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말 앞에는 대부분 "폼이 이쁘다" 느니
"교과서 같다"는 등의 입에 발린 작업멘트가 곁들여지기도 했지만...
그런데 가만히 그 말을 분석해보면
"잘 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난 너의 그런 공 정도는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어"
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그렇게 해석하는 이유는
내게 공이 얌전하다, 정직하다고 한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잘치는 고수였기 때문이다.
옛날엔(딱히 옛날이라고 할것까지야 없지만 어쨌든...)
그냥 흘려 듣는 말에 불과했는데
언젠가 부터 시합에 자주 나가면서는
그 말의 의미를 자꾸 곱씹게 되었다.
아무리 스트록으로 상대를 뚫으려해도 뚫리지 않아 짜증날때,
내딴엔 위닝샷이라고 날린 공을 상대가 아무렇지도않게, 아주쉽게 받아칠때,
그게 오히려 내가 못받아 상대의 득점이 될때면 더욱더
내 스트록에 뭐 문제가 있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 고수들의 스트록을 눈여겨 보게되었고
그들은 그냥 슬렁슬렁 플랫으로만 치는게 아니라
스핀을 걸기도하고
플랫으로 때려서 대포같은 샷을 날리기도하고
때론 무지무지 느린 슬로우 슬라이스를 치기도하고
발밑에 살짝 담그기도하고
상대 키를 살짝 넘기는 로브를 하기도하여...
무수히 많은 변화를 주고 다양한 샷을 쳐서
어떻게든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하게 공을 넘기는걸 보게 되었다
또 어쩌다가 보게되는 다른팀들은
무슨 불만이 그리도 많은지
마치 공한테 분풀이라도 하는 양
무지막지한 샷을 날리기도한다.
그러나 상대는 그런 공을 더 쉬워하고 좋아하는듯
득점은 늘 상대의 것이되고
본선 2회전이나 3회전쯤가면 그런 팀들은 보이질 않는다.
(물론, 선수출신이나 뭐 그런 특별한 경우는 예외이지만..)
실제로 상대가되어 맞붙어봐도
세게 치는 팀들은 대부분 쉽다.
그냥 블로킹만 하면 되니말이다.
오히려 어려운건
적당히 스핀을 섞어치면서 발밑에 주고
슬렁 치는 듯하지만 코너웍이 확실히되고
가끔 찬스땐 장작패듯 후려치는 그런 선수다.
고수들은 한결같이
나처럼 한번 안되면 두번, 세번, 뚫릴때까지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는걸
어느순간 알게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도 따라하게되었다.
스핀을 주고,
발밑에 담그고,
가끔은 로브도하고....
얼마전 윤사마로부터 포핸드 스트록에 대한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후론
왠지 포핸드에 힘이 실리는걸 느끼게되었고
따라서 자신감이 슬슬 붙었다.
(윤사마는 아직도 불만이 많지만...)
그 영향으로 가끔씩
포핸드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게되었고
또 가끔은 포핸드 샷을 상대가 받지못해 득점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내가 스핀을 치게되면서
상대의 스핀에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처음엔 종규형이나 쌀집주인 형님의 스핀샷이
어찌나 어렵던지...
그리고 또 그들은 왜 그리 무지막지하게 감아제끼는지...
하긴, 아직도 제일 싫어하는 공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미미하게나마 다른 변화도 생겼다.
공이 점잖다, 공이 얌전하다..라는 말이 준 것이다.
아니,
꽤 오랫동안 못 들어본 듯하다.
자주 거트가 끊어져서 하소연하는 내게
오히려 요즘은
"많이 감아쳐서 줄이 빨리 끊어진다" 고 얘길 한다.
어느새
밋밋한 플랫에서
받아치기 좀 까다로운 스핀(드라이브)으로 바뀐것이다.
대신에 요즘은 너무 얇게 감지만 말고
좀 두껍게 맞춰서 파워를 실으라는 주문을 받는다.
너무 가볍다고...
너무 얌전하고 밋밋하다고해서
고생고생해 조금은 까다로운 스핀을 만들어놨더니
이젠 너무 가볍다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