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특히, 우리 동호인들이 주로하는 복식경기는
파트너와 함께 하기에
둘간의 조화가 잘 이뤄져야한다.
늘상 말하는 호흡 내지는 죽이 잘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파트너 사이도
둘의 실력이 꼭 같을 수는 없으니
둘중하나는 나름 고수일테고 나머지 하나는 상대적 하수일 것이다.
물론, 별로 차이가 나지않는 백중세, 호각지세도 있긴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다보면
아무리 월등한 무림의 고수라도
파트너가 왕초보라면
상대는 오로지 하수를 상대로 싸울 것이므로
게임을 쉽게 이길수가 없다.
오히려 실력차가 두드러지지않고 고만고만한 팀이 승률이 높다.
여기저기 시합을 다니다보니
상대 적군으로 만나 피터지게 싸운 인연으로,
어쩌다 테니스라는 공감대를 놓고 얘기한번 나눈 인연으로,
시합장마다 보이는 얼굴이 어느 순간부터 낯설지 않고 익숙해져 보여서,
몇번 눈인사하다가
그러다 이젠 스스럼없이 얘기꽃을 피우고 서로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된
타 지역의 고수, 하수가 몇 있다.
그중 어느 한 고수는
상대로도 몇번 만나 싸운적이 있지만
매번 내가 졌던 탓에
그쪽에선 날 하수로만 보는지
아님, 좀 친해졌다고 티를 내는 건지
게임때 가끔 뒤에서 응원도하고 벤치코치도 해준다.
고맙게시리...
그가 주문하는 내용중에 가슴에 와 닿는 한마디가 있다.
『내 역할이 뭔지를 깨닫고
그 역할에만 충실하라...는 것.』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내가 하수를 데리고 시합에 나가면 내가 사수가 되는 것이니
사수로서 게임을 리드하고 분위기를 관리하며
때론 시어머니같은 잔소리도 해야하는데...
그런 경우는 별로없고
주로 내가 하수로서 고수를 모시고 나가는 상황이니
당연히 부사수가 된다.
그러니 부사수 역할에 충실해야 할 터이고...
부사수,
말 그대로 사수를 보좌하여 공동의 목적달성을 위해 몸바치는
그런 역이다.
아주 좋은 그야말로 기가막힌 찬스가 아니면 끊을려고 무리하지 말아야하고
사수가 시원하게 점수를 내 주길 희망하며
오로지 넘기기만하면 된다.
공격과 연결구중 내게 부여된 역할은 당연히 연결구를 치는 것이다.
나는 과연 어떠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수와 부사수를 엄격히 구분해 시합을 한적이 없는 것같다.
그래서 성적이 안나는가?
실제로 내게 그런 조언을 해준 사람은
맞붙어 게임을 해보면 그리 날카로운 맛은 없다.
조금은 밋밋해 보이고 무뎌 보인다.
하지만 좀체로 실수를 안한다.
무척 안정적으로 치고 찬스가 올때까지 무한히 인내한다.
그러다 절호의 찬스다싶으면 무참히 깨부순다.
주로 스매싱으로...
첫번째로 강조하는 것이 에러를 줄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은 무리하지 말라는 것.
오로지 파트너를 믿고, 의지하며 내게 주어진 역할만 하라고....
자기는 한 게임에 두개이상의 에러는 안한다고한다.
대단한 부사수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전국대회 준우승, 4강, 8강....
우승만 못했을 뿐이지
(어쩌면 일부러 안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웬만한 대회는 8강이상, 4강입상도 수두룩하다.
때론,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패는 팀을 만나면 초반 탈락도 하긴하지만...
지금부턴, 아니 오늘 저녁부턴
확실히 역할 분담을 해봐야겠다.
고수랑 칠땐 부사수에 충실하고
하수랑 칠땐 반대로 사수역할을 하고...
내 역할에 충실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여기저기서 콜을 당하는
게임돌이 부사수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