했고
큰형님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맞받아칩니다.
몇번의 랠리가 계속되었고
자신의 스트록 한방이면 쉽게 끝날거라 생각했던 윤사마가
큰형님의 계속되는 응수에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윤사마가 이를 악 물고
강력한 포핸드를 날렸습니다.
오른쪽 구석을 향해 날아가는 볼,
그러나 관중들은 이미 압니다.
그 볼은 보나마나 아웃인 것을.
관중들 입에서 "아~~" 가 터져나옵니다.
"아웃"을 외칠려고 하는데,
그 순간 큰형님이 그 볼을 얼떨결에 받아냅니다.
아...넘, 아쉽습니다.
그냥 놔두면 아웃인데...
윤사마는 휴우하고 한숨을 돌렸고
큰형님은 아이고를 외치며 원통해합니다.
다시 랠리가 몇번 계속됩니다.
구석 구석을 찌르는 윤사마의 정교한 스트록을
가히 가공할 스피드로 쫓아가 받아 넘깁니다.
어떨땐 스트레이트 다운더라인으로 치고
밀려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땐 로브를 올립니다.
벌써 30번째 랠리가 계속되고있습니다.
윤사마가 슬슬 짜증이 나는지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반면에 큰형님은 아직 여유만만입니다.
어디 쳐볼테면 쳐봐라...하는 듯 보입니다.
윤사마가 회심의 일격이라도 날릴 요량으로
아주 크게 원을 그리며 테이크백을 하고는
원한관계있는 적군을 후려패듯 라켓을 휘두르더니
정작 공은 안 맞히고
허공에다 헛스윙을 하고
대신, 살짝 숏트를 놓습니다.
굉장히 강력한 스트록을 예상했던 큰형님이 무척 놀랬습니다.
그러나 이미 볼은 네트를 타고 넘어와서는 바로 제자리에 탁 서버립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무작정 네트를 향해 돌진,
마지막발을 길게 슬라이딩합니다.
관중들이 숨을 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이 볼을 못넘길거라 생각도 하는가봅니다.
하지만 큰형님이 누굽니까?
매일 아침에 광무여중 교단에서 맨손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
절말 대단한 체력과 지구력의 소유자 아니겠습니까?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마지막 한발의 슬라이딩과동시에 라켓을 뻗었고
볼은 그 라켓의 프레임에 맞고는 위로 통~하고 튀어오릅니다.
헉!
그 순간 모두가 놀래자빠졌습니다.
못받을줄 알았던 볼을 받아 넘긴것도 대단한데
그 볼이 네트위에 올라 앉아버린겁니다.
볼이 오도가도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습니다.
윤사마에겐 무척이나 다행한 순간입니다.
당연히 못받을거라 생각하고 한숨 돌리고
베이스라인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예상치도 못한상황에서
볼이 리턴이되었으니...
더구나 볼이 바로 넘어갔더라면 윤사마는 꼼짝없이 당했을겁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볼이 네트위에서 잠시 쉬는 바람에
달려올 시간을 벌었고
이제, 이볼의 향방에 따라 희비가 갈리게된거지요.
갑자기 볼이 구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때마침 윤사마쪽으로 부는 바람을 업고
윤사마쪽으로 똑 떨어졌습니다.
와!!!하는 함성이 터졌습니다.
두 선수 모두에게 다행한 상황이 벌어진거지요.
큰형님 쪽으로 떨어졌으면 큰형님 실점인데
다행히도 윤사마쪽으로 떨어졌고
윤사마는 윤사마대로 이미 준비를 하고있으니 받아내는데 힘들지 않고...
다시 랠리가 계속됩니다.
이제 막 100번째를 넘겼고
시간이 10분이나 흘렀습니다.
처음엔 무척이나 긴장되고 즐거웠는데
한 포인트 가지고 10분째 저러고 있으니
관중들이 슬슬 지치기 시작합니다.
웅성웅성 소리도 들립니다.
긴급회의가 소집되었지요
프로모터 흥섭형님이 양측 감독을 불러세웁니다.
시간도 없고
너무 팽팽하여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관중들도 지치고하니
한 포인트로 결정내자...고 제안합니다.
윤사마측 감독인 고춧가루형님이 잠시 망설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참 젊은데 장기전가면 유리하지 않을까???
막테형님도 손익계산을 따지느라 뇌세포가 바쁘게 돌아갑니다.
연륜이 있으신만큼 노련하고
또 체력도 윤사마한테 전혀 꿀리지 않으니 유리하지 않을까?
갑자기 관중들이 들고일어납니다.
한포인트로 끝내자!!!!
양측 감독이
심히 못마땅하긴하지만 관중들을 위해서 결단을 대린다고 발표합니다.
그사이 랠리는 120회를 넘고있었고
선수나 관중이나 모두 지쳐가고있었습니다.
처음과 같은 강력한 스트록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빈 곳을 찾아 찌르는 로브만이 왔다갔다합니다.
그 공을 따라 고개를 좌로 우로 돌리던 관중들이
그나마도 힘들어서 아예 고개를 중앙에 고정시킵니다.
에이~~~
될대로 돼라,
아무나 이겨라....
한쪽에선 이런 푸념이 들렸고
또 한쪽에선 힘내라 힘...하는 응원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치고있었습니다.
윤사마가
야앗!!! 하며 기합을 넣으며 갑작스런 백슬라이스로
큰형님의 왼쪽 구석을 절묘하게 찌릅니다.
느닷없는 강공에 흠칫 놀란 큰형님이 냅다 달립니다.
얏!!!...
거의 넘어질듯 하면서 라켓을 왼손으로 옮겨쥐고 휘두릅니다.
그리곤 쓰러져버립니다.
이런,...
볼은 하늘로 붕~~하고 높게 치솟았고
관중들은 놀라 입을 벌립니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많은 말들이 오고갑니다.
그냥 포기하시지...
다치지는 않으셨나???
걱정이 무척 많았지만 아직은 경기가 진행중이라
섣불리 선수를 일으켜 세울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막테형님을 비롯한 수많은 응원군들이
안타깝게 큰형님을 주시합니다.
빨랑 일어나십시요..하고 간절히 기도를 드리면서....
그 순간,
윤사마의 미소를 빼앗아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B코트 펜스 옆에서
갑자기 커다란 공이 하늘로 솟구쳐오르더니
우리코트로 날아오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