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강렬한 햇볕이 세상을 달굴때면
테니스고 뭐고 다 때려치고
그저,
공기좋은 산속에 틀어박혀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세상사는 얘기나 하는게 최고일텐데
그것도 한낱 희망사항일 뿐,
햇살이 쪼매만 누그러져도
언제 그런생각했냐는 듯,
나도 모르게 라켓 둘러메고
코트를 향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야말로 심한 중독증상...
살 타는게 무서워 긴 옷으로 무장하고
선크림 바르고
모자 푹 눌러쓰고
그리고 햇빛에 눈살 찌푸리지않으려고 선그라스도 낀다.
선그라스...
내가 부러워하는 몇 안되는 것중 하나다.
리어카 진열대가 쭉 늘어선 길거리를 거닐때,
혹은 안경점을 지날때
내 발목을 잡는 것이 다름아닌 선그라스다.
참으로 예쁘고 멋진 것들이 즐비하다.
근데,
내겐 그저 그림의 떡.
나같은 안경잡이들은 대부분 공감할것으로 생각된다.
선그라스에 도수를 넣어야하니
시장에서 파는 값싸고 멋진 선그라스들은 아예 꿈도 못꾸고
오로지 안경점에서 맞춰야하고
나처럼 눈이 많이 나쁜 사람은 더구나 압축 열처리해야하니
며칠씩 걸려서 제작을 해야한다.
그러니 자연히 값도 비싸지고...
어쩌다보니 버릇이 하나 생겼다.
남들이 쓰고있는 선그라스를 유심히 보는...
그러다 멋있는 걸 발견하면
그사람이 안경을 썼는지 안썼는지 더 자세히보고
만약 안경을 썼으면 어떻게든 구입방법을 물어본다.
2주전에 인터넷에서 선그라스를 하나 샀다.
샐리님이 하고있는 선그라스가 평소 샘이 났던터라
늘 구입방법을 연구하던차에
인터넷을 뒤져서 비슷한걸 찾은것이다.
그것 역시도 모자에 부착하는 형이라
게임중에는 자꾸 흔들려서 제대로 효과를 누리지 못하지만
그런대로 만족한다.
내가 갖고있는 게 모두 5개.
그중 2개는 모자에 부착해서 쓰는 것이고
하나는 짙은 검은색으로 전형적인 선그라스.
또하나는 안경에 부착하여 썼다 뺐다하는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햇볕양에 따라 변하는 체인지칼라형...
3년전에 딸내미들한테 생일선물로 받은 거라서 제일 아끼는 거다.
햇볕이 없는 실내에서는 여느 안경하고 똑같지만
햇볕에 나가면 바로 선그라스로 변한다.
그래서 편하게 제일 많이 사용하긴했는데...
그런데, 결정적으로 불편한게 있다.
시력이 항상 일정하면 모르겠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나빠지는게 당연한일.
그러면 알을 다시 바꿔야한다.
실제로 올 초에 눈이 조금 더 나빠져서 도수를 한단계 높인 상태이므로
이 안경에 익숙해져서 이젠 기존의 선그라스를 끼면 안맞는다.
불편이 한둘이 아니다.
도수를 넣은 고글형 선그라스는 좌우 끝이 라운드로 되어있어
어른거리고 심하면 끼지 못할정도로 어지럽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이 모자부착용인데
이마저 움직일때마다 조금씩은 흔들리니...
내 원 참...
우리 안경잡이들이
강렬한 햇빛속에서도
편하게 공칠 수 있도록
쌈빡한 선그라스 함 만들어 주심 안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