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요란한 알람소리에 내가 덩달아 잠이 깨서는
정작 그 알람에 의해 일어나야할 현이를 흔들어 깨우게 되는데
좀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 붙들고 한참을 실랑이 하는
그 때를 제외하곤
큰소리 한번 안치고
짜증 한번 안부리고 지금껏 살고있다.
시험기간이라
온 동네, 온 학원 뒤져서 문제지 구해다 갖다주면
혼자서 뚝딱해치운다.
교과서 찾아보고, 인터넷 찾아보고...
그러면서도,
왜 학원 안보내주냐고 한마디 안하고
왜 문제지 안사주고 복사해주냐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휴대폰이 없어 가끔 내꺼랑 엄마꺼, 언니꺼 빌려 쓰고
또 가끔은 내 폰으로 친구와의 대화내용이 날아들기도하지만
아직 한번도 휴대폰 사달라고 떼 쓴적이 없다.
어쩌다 사 줄까하고 물어보면
아니, 괜찮아..한다.
지 엄마아빠 돈 없는지 아는 것 같은 기특한 놈이다.
가끔 한번씩
같이 슈퍼라도 가면서 "용돈 모자라지 않아? 더 줄까?" 하고 물으면
괜찮단다. 아직 돈 많이 남아있다고 하면서...
뭘 남아있겠나?
용돈받으면
그 주에 교회헌금으로 대부분 다 나가는걸 아는데....
십일조 떼고, 감사헌금 떼고, 구제헌금에 선교헌금까지 떼면
진짜 남는거 없는데
그래도 아직 돈 달라거나 용돈 올려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들 또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용돈임에도...
학원을 많이 못보내서 늘 미안한 마음인데
지는 지대로 괜찮단다.
EBS 인터넷강의 들으면 된다고하고
문제는 지금처럼 복사해 주면 된다고...
토요일 오후엔 교회에 가서 살고
일요일엔 아침부터 하루종일 교회에 매달려
주일반 초등생들 교사도하고 열린모임 강습도하고
또 때때로 성경퀴즈대회 공부도하고 봉사도하고
그런 틈틈히 공부를 하고...
잔소리를 할래야 할 구석이 없다.
지 엄마눈엔 좀 모자라는 듯 가끔 잔소리가 섞이긴하지만
내 눈엔 마냥 귀여울 따름이다.
언니 성화에 짜증 낼만도 한데 늘 묵묵히 받아주고
학교공부, 숙제, 교회일 어느 것 하나 게을리 하는것없이 잘하고있고
여기저기 학교주변에서도 교회에서도
늘 칭찬을 들으니
아빠로서 여간 기쁘고 즐거운게 아니다.
그러니
이놈은 뭘해도 이쁘다.
어쩌다 늦잠이라도 자면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힘들겠구나 싶어 깨우기 안스러워지고
가게 앞을 지날때면 생각나서 과자하나 사다주고
책상에 앉아 조는 듯 보이면
슬며시 다가가 꼬옥 안아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