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세이..
 |
아침에,
변함없이 용두산 공원을 찾았다.
아침인데도 후덥지근한 지열이 엄습해오고
은근히 불쾌해진다.
용두산을 오르는 주 진입로는 이럴때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몇십년, 아니 몇백년은 족히 됨직한 커다란 은행나무가 양옆으로 주욱 늘어서서
가지가 서로 맞닿아 하늘을 가리운 탓에
뜨거운 햇살이 삐집고 들어올 틈은 없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소매를 타고 가슴과 목덜미를 휘감을땐 시원함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초입에 웬 할머니 두분이 길가에 퍼질러 앉아서는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그분들은 운동이건 산책이건 별 의미가 없는 모양이다.
그저 이렇게 시원한 그늘 밑에서 수다떠는 재미로 이곳을 찾는듯...
너댓발 앞에서
할아버지와 손녀딸인 듯한 서너살쯤으로 보이는 꼬맹이 여식이 손을 잡고 걷고있다.
할아버지가 묻는다.
"어때요?"
꼬맹이가 발음은 정확치는 않지만 애교섞인 말투로
"좋아요~~" 한다.
"할아버지랑 손잡고 공원을 산책하니까 기분이 어때요?"
"네. 좋아요"
"이럴땐, 기분이 상쾌해요 라고 하는거야 따라해봐 기분이 상쾌해요"
...
잠시 조용하다.
이내 할아버지가 재촉한다.
"기분이 상쾌해요"
...
그들을 제치고 몊미터를 앞서갈때까지도
꼬맹이 입에선 그 '기분이 상쾌해요'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잘됐어야 세네살쯤으로 보이는데 그런 어린애한테는 무리인 단어인가보다.
아직은 '좋아요' 가 더 익숙한 말인가보다.
용두산 후방의 산책로에는 주차장으로 가는 계단이 길게 나 있다.
그곳에 웬 사내 셋이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외모로 보아 아버지와 두 아들 같아보이는 그들은 깔깔대며 계단난간에 기대어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좀 의외였다.
연인들이나 아주 다정한 절친 한테나 어울릴법한 가위바위보로 계단오르기를 하고 있으니...
부럽기도 했다.
그들은 연인처럼, 절친처럼 그렇게 친한 사이인듯했다.
해맑은 웃음속에 행복이 넘쳐났다.
너무도 맑고 깨끗한 웃음이 부러웠다.
내겐 기억이 가물가물한 추억이다.
둘이나 되는 딸내미들이랑 언제 저런걸 해봤지?
아득한 옛일이다.
조만간
사랑하는 사람과 한번 해보고싶다.
|
|
조회 : 192 |
|
작성 : 2009년 08월 18일 17:06:16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