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다.
세면장에 들어가면서 입구의 행가에 얹어 놓고는
올때 안 챙긴것같다.
평소엔 라켓만 들고 다니기에
한손엔 라켓, 다른 손엔 옷 이런식으로 짐을 챙겨들었는데
오늘은 가방과 운동복을 양손에 들고 간 탓에
돌아올때 당연히 양손에 물건들이 다 들려있으니
뭔가 빠뜨렸다고 느끼질 못했는갑다.
평소처럼 라켓만 들고갔었어도 한손이 허전했을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챙길 수 있었을텐데...
습관, 버릇이란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어이가 없고
허탈한 맘에 쓴웃음지으며 집엘 들어갔고
내 고백을 들은 내영이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바로 코트를 찾아갔더니
어제 내가 해놓은 그대로 행가위에 다소곳하게 올려져 있다.
하늘을 보니
내 맘을 아는 듯 금새라도 비를 뿌릴 태세다.
쓴 웃음으로 시작한 하루...
작년 가을쯤에
새로 구입한지 한달 남짓한 헤드라켓을
두자루나 고스란히 잃어버린적이 있다.
7만원짜리 독일제 엘보치료용 밴드까지 끼워서...
누군가는 아주 횡재를 했겠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가
도저히 기억이 나질않는 끔찍했던 사건.
날 섬뜩하게했고
건만증, 치매, 기억상실증...등의 온갖 병들을 의심케 했던 일이
그 일이 바로 얼마전인데...
점차 그런 일의 발생빈도가 잦아지면
진짜 이거 뭐...치매라도 걸리는거 아닌가?
좀전 점심시간에
동료직원과 짜장면을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내가 그 직원에게 뭔가 질문을 했고 막 대답할려는 찰라
그 직원의 휴대폰 벨이 울려서 통화를 했다.
통화를 끝내곤 곧바로 좀전의 대화를 이어갈려고 했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가 도저히 생각이 안났고
그 기억을 되살리는데
무려 1시간이 걸렸다.
단기기억상실증이 바로 이런것인가?
나는 그렇다치고 그 직원은 또 뭔가?
같은 증세인가?
아무리 기억해 낼려고해도 안돼서 포기하고는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왔고
그때 갑자기 동료직원이 내게 다가와 얘기를 꺼냈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고 흥분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