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부터 연락을 받아왔고
한달전 서울가서 뵙고 온 뒤론
일주일이 멀다하고 틀림없이 오냐는 확인전화에 시달린 터라
안갈래야 안갈 수 없는 결혼식에 참석차 오랫만에 한양나들이를 했다.
생전 보지도 못한 처이모님 딸내미 결혼식.
이종사촌동생인데 한번도 본적이 없다.
거리도 거리이고 이만저만한 사정이 있어서...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아직 채 가시지가 않아
부슬부슬 그 끝을 흐리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우산을 안쓰면 젖을 판이었다.
우산을 쓰자니 귀찮고,
그렇다고 안 쓸려니 비 맞는게 싫고...
평소엔 줄잡아 50여미터는 족히 됨직해 보이던 대기택시들의 행렬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택시를 구경할 수 가 없다.
당연히 여기에 택시가 있을꺼라 믿고 느긋하게 나왔는데...
한 5분여를 기다려도 택시가 안보이자
내영이가 설치기 시작한다.
어쩌지? 어떡해? 늦는거 아냐?...
한 10여분 가까이 기다려 겨우 택시를 탔고
다행이 막히지 않아서 여유있게 KTX를 탔다.
2시간 40분.
부산에서 출발해서 서울역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무지하게 빠르다.
이 놈 덕분에 서울이 멀어서 못간다는 말도 이젠 안통하게됐다.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헉!
그야말로 헉!이다.
숨이 탁 막힌다.
부산은 비가와서 우산을 챙겨들고 왔는데
서울은 비는 커녕 해가 쨍쨍.
너무 덥다.
아, 이런곳에서 어떻게 살지?
머리위에선 이글이글타는 태양열,
땅에선 후꾼후끈한 아스팔트 열기,
거리에선 온통 시끄러운 소리들....
물건파는 아낙의 호객행위, 데모행렬의 선동적인 구호,
상가에선 쿵쾅쿵쾅, 빽빽 지저대는 고막을 괴롭히는 노랫소리...
아, 괴롭다.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하루를 어찌 보냈는지....
나 원참...
결혼식장에서 옛추억 떠올리며 잠시 감회에 젖고,
생전 처음보는 친지분들 소개받고 인사하느라 정신없었고
잔칫집 음식으로 배터지게 먹고
자고 내일 가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귀가길에 올랐다.
딱 20년전에
내가 근무하던 제일은행 개봉동지점에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곳이어서
자신있게 광명역으로가는 22번 버스를 탔는데(번호는 물어보고)
한 20여분을 가더니 갑자기 차가 서면서 내리라고 기사님이 소리친다.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밖에 없다.
"예?..."
"종점입니다 내리세요..."
애고...
이거이 뭔 일이다냐?
당황해서 물어보니
길을 건너가서 12번을 타면 KTX광명역에 간다. 한 40분쯤 걸린다...고.
얘기인 즉은,
22번도 가는게 있고 안가는게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