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동서대코트에
부산의 내노라하는, 전국대회 우승자 고수가 6명 모였다.
전국랭킹이 최소한 50위권 안에 있고
우승을 몇번씩 해봐서 이젠 우승이란게 별 신선하지도 않은 그들...
자주는 아니더라도
큰 시합 앞두고는 가끔 있는일이다.
해냄에도 전국대회 우승자 홍용을 비롯하여
부산에선 알아주는 고수 몇몇이 있으니
서로들 자주 어울리는 사람들이라
그리 놀랠일은 아니나
우리같은 하수들에겐 더없는 기회인 것이다.
고수들 게임하는거 보면서 한 수 배울 수 있으니...
이번주 양산시합 파트너인 홍용과 짝을 이뤄
나름, 스파링을 가졌다.
상대가 워낙 고수들인지라,
내심 부담도 됐고 걱정도 됐다.
더우기 나와 홍용이는 이제 겨우 두번째 호흡을 마춰보는거라
영 어색하기 짝이 없어
자신도 없고...
시합에 임하는 마음 자세가 이러니
이길 턱이 있나?
실력도 딸리고...
기장의 김** 선수의 볼 터치감각이나
숏발리는 정말 일품이었다.
난 나대로 좀 자신있는 포핸드 스트록을 몇개 작렬시켰는데
상대는 오히려
아무 부담도 느끼지 않는 듯,
편안히 발리를 한다.
그것도 속도를 팍 떨어뜨린 숏발리로
가볍게 득점한다.
힘이 쭉 빠졌다.
나름은 회심의 일격이라고 날린건데
오히려 반격을 당하니,
그것도 아주 쉽게 실점을 했으니...
권** 선수는 그래도 해볼만은 한것 같았다.
화려하다거나 어려운 기술 같은건 쓰질 않았고
대신, 아주 열심히 또박또박 치는 스타일이었다.
황** 선수는
힘 좋고 파워 넘치기로 유명한 선수이다보니
예의 그 무서운 스트록이 계속 작렬했고
거기다
요즘 한참 므르익은 컨트롤 또한 엄청 정교하여
에러가 거의 없었다.
화이팅으론 부산제1이라하는 조** 선수도
그만의 특유의 화이팅과 파워, 기술로 게임을 풀어나갔다.
모두가 수차례 우승을 일궈낸 진정한 고수다운 실력이었다.
해냄의 금배와 동배가 짝이되어 야심차게 한번 도전했으나
전국대회 우승자인 황** 선수와 조** 선수 페어한테
무참히 깨졌다. 그것도 빵을 먹으며...
고수들은 역시 달랐다.
난, 괜히 하는일도 없으면서,
실속도 없으면서
바쁘기는 또 왜 그리 바쁜지...
그러다보니 자세를 완전히 갖추지 못하고 샷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내샷이 날카로울리 없으니
고수의 눈엔 얼마나 쉬운 볼로 보였겠는가?
매번 난 허겁지겁 어렵게 공을 쳐댔고
상대는 아주 편안하게 받아쳤다.
그것도 우리편이 없는 빈 공간만 찾아서 구석구석 찔러서...
그래도 내 짝지가 고수인지라 4게임은 땄다.
다행이다. 피박은 면했으니.
서브도 센것 같지 않은데
왼쪽 몸을 파고 드는 스핀이 강하였고
가끔 한번씩은 깜짝 놀랄정도의 우측으로 깊숙히 빠지는 슬라이스가 들어와
손도 못대고 에이스를 헌납했다.
공 하나하나의 기술도 기술이지만
게임을 운영하는 전체적인 운영능력도,
서브구질과 코스를 순간순간 바꾸는 머리회전도 엄청 빠르고 좋아보였다.
그런 고수들이
엄청나게 나는 실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매번의 게임을 매우 성실하게하는게 놀라웠다.
오히려 우리같은 하수들은
상대가 영 아니다 싶으면
그저 대충대충 치면서
가끔은 히히덕 대기도하는데
그들은 전혀 그러질 않았다.
매우 신중했고
매 샷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쳤으며
어쩌다 실수라도 하면
그 동작을 여러번 다시 되풀이하며 뭐라 혼자 중얼거리기도했다.
자기들 나름의 마인드컨트롤인듯 했다.
우리들처럼 서브리턴을 어렵게 하지않았고
그 리턴으로 득점할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우리처럼 평범한 스트록에러는 거의 없었고
우리같은 하수들처럼 스트록으로 무슨 큰일이라도 낼듯이 덤벼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상대가 받아치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록을 했고
빈 곳이 생기면 그곳을 깊숙히 찔렀다.
스매싱은 확실했고
서브도 매우 안정적으로 더블폴트는 없었다.
저런것이 고수구나..싶었다.
쉴새없이 스플릿스텝을 했고
자세는 완전히 땅바닥에 붙어서 기는 듯 낮게 유지했으며
무척 열심히, 성실히 게임을 하는 고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