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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있는 듯 없는 듯...(용두산스케치 5) |
바우 |
못보던 아지매 한분이
내가 몰래 데이트할때 아지트처럼 들르던 벤치 옆에서 몸을 풀고 있다.
팔다리 운동을 하고
목을 돌리고
어찌보면 국민학교때하던 맨손체조 같기도하고
또 어찌보면 정신수양때하는 기 체조 같기도하고
하여간,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매무시하며
제법 멋께나 부린 듯 보이는 차양달린 모자하며
얼핏 보기에 옛날말로치면 양가집 규수같은 차림의 아지매 한분이
갸녀린 몸을 이리저리 놀리고 있다.
두바퀴를 돌때 까지도 그자세를 취하고 흐트러짐이 없어
괜스레 궁금해진다.
몸짓도 꽤나 부드럽고
폼새도 제법 단아하고...
나의 운동 코스중 세번째 바퀴는 제일 구석진 산책로를 돌아나오는 것인데
그 여자분이 있는 벤치를 지나야한다.
너무도 조용히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 곁을 지나기가 은근히 부담스러웠으나
그런 이유로 다른길을 택할 수는 없기에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아저씨요!!!"
느닷없이 고막을 울리는 외침에 깜짝 놀랐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나를 부른것이 분명하기에 엉거주춤 멈춰섰다.
"저...저요?"
갑작스레 말을 할려니 목이 메었다.
"검은 콩을 구우면 통통 튀잖아요?
왜 통통 튀어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어야지..."
"예?...무슨...?"
"좋은생각에서 봤는데요...
세상을 조용히 살아야지...통통 튀기는 왜 튀어서 그런 험한 꼴을 당하냔 말예요!!!"
아...예...
멈칫멈칫하며 그자리를 벗어났다.
아니,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무슨 말일까?
무엇을 말하려 하는걸까?
내게 답을 요구하는걸까?
내가 한마디 거들면 그 다음엔...
길게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심오한 얘기인지라...
쭈삣쭈삣 거리다 그냥 지나쳐 걸었다.
혹시 붙잡지나 않나 겁나서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곳을 벗어나서는 마지막 한바퀴는 뛰었다.
귓가에 맴도는 그말이 영 가시질 않는다.
"세상을 있는 듯 없는 듯 살지...왜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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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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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6월 16일 13:5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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