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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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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찌뿌둥하고
조금은 싸늘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아침
여느때와 다름없이 용두산을 들어섰다.
공원 입구에서 보면
찻길을 겸해 길다랗게 나있는 주 입구가 있고
중앙성당 뒤편으론 바로 산을 오를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그 산책로 입구에서 갑작스런 고함이 터져나온다.
야!!! 이 XX놈아 !!!
아녀자의 목소린데 매우 우렁차다.
좋게보면 여장부요 나쁘게 보자면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꼴이다.
야, 이 XX야!!!
니가 인간이가!!!
온 동네, 아니 온 산이 쩌렁쩌렁 울린다.
가만히 보니
웬 남자가 앞에서 공원산책로를 막 들어서고 있었고
그 뒤를 아주머니가 따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것이다.
길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으나
누구하나 별 관심은 없는 듯 나몰라라했고
나 역시 뭐 딱히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 생각이 없으므로 그저 지켜볼 따름이다.
앞의 남자는 머뭇머뭇하면서 산을 계속 올라가고있고
뒤따르는 아낙의 외침은 계속된다.
10원짜리를 연신 찾으며 화풀이를 단단히하는 투다.
남자가 뭔가 단단히 잘못을 한 모양이다.
뭔 잘못을 했을까?
내심 궁금하기는 했으나 알길이 없어 답답하다....
내가 큰길로 들어서서 한참을 가는 동안에도 아낙네의 괴성은 계속되었다.
그야말로 대답없는 메아리다.
한바퀴를 거의 돌 즈음인 산책로 끝자락에 급식소가 있는데
오늘은 영 분위기가 이상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노인네들로 북적대던 그 곳이
오늘은 어쩐일인지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싶어 건물안을 유심히보니 음식을 준비하는듯한 여자분들의 소리는 들리는데
맨날 그곳에서 한끼식사를 해결하던 그 수많은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것이다.
이상하다...
아무리 사람들이 없더라도 뭐라뭐라 연신 중얼대는 그 터줏대감 할아버지는 계셔야하는데...
너무 이른시간이라 그런가? 여느때와 비교해서 딱히 이르지도 않은데...
두바퀴째 돌며 살펴봐도 아무도 안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희한한 일이다...
다섯바퀴를 돌며 운동을 마칠때까지도 결국 아무도 보질 못했다.
지난주에 산책로 벤치에서 목격한 요상한 커플의 아주머니가 있다.
아주 가끔씩 보이곤했는데
그날따라 아주 기분이 좋아보였고 목소리도 커서 기억이 남는다.
웬 남자분이랑 벤치에 붙어 앉아서
"나야 뭐 맛이 간 여자이지만...호호호..."
다시금 들려오는 소리는 "나야 맛이 갔지만...하하하...나이가 어려보이는데요..."
하는 뭐 그런 대화였던걸로 기억되는데
바로 그 여자분이 오늘은 운동을 하고 있다.
위 아래 검은 자켓을 말끔이 차려입고 한손엔 작은 물병을 들고 다른 손엔 책을 들고 다소곳한 차림으로...
얼마전 벤치에서 본 그 느낌으로는 본인 말마따나 약간은 맛이 간(?) 듯한 여자인데
오늘의 모습으론 도저히 그런 느낌이 안난다.
아주 말끔한 중년 여성이다.
두바퀴째도 똑 같은 모습으로 용두산을 산책하고 있었고
세바퀴째도 역시 마찬가지다.
희한한 일이다...
으슥한 산책로에 자리를 잡고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걸인 모습의 아주머니가 오늘도 그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뭔가 여느때와 다른 모습이 살짝 엿보인다.
왠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뭔가를 만지작거리며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괜스레 궁금해진다.
코스를 변경하지않고 두바퀴째도 그곳을 선택했다.
그 아주머니가 궁금하기에.
얼굴엔 은근한 미소가 띄었고
입에선 아까와 마찬가지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랑..."어쩌구 하는데 흔히 듣는 트롯트이다.
제목은 생각이 나질 않으나 노래는 나도 아는 노래다.
아, 이 아주머니도 정상인가?
평소엔 혼잣말로 뭐라 계속 중얼거렸으므로 당연히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모습은 완전 딴판이다.
지극히 정상의 여느 여염집아낙인 것을....
오늘은
뭔가 이상하고 희한한 일들로 가득한
새로운 날이다...
내안에
혹,
다른 내가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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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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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6월 09일 17:5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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