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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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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참으로 신비롭다.
너무도 오묘하여 감히 입에 담을수도 없고
그 신비를 캐보겠다는 엄두도 못낼지경이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아스팔트 바닥의
틈이라곤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그런 곳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세상을 구경하는 이름모를 풀잎을 본적이 있고,
화재로 온통 시커먼 숯덩이 밖에 안보이는 산에도
한해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난다.
고목나무의 밑둥에서도 손자쯤 될듯 보이는 새순이 솟아나고....
지난 5월 어느날에
큰딸래미가 누구한테 선물 받았다면서 들고온 장미 한송이가
꽃병에서 시들어
버려야지...하다가 깜빡 잊고 지낸지 어언 20여일이 돼가는데
문득 생각이 나기에
내다 버릴 요량으로 꽃병을 찾았더니
아뿔싸, 이게 뭔가?
꽃송이는 말라 비틀어졌는데
밑둥에서 새순이 돋아나 있는게 아닌가!
아무리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어떻게 이런일이 있지?
죽은게 아니란 말인가?
참으로 묘한 일이다.
재작년 언젠가 울산에 갔다가
화원에서 꽃을 몇개 사는중에
좀 있으면 시들기 때문에 버려야한다고 하는걸 공짜라는 생각에 달라고하여 집에 들고온 화분이 있는데
정말로 며칠만에 꽃이 시들어 떨어지고 말았다.
그걸 버리는걸 잊고있다가 어느날엔가 보니
분명 다 떨어지고 없었던 꽃잎들이 다시 피어 있는게 아닌가?
너무도 신기하여 계속 놔두고 보니
그놈은
꽃잎이 떨어지면 다시피고 또 떨어지고 또 피고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1년에 서너번은 족히 피었다 지었다를 반복했다.
참으로 신기할 노릇이다.
지난 5월초에
양산의 유채꽃 축제를 찾았는데
정보가 너무 어두워서그런지 이미 다 끝나고 철수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꽃들을 구경하고는
인부들이 막 철거하려는 꽃송이중에서
몽우리 있는 놈으로 골라 한박스를 집으로 가져왔다.
그 놈들을 화분에 옮겨심고 베란다에 놓았더니
며칠뒤에 만개를 했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포장된 꽃송이나 꽃바구니에서만 보던 카네이션을
올핸 우리집 베란다에서 실컷 구경하는 횡재를 누렸다.
험악한 포크레인에 짖밟힐 운명의 카네이션을 구해준것이 고마워서인지
그놈들은 우리집 베란다를
한참동안이나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줬다.
소일거리로 운동을 겸해 산책을 즐기던 올해 초봄 어느날,
길가에 탐스럽게 자란 예쁜 꽃들 군락이 있어
한참을 매료되어 감상하다가
나도모르게 그만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중 두 송이를
남이볼까 무서워 서둘러 캐서 집으로 들고왔다.
내딴에는 그래도 정성을 들인다고 산속의 거름흙도 새로 퍼날르고
화분도 깨끗이 손질하여 심었다.
그런데 환경이 달라서인지
시름시름 힘없이 며칠을 지내더니 결국 말라 비틀어졌다.
괜히 잘 살고 있는 놈을 억지로 캐와서 죽였구나하는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팠고
며칠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살펴보며 애를 태웠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저히 살아날 기색이 없는것이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는 다른 꽃을 한송이 꺾꽂이하여 그놈들 옆에 심었다.
그리곤 까맣게 잊어버렸다.
한 달포쯤이나 흘렀을까?
무심결에 바라본 화분에 새파란 잎이 보였다.
이게 웬일인가?
자세히보니 말라 비틀어졌던 그 가지에서 새순이 나고있었다.
아니, 이미 한쪽은 자랄만큼 자라서 꽃 몽우리를 맺고있었다.
너무도 신기한 일이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갖다버릴려다가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인데
그 놈이 새 순을 내고
또 꽃을 피우고 있으니....
자연은
죽은 듯이 있지만 실상 죽은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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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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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6월 09일 13:3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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