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과,
얼기설기 엉킨 돌뿌리 비탈길,
개울을 따라 듬성듬성 놓인 돌다리를 건너는 길이 무려 10리길...
그길을
조막발로 2년을 다니고 시내로 전학을 왔다.
산골소년시절인 2년동안 등교한 날이 손꼽아보면
겨우 100일이나 될라나?
학교를 거의 가는둥 마는둥 했다.
기억에 남는건
학교가기싫어서 빈둥대다가 엄마한테 혼나고
그래도 개기면 몽둥이로 맞고
어쩌다 "학교갈래, 밭에가서 일할래?"하고 협상안이 들어오면
냉큼 호미들고 낫들고 밭으로 향하고...
겨우겨우 추스려서 학교에 가다가도 친구들과 어울려
산으로 줄행랑.
신나게 놀다가 시간 맞춰 집으로 돌아가고...
시골에서의 2년세월은 선생님에대한 기억은 없다.
아예 공부에대한 기억조차 없으니...
시내로 전학하면서 언제 그랬냐는듯 180도 다른 사람이 됐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했고.
어느날
전학온지 얼마되지않은 3학년 언제쯤,
한창 열심히 설명하시는 선생님의 콧잔등에 뭔가 반짝거리는게 보였다.
하얗게 보이는게 영락없는 분필가루.
어떡하지?
말해줄까 말까?
선생님이 괜히 미안해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혼자 고민하는데 기회가 왔다.
문제를 풀어보라고하시곤 잠시 학생들을 둘러보시느라 교탁을 내려오셨다.
내 앞을 지날때 용기를 내 "선생님" 하고 불렀다.
"응, 왜?"
고개를 숙여 내게 얼굴을 내미셨다.
헉! 근데 이게뭔가?
아까 분필가루라고 생각됐던 그 하얀빛깔의 정체는?
가까이서 자세히보니
그냥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로션을 바른 얼굴에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살이 비쳐서 번짝거린 것.
" 아...아니예요..."
민망해 죽는줄알았다.
그 사실을 아직 고백하지 않았는데
그 잘생긴 "민준기" 선생님께 옛날얘기를 들려줄 기회가 올까?
6학년이 되면서
서서히 인생(?)을 알게되고 진로를 걱정하게될즈음
너무나 큰 은혜를 입은 "조대식" 선생님을 만났다.
내게 공부하도록 채찍질도 해줬고
자유교양이라는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독서의 행복도 가르쳐주셨고
가난이 희망을 이기지 못한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셨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있게된 첫 걸음을 안내주신 분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가 커갈수록
공부에 대한 자신과 끼니걱정이 비례하여 커지던 시절
중학교를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어려운 순간에
선생님은 공부를하라고 다그치셨다.
자기만 잘하면 공부는 할 수 있고 그래야만 나중에 사회생활을
폼나게, 후회없이 할 수 있다고.
남들은 다 놀기바쁜 졸업후의 겨울방학동안에
선생님은 참고서, 문제집을 내게 주시며 중학교 입학고사를 준비하라고...
1등하면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그렇게되면 학교는 다닐 수 있지 않냐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긴했지만 그런 정보를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상황이니
내겐 무척이나 유리하고 딴은 고급정보인 셈.
다행히 선생님의 배려덕에 입학고사를 1등했고
어찌어찌 중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여전히 피지 않는 가계 덕분에
신문도 돌리고 학습지도 돌리고 가정교사도 하면서
중학교 3년을 마칠 수 있었는데
고비는 또 찾아왔다.
고등학교 진학을 어떻게 할지가 그것.
3학년때 담임이신 "임종환" 선생님은 늘 나의 든든한 후원자이셨다.
나보다 더 내 진로를 걱정해주신 분.
여러날, 여러달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취직이 그 어느것보다 우선이라는 것.
그래서 고등학교는 취직이 잘되는 상업계를 진학하라고...
그당시는 대부분 생활이 어려워서인지 상업계가 제일 성적이 좋았는데
내 고교입학시헙성적으론 원주로 유학을해도 웬만한 학교는 1등입학이 되는데
그놈의 돈이 없으니 입학을 한들 통학은 어찌할지가 막막한 상황.
그래서 결정한게 고향의 상업고등학교.
다행히도 입학부터 졸업때까지 장학생의 신분으로 학비걱정은 없었다.
대신, 남들과 달리 먹는걸 걱정했지만...
내게,
담은 한푼이라도 들려줄 요량으로
자신의 아들 딸들 과외를 내게 시키신 "김영선" 선생님.
중학교 고등학교 기간 6년동안을 늘 보살펴주시며 감싸주신 "박상식" 선생님.
재미있는 고교시절 추억을 선물해주신 "장대연"선생님.
'사랑의 매'에대한 교훈과 값어치를 몸소 가르쳐주신"곽희청" 선생님.
시골 촌놈이 서울로 제일은행 입사시험 보러갈때
친히 당신의 집을 숙소로 제공해주시고 길을 안내해주신 "허00" 선생님
(갑자기 선생님의 함자가 생각이 안난다. 이런 불충이....)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괜히 어울리지 않게 경제를 탓하면서
다음에, 다음에...하며 미루어온 선생님에대한 안부인사.
이젠,
그 분들의 가르침과 은혜로 이만큼 커서 잘살고 있다는걸 보여줘야하는데,
결코 잊지않고 가슴에 새기고 있음을 알려드려야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