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덕계 어디쯤인가로
단체로 연수를 떠납니다.
가는 길에 금정체육공원을 거쳐갔고 그 곳에서 뭘했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차를 갖고 갔고 연수장소 어딘가에 주차를 했죠.
주차 여유공간이 없어 밭을 건너 풀숲 어디쯤엔가에 어렵게 어렵게...
연수가 끝나고
우르르 몰려 나가며 가는길에 맛있는 메기매운탕을 먹고 가자고
누군가 제안을 했고
내가 잘아는 집이 있으니 가자고 바람을 잡았습니다.
금정체육공원 뒷편이니 차는 공원에 대면 된다고
평일엔 주차요금도 안받고 주차공간도 무지무지 여유롭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죠.
연수원에서 주차하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주차가 여유롭다는 것이 굉장한 자랑거리였습니다.
그런데 큰일났습니다.
차가 없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안보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찾아보아도 코빼기도 안보입니다.
남들은 하나둘 떠나고
급한 마음에 마지막 차를 얻어타고 금정체육공원으로 향합니다.
그때서야 생각이 어렴풋이 나기를
내가 오는길에 아마도 금정체육공원에 차를 대고 온게 아닌가하는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공원에 도착하여 또다시 온 주차장을 헤집고 다닙니다.
역시나 어디에도 내차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연수원에 세워놓은게 맞는가 봅니다.
다시 연수원으로 차를 찾으로 갑니다.
공원을 나와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면 되겠다싶어 버스정류장이있는 큰길로 나왔습니다.
오는 길에 연수원에 전화를 걸어 찾아봐달라고 사정을하니
아 글쎄 돈을 13만원을 들고 오면 준다는 겁니다.
왜 그 돈이 필요하지?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 돈만 가져오면 차를 준다는데...
그래도 차가 있다는 말이니 다행 아닙니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정류장에 도착해 차를 기다립니다.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하며 망설입니다.
정류장 벤치에 웬 사내들이 길게 누워서는 장난을 치고있습니다.
이불을 덮고 이리뒹굴 저리뒹굴하면서...
꽤나 많은 옆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지만 누구하나 말리지는 않습니다.
혹, 해꼬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서겠지요.
나도 보기는 싫지만 그저 뭐라 한마디 못하고 지켜만 봅니다.
곁의 기둥에 기대어 서서...
누군가 슬쩍 내 옆구리를 찌릅니다.
"어디 가세요?..."
"예?...아...예..."
긴 머리를 어깨에 드리우고
만면에 미소를 띤 아가씨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아예, 연수원에 좀..."
"연수원엔 왜?..."
얼굴엔 여드름 자국이 서너개쯤 보이는데
그게 그리 흉해보이진 않고 오히려 귀엽게 느껴집니다.
첨보는 아가씨가 말을 걸어온거라 당황해서 말이 쭈삣쭈삣 이어집니다.
"차를 놓고와서 가지러..."
잠시동안 차를 찾아 헤맸던 얘기를 했지요.
"차는 확인했어요?"
"예, 돈 가지고 오라는걸로 봐서는 확실히 있다는 거 아닐까요?"
"그렇겠군요.."
근데, 이 아가씨는 왜 이렇게 내게 관심이 많을까?
"저,..괜찮으시면 저도 같이..."
"차...같이 찾아 드릴께요..."
적잖이 당황했지만
귀엽고 이쁜 아가씨가 같이 가준다는데 마다할리가 있나요?
"그래주시면...고맙죠.."
내 손에 뭔가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집니다.
아가씨가 슬쩍 내손을 잡고는
고맙다고 합니다.
뭐가 고마운지...오히려 내가 고마운거 아닌가?...
따스한 느낌이 좋습니다.
가슴이 뜁니다.
콩닥콩닥...
어느새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에 기대어있습니다.
풋풋한 향내가 코를 자극합니다.
냄새가 좋습니다.
샴프향인지, 향수인지...
차는 올 생각을 안하고
그래서 내겐 고맙습니다.
지루한줄 모르고 시간을 보냅니다.
그녀의 따스한 손을
꼬옥 쥐었다가 놓고는
슬며시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고
어개를 감싼 내 손엔 힘이 들어갑니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안 일어날꺼야? 일곱시가 다됐다니까!!!"
갑작스럽게 주위가 소란합니다.
창문이 열리고
빗소리가 귓전을 울립니다.
아, 출근을 준비하라는 내영이 목소리가 방안을 울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