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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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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금요일(7/17),
수술후 처음으로 한양 나들이를 했다.
수술결과에 대한 확인과 다른 증세에 대한 검사 목적으로.
검사가 최소 7시간의 금식을 요하는 거라
검사도중 저혈당에 빠질 수 있어 인슐린을 맞지말고 올라가라는 당뇨센타의 처방에 따라
6시에 간단히 아침을 먹고 인슐린은 생략한채 7시 KTX를 타고 장도에 올랐다.
수술이후 가장 먼거리 여행이었고
금식까지 한 터라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불안했다.
오랫만에 타는 KTX의 좌석은 또 왜그리 비좁은지...
오고가는 내내 다리가 뻑적지근하고 온몸이 뒤틀렸다.
작년겨울에 약 한달여 기간을
생사를 오락가락하며 투숙했던 현대아산병원을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정감어린게 반가웠다.
서울역, 성내역을 거쳐 걸어서 병원에 당도했다.
그 유명한 잠실,
그것도 장미아파트.
잘 사는 동네라 잘 꾸며서 그런지
아파트도 깨끗해 보였고 주변도 산뜻해보였다.
좁은 하천을 따라 산책로가 이쁘게 나있었고
산책로 주변을 이름모를 들꽃이 수놓고 있었다.
푸근하고 정다운 느낌...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가니
그건 내 착각이었다.
휠체어들이 이리저리 쉴새없이 오갔고
병원가운을 입은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무표정 이었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으면
희망이 있다고 믿어야 할텐데
그러면 최소한 웃을 수는 있을텐데
그 흔한 웃음을 여기선 찾기가 힘들었다.
다만,
병원 건물은 예전처럼 깨끗했고
그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댔으며
간호사, 직원들은 예나지금이나 여전히 상냥하고 친절했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멋진 조망에
병상수가 2400실, 의사가 1천명이 넘고 간호사가 2,100여명, 일반직원이 1,800여명
1일 외래환자수가 8,900명, 수술이 연49,000건(1일평균 130여건)
정말이지 대단한 규모의 병원이다.
건물안은 병원인지 호텔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다.
부산의 아무리 크고 좋은 병원과 비교해도 비교자체가 안된다.
곳곳에 안내원이 배치되어있어 헤맬 필요도 없고
병원 특유의 냄새는 어디에서도 맡을 수가 없다.
또 곳곳에 휴식공간이 마련되어있고 그 시설도 안락하고 평화롭다.
그러니 특실의 1일 입원비가 60만원이나 하지...
1인실도 30만원.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는대신 그 댓가를 톡톡히 지불해야한다.
자연스런 자본주의 논리인가?
CT검사실이 갑자기 부산스럽고 시끌시끌해졌다.
휠체어를 간호사4명이 붙들고 씨름하고있다.
자세히보니 새까만 피부의 아주 가녀린 여인이 휠체어에 탄채 간호사들에게 몸을 의지하고 있다.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고 있었고
남편인듯한 남자가 여인을 두팔로 머리와 어깨를 감싸 안고 다독이고 있다.
방사선 치료중인 암환자임을 어렵지않게 알수있었다.
간호사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혈관을 찾느라 애쓰고 있었다.
팔을 붙들고 씨름하다가 안되는지 다리를 이곳저곳을 쑤셔댔고
나중엔 발가락, 손가락을 훑어가며 고생을 한다.
환자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모든 대기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시선이 그곳에 쏠린건 당연한 일.
다들 안쓰럽고 측은하다는 표정들이다.
나는 저렇게까지는 가지 말아야지...하는 그런 바램이 가득한 눈빛들.
그게 내 의지대로 내 생각대로 될것같으면 저 환자는 왜저리 됐겠는가?
가엾기 그지없다.
족히 30분여 시간을 씨름한 끝에 결국 성공한듯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간호사들이 흩어졌다.
환자의 얼굴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있고 고통으로 만신창이가 된 모습이다.
아, 기다림의 시간이 왜 이리 긴가?
나는 혈당이 걱정이돼서 한쪽 구석에 앉아 체크했다.
으악!!! 430이다.
170을 넘으면 조심해야하는 단계이고 200을 넘으면 환자로 분류하는데 나는 뭔가?
저혈당을 걱정하고 잰건데 이건 오히려 너무 높으니...
검사 끝나고 점심 먹어야하는데 당이 이렇게 높으니 어떻게 먹지?
이런저런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구역질나는 묘한 냄새의 약을 먹고
CT를 찍고
당뇨센타에 들러 혈당조절에 관한 상담을하고
고기를 안먹으면 어떻게 버틸거냐라는 핀잔과
회를 왜 안먹냐, 누가 먹지말라했나라는
아주 반가운 답을 듣고 병원문을 나섰다.
일주일 뒤의 결과는 당연히 좋을거란 희망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돌아오는 길에 본 산책로는 또다른 운치를 뽐내고 있기에
본능을 숨길 수 없어 멋지게 폼잡으며 한컷 휴대폰에 박고는
서울역을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오랫만에 한양의 냄새를 맡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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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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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7월 20일 18:0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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