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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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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늘 혈당수치가 높아서 운동을 해야한다.
출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전 10시경의 2주간의 평균수치가 약 400정도.
정상수치가 120 내외인걸 감안하면 꽤나 높은편.
해서, 난 살기위해 운동을 해야한다.
출근전부터 미리 예행연습을 했던터라 약40분간을 목표시간으로 잡았다.
그리하면 약 200정도는 떨어지고 나머지는 점심먹기 전까지 움직이며 떨구면 되니까...
회사 바로 옆에 용두산공원이 있다는게 내겐 행운이다.
거대한 은행나무(최소한 몇백년은 족히 됨직해 보이는)로 뒤덮힌 멋진 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딛는다.
주위 풍경이나 분위기론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어슬렁어슬렁 걸어야 마땅한 길이지만
형편이 형편인지라
아무 생각없이 그저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눈은 감지 못하기에 여러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펄럭이는 깃대를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중국관광객들,
야시시한 옷을 걸치고 헤벌레 웃음을 흘리며 뭐라뭐라 연신 떠들어대는 일본 관광객들...
다정한 모습의 연인처럼 보이는 커플만 보면 달려들어 사진 찍으라고 꼬시는 찍사님들,
요즘들어 거의 매일 보이는 운동하는 커플들...
살짝 훔쳐본 얼굴로 짐작하면 엄마와 딸, 아님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보이는 커플도있고
친구처럼 다정해 보이는 커플도 있고
부부같은 이들도 있고
뭐라뭐라 연신 입으로 말을 하면서 부지런히 걷고계시는 할아버지도 계시고
나처럼 직장에서 잠시 땡땡이치고 운동삼아 걷는 남자가 있고...
오늘은
수학여행을 온건지 아님 현장학습을 온건지 모를 학생들이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뭔가를 찾아 헤맨다.
손에 들고있는 종이쪽지를 보니 퀴즈라고 적혀있다.
오리엔티어링을 하는 중인가보다.
한녀석이 이리왔다 저리갔다 우왕좌왕하다가 내게로 뛰어와 다짜고짜 하는말이
"에스칼레이터가 어디있나요?" 한다.
손짓으로 가르켜줬더니 고맙다고 꾸벅 인사하고는 냅다 달리고 그 뒤를 같은 조원들이 우르르 뒤따른다.
나도 옛적에 많이 해본거라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짜식들...
은행 다닐적 연수때마다 했고 그룹연수때, 외부기관 연수때 단골메뉴로 했던 오락프로그램인 것이다.
추억의 오리엔티어링이다...
아직은 이른 오전인데 맥주 캔을 손에들고 뭐가 좋은지 깔깔대는 아가씨 둘이 보이고
여기저기 무더기로 모여서 장기 두는 패거리가 보이고
뒷골목 화장실 근처엔 막걸리와 소주를 놓고 횡설수설하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가끔은 시비가 붙어 고성방가가 오가고
술취한 할배가 결국 잘 가누지도 못하는 몸으로 주먹을 날리다 제풀에 벌러덩 넘어져 구르고...
가만히 정신차리고 보니 술냄새가 진동한다.
이곳은 상습지역인가보다.
아직도 이런곳이 있고 이렇게 세상을 탓하며 허송세월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못내 가슴이 아프다...
3바퀴를 막 돌면서 이제 시간을 보고 한바퀴를 더 돌지 말야야할지를 고민하는 중에
옆에서 누군가가 뭐라 말을 건넨다.
얼핏 눈을 흘겨 보니 그 주위에 온통 사람들이 깔려있고 한 남자가 나를 향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선듯 내키지가 않았다.
괜히 술에 취해 시비라도 걸면 어쩌나?
돈을 달라고하면 줘야하나 말아야하나?
안주면 주위사람들이 뭐라 생각할까?
혹시, 단체로 몰려들어 행패라도 부리면 어떻게 빠져나가지?
뭐라는지 잘 들리지가 않아서 "뭐라고요?" 하며 그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그 남자는 건장한 체격이긴하나 얼굴엔 웬지 붉은 빛이 돌았다.
입을 손으로 막아가며 얼굴엔 잔뜩 부끄러움이 묻어나는 정말이지 순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뭐라고요?" 하며 가까이가자 그 남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담배...있으면 하나만...요..."
참으로 지지로도 복 없는 사람이다.
하필이면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걸까?
그 많고많은 사람중에 하필이면 담배라곤 47년 사는동안 한번도 피워보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
"죄송합니다...제가 담배를 안피우는데..."
"아...예...죄송..."
얼굴은 붉어지고 목소리는 더욱 기어들어가고...
부끄러워서 어쩔줄 모르는 순박한 젊은이...
그를 뒤로하고 가던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뒤통수가 간지러워 제대로 걸음을 옮길수가 없다.
말짱해 보이던데 돈이 갑자기 떨어진걸까?
아님, 행려자인가? 아님, 노숙자?
담배를 사게 돈이라도 주고올걸 그랬나?
옆에 가게가 있던데 데리고 가서 한갑 사줄걸 그랬나?
별의별 생각이 다든다.
왜 지레 짐작으로 거부할 생각을 먼저했을까?
왜 진지하게 대하지 못하고 겁부터 먹었을까?
후회도 되고...하여간 머리속이 복잡했다.
한바퀴 더 돌고 그때 또 만나면 한갑사주자고 결심을했다.
그러나 그는 그자리에 없었고 공원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평소 연인과 함께 걸으면 좋겠다싶던 그 오솔길과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돌아오는 길엔 왜그리 씁쓸하고
허전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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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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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5월 29일 17:16: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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