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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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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백사장님이 찾아오셨다.
관리팀장 시절,
그러니까 수술하기전인 작년 12월까지
우리팀에 가장 골칫거리인 80억짜리 유입물건의 당사자인 백사장님.
실은,
그분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이제 막 완공되어가던 건물에 자재를 납품하다가
건물주가 지하에 찜질방을 좀 해보라고 꼬시는 바람에 혹해서
여기저기 자금을 끌어모아 그 돈으로 공사를 마무리하고는
영업은 옳게 해보지도 못하고 건물주가 연체시키는 바람에 경매로 홀라당 날렸다.
찜질방은 임차인이니 우선권이 없고
20억원 들었다는 공사비라도 건질요량으로 유치권을 신고하고 우리회사랑 소송을 붙었는데
우리가 이겼으니 공사비도 날리고...
찜질방 안의 코너 임차인들로부터 돈 내놓으라고 매일 협박에 시달리고...
그 협박이란걸 난 짐작할 수 있다.
경매종결후 인도집행때 임차인중의 한 여자가 발가벗고 난리치는걸 봤었고
식당과 네일아트는 이미 임차보증금을 모두 받아가서 실질 권리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여서 우리회사와 백사장에게 보증금 내놓으라고 청구하는 등
별 짓을 다하는 사람들이기에 협박정도야 그들에게는 식은죽 먹기일지도 모른다.
임차인들에게 치이고
우리와는 소송으로 싸우고
그러면서 정이 들었는지
때론 식사도 같이하고
때론 쓴 소주한잔하며 세상을 탓하기도했다.
지금보니 많이 늙으셨다.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서면서
뭔가 못올데 온것 마냥 엉거주춤하며 계면쩍어했다.
"정 팀장 상황이 말이 아닌걸 알면서도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왔네"
하며 운을 떼셨다.
다름아닌 우리회사가 이제 대여금소송을 제기했는데
연대보증인으로서 너무도 막막하여 무작정 찾아왔다고...
낸들 뭐 뽀죡한 수가 있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너무 소송결과에 목매지 말라,
소송은 소송이고 나중에 해결할 방법이 있을게다...
그저 다독이고 힘이 돼주겠노라고 약속을 하는 수 밖엔...
많이 야위었다며 얘기도중 내내 안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이런 상황에 자신의 사정얘기를 하러 온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힘내라는 격려도 잊지 않으시고...
아들 애기를 여쭈었다.
"아드님은..."
"...."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먼저 보냈네...작년에 결국..."
말을 잇지 못하신다.
작년 가을쯤에,
한창 우리회사와 건물 매매건으로 협의를 진행할 그 즈음에
백사장님은 아들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셨다.
30후반의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 벌써 수년째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거의 다 죽어가고 있다고 늘 애통해하셨다.
우리회사와의 일때문에 맘놓고 아들 돌보러 서울엘 가지도 못하는게 너무 가슴아프다고...
그러다 결국엔 아들을 부산으로 데려와 부산의료원에 입원시켰노라고 언젠가 말했다.
언젠가 술한잔 같이하고 헤어지고나서
갑자기 생각이 나기에
부산의료원을 들렀다.
그냥 한번만이라도 가 보고싶었다.
그래야만 될것 같은 생각에...
안그러면 죄 짓는것 같아서...
이름을 모르니 찾을 수가 없었다.
무작정 부친 이름대고 백씨성을 가진 환자 입원실을 알려달라고 업무과 당직자에게 떼를 쓰고는
3명의 백씨 환자 입원실을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선 적이 있었는데...
가슴이 메어졌다.
옛날에 병원에 찾아간적이 있었다고 넌지시 얘기하니
고향에서도 몇몇이 왔었는데 못보고 갔다고한다.
계속 응급실에 있었기 때문에 찾지 못하고 되돌아갔고, 찾았다해도 면회가 안되었다고...
아, 그랬구나...
사장님 눈이 붉어졌다.
괜히 아들 얘기를 했나보다... 이런...
잠시의 시간이지만 내내 미안해하는 눈치다.
안그래도 되는데...
몸조리 잘하고
잘먹고 힘내야한다고
걱정스런 눈으로 당부를 하고는 돌아서는 사장님의 어깨가 왠지 무거워 보인다.
많이 쓸쓸해 보이고...
적군이지만
맞잡은 손은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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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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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6월 18일 11:5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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