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도시나 중심이 되는 지역에
중구가 있다.
중구는 곧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그 지역의 중심이라하겠다.
이런 중구에,
특히 우리회사 근처에
이런저런 모습의 이상한 사람이 몇명있다.
(1)
용두산주차장을 따라 늘어선 상가건물 한켠에
어느때 부터인가 자리잡고 돗자리를 편
길게 수염을 드리운 도사(?) 한분이 계신다.
얼핏 보기엔 무슨 도사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한 몇년은 세수나 빨래라곤 해본적 없는 듯
온통 시커멓기도하고, 땟 국물이 주르르 흐르는
그야말로 걸인의 형상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 사람앞엔 늘 책이 놓여있고
언제나 뭔가를 적으며 명상을 하는듯한 모습이라
요즘같이 세상살기가 각박하고 뭔가 일이 안풀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찾아가 하소연이라도 하고싶은 충동을 느끼는
그런 기인의 형상이다.
실제로도
가끔은 그 사람앞에 아줌마, 혹은 어떨땐 아저씨가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게 목격되기도 한다.
그 분은 정말 기인같아 보이는데
걸인인지, 점쟁이인지, 아님, 도사인지?
(2)
용두산공원을 올라가는 길은 제법 운치가 있다.
양옆으로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2열로 줄지어 서있고
요즘같이 뙤약볕이 싫은 한여름날엔
그 우거진 나뭇잎이 햇볕을 가려줘서
오히려 시원함을 느끼게해준다.
그런 길가 한켠에
또 두툼한 한겨울 옷으로 중무장한 아주머니가 한분있었는데
어느날 부턴가 그 분이 우리회사 앞 건물의 처마밑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추운날이건, 더운날이건
10벌도 넘어보이는 옷을 꾸깃꾸깃 껴입고
계단위 담벼락에 비스듬히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있는 아지매...
한 7~8년쯤 전부터 보이기 시작하여 1~2년 계속 봤는데
5~6년전쯤 어느날엔가 갑자기 행방을 감췄다가
작년부터 또 느닷없이 나타났다.
우리직원중 누구는 갑자기 안보이니까 궁금하더란다.
그 직원은 그럼 다시 보게돼서 반가울까?
그 아줌마는 늘 무슨 보따리를 안고있는데
아마도 매우 귀중한 물건인가보다.
아무리 보아도 옷가지들인거 같은데 말이다.
다시 보이기 시작한 후론 한결 세련돼있었다.
귀걸이도 치렁치렁 달았고
어느때인가 부터는 코에 피어싱도 했는데
자세히보니 하루핀으로 코를 그냥 찔러서 꿴것같다.
그 모습을 보니 아프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된다.
근데 눈동자는 보통사람과 다름이 없어보인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부분 촛점이 없이 좀 멍하게 보이는데
이분은 또릿또릿하다.
그래서 눈을 마주치질 못한다. 왠지 겁나서...
며칠전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회의가 있는날이라 일찍(6시40분경쯤) 출근하는 길이었는데
글쎄,
그 아줌마가 우리회사 입구의 골목길에서
길에 떨어진 휴지, 쓰레기들을 줍고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서 무슨 통같은데 넣고...
섬짓했다.
정신은 정말 온전하고 정상인것처럼 보인다.
근데, 왜 길거리에서 지낼까?
(3)
3년쯤 됨직하다.
유나백화점으로 가는 편도1차선 도로를 따라
상가들이 줄지어 늘어선 남포동거리.
그 상가들 앞의 행단보도엔
오후 1~2시쯤이면 뭔가 특별한게 있다.
다름아닌 식사후 내어 놓는 음식들.
대부분 쟁반에 담겨져 신문지로 덮은 상태이다.
그런데 그 먹고 난 밥상을 뒤지는 젊은이가 한 3년쯤부터 보이기 시작한거다.
키는 한 180㎝ 정도는 돼 보임직하게 훤칠하고
얼굴도 미남이며
멋진 새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 있고
늘상 여행용가방을 끌고 다니고 있어서
얼핏보면 여행객처럼 보인다.
어딘가를 부지런히 가려는듯,
바쁜걸음을 옮기는 핸섬한 청년.
그런데 그가 느닷없이
상가 앞에 놓여진 그 밥상을 차지하곤 쪼그리고 앉아 먹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고
충격이 컸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 사이엔
뭔가 특별한 고행이나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보다...라고들 했다.
워낙 말끔한 사나이 였으므로.
그런데 점차 변해갔다.
끌고 다니던 여행용가방외에 짊어진 배낭이 하나더 늘었고
얼굴에 파란 청테이프가 차츰차츰 늘어 갔다.
처음엔 맨얼굴이었고
언제부터인가 양볼에 청테이프가 조금 발라져있었고
그 테이프는 날이 갈수록 점점 얼굴을 가리기 시작하여
며칠 지나지 않아서 얼굴전체를 덮었다.
왜 그렇게 하고 다닐까?
자기 얼굴을 세상에 내놓기 싫은걸까?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사람인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늘상 우리 주위에 맴도는 이 기인한 사람들,
어쩌다 보이지 않으면
은근히 궁금해지는 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