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한 일상의 헛점 바우 아침에 기상하면 씻고 밥먹고 회사출근하고... 좀더 부지런한 사람은 일어나서 운동하고 샤워하고 신문보고 스케줄 점검하고 밥먹고 출근하고... 작년 가을까지만해도 내가 그런 스케줄로 일상을 살아왔는데 지금은 아침 운동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고 알람에 의해 겨우 눈뜨면 TV부터 켠다. 예전 같으면 정보 수집차 뉴스를 보기위해서지만 지금은 그저 날씨가 궁금하여... 예전과 달리 지금은 추가된 것이 서너 가지가 있는데 다름아닌 혈당체크, 몸무게 재는 것, 인슐린주사 맞는것과 약 먹는 것. 아침식사도 조금은 달라졌다. 예전엔 내영이가 피곤해하거나 입맛이 없다거나하면 미싯가루 한잔, 또는 토마토쥬스 한잔으로 때우던지 아니면 토스트하나, 그것도 아니면 계란후라이 한개로 아침을 때워도 그만이었으나 지금은 오로지 밥 아니면 안되는 상황. 약먹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수술후 6개월이 흐르는 사이 어느새 정례화된 일상이다. 도무지 안될 것 같았던 혈당체크, 몸무게재기, 인술린주사, 약 먹는것들이 이젠 아무런 거부감 없이 스무스하게 진행된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루틴해져버린 일상이라서 실은 더 겁난다. 어제, 유일한 업무인 RM위원회를 마치고 오전 운동을 약 1시간가량 하고 난 뒤 혈당을 체크했는데 518 이었다.(정상인의 수치는 100 ~120이고 200을 넘으면 당뇨환자로 분류된다) 무척 놀라긴 했지만 요즘은 그런대로 혈당이 잡히고 있는 듯 했기에 기계가 고장일거라 짐작하고 다시 쟀다. 여전히 518.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전에 용두산을 돌며 운동을 하는 중에도 자꾸만 머리에 열이오르고 다리엔 힘이 빠지고 뭔가 까닭모를 무기력함이 온몸을 감쌌었다. 자꾸만 까라앉는것이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칠때 아차 싶었다. 오늘 인슐린을 안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오늘 인슐린 주사를 맞은 기억이 없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인슐린을 안 맞으면 혈당수치가 내려가지 않는가 보다. 부리나케 집으로 귀가해서는 노곤한 몸을 침대에 의지해 쉬고 인슐린을 맞았다. 깜빡증세 덕분에 집에서 잘 쉬었고 귀중한 공부도 했다. 인슐린은 꼭 맞아야한다는 사실... 가끔, 약 먹는걸 잊을 경우는 있었다. 하긴, 지금의 내 상태에서 약 먹는걸 잊어버린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약이 여러개 있는데 그중에 식사후 곧바로 먹는 약이 있고 30분 후에 먹는게 있다. 그러다 보니 식사후 곧바로 먹는건 그래도 거의 안빠지고 챙거 먹는데 30분 후에 먹는 약은 빠뜨릴때가 간혹 있는것이다. 식사후 다른 뭔가에 빠져들때면 한두시간 지난뒤에 약 생각이 나고 그러면 그때부터 고민에 빠진다. 약을 먹었나 안 먹었나? 애들한테도 물어보고 내영이 한테도 물어보고... 요즘은 오히려 애들이 내게 물어본다. 약 먹었냐고... 지난달 언젠가엔 점심때 먹는 약을 안 가져와서 근무중에 집에 다시가서 가져온 적도 있다. 그 놈의 건망증 탓에... 너무나도 당연히 해야하는 일, 아주 루틴한 일상이 돼 버렸기에 간혹 빠뜨리면 내가 그걸 했는지 안했는지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인슐린주사는 안 맞으면 티가 나기에 늦어지긴해도 거를순 없는것이지만 약 먹는건 잊어버리고 시간이 흐르면 내가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도통 헷갈리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어제처럼 그런 일을 없앨려면 현관문에 줄이라도 매달아 『인슐린 주사 맞았나요?』 라는 팻말이라도 붙여야 할라나??? 조회 : 446 작성 : 2009년 06월 25일 14:49:13

이 글에 대해서 총 0 분이 메모를 남기셨습니다.

메모를 남겨주세요.

전체 자료수 : 127 건   107 자만[0]   바우 2009-08-29 120     106 자수[0]   바우 2009-08-21 174     105 알바 턱[0]   바우 2009-08-18 435     104 기분이 상쾌해요[0]   바우 2009-08-18 192     103 식겁의 연속[0]   바우 2009-08-10 222     102 작은 배려[0]   바우 2009-08-04 253     101 맨 땅에 헤딩하는 녀석들[0]   바우 2009-07-31 188     100 희망[2]   바우 2009-07-31 169     99 용두산공원의 변화 (용두산스케치 6)[0]   바우 2009-07-23 194     98 한양 나들이[0]   바우 2009-07-20 247     97 이형택의 빈자리..[0]   바우 2009-07-16 268     96 산책과 운동[0]   바우 2009-07-13 351     95 감사가 넘친다[1]   바우 2009-07-07 190     94 로또 한방[0]   바우 2009-07-03 405     93 최후 변론[1]   바우 2009-07-01 164     92 아, 대책 없는 깜빡이여[2]   바우 2009-06-29 291     91 드라마 속의 여인들[0]   바우 2009-06-26 366   ▶ 90 루틴한 일상의 헛점[0]   바우 2009-06-25 446     89 거짓말[0]   바우 2009-06-23 154     88 건망증은 끝이 없다.[0]   바우 2009-06-22 155   [1][2][3][4][5][6][7] 이름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