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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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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에,
전 직원의 고소로인해 피의자 신분으로 받아오던 재판의 마지막 공판이 있어 출석했었다.
법원에 제출된 가압류서류의 내용을 파악하기위해
법무사사무실의 사무장을 통해 임의로 서류를 복사해온게 화근이되어
신용정보법위반으로 벌금 1백만원 처벌을 받았는데
마치 엄청난 죄를 저지른 파렴치로 묘사되어있기에
억울하다고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법정에 서게된 것이다.
1년을 끌어 이제 마지막 공판.
지난세월,
은행업무를 하면서 별의별일로 법원과 검찰청을 수없이 드나들었다.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주눅이 들어 기를 못펴는 곳이 법원, 특히 검찰청인데
그곳도 하도 자주 드나드니 이젠 별 거부감도 없다.
처음엔 오금이 저려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듣지도 못했으나
이젠 제법 검사와도 언쟁을 하고 때론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내가 고소를 한 회사의 입장에서 출석을 하고
소송을 건 채권자의 입장에서 출석을 하기 때문에
죄의식 같은건 별로 못 느꼈었는데
이번은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내가 잘못을 저지른 범죄인라고 찍어서 고소를 했고
벌금형을 처벌받은 입장에서 재판을 하는 것이기에 느낌이 색다르다.
진술은 계속 똑 같은내용이니 이젠 지겹다.
수영경찰서를 거쳐 검찰청과 법원까지...
진술을 도와줄 변호사를 옆에 대동하고 출석을 하기에
조금은 위안이 되는 상황이긴하나 그래도 중요부분은 판사가 내게 직접 질문을 한다.
되풀이되는 진술내용을 확인하고는
판사가 내게 일어서서 최후변론을 하란다.
이미 변호사로부터 변론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언질을 받은터라
준비했던 메모지를 펼쳐 들었다.
"이런 불미스런 일로 이자리에 서게되어 제자신이 부끄럽고
판사님, 검사님 이하 여러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해 드린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속에서 울컥하고 뭔가 솟아 올라왔다.
내가 이거 뭔 짓꺼리를 하고 있나?
그 옛날, 재판중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반대편 변호사와 한바탕 신나게 싸운적이 있었고
무성의하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피고를 편드는 판사가 미워서 대든적도 있지만
이렇게 내가 나를 변호한 적은 없었던것 같다.
지금은 완전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상황 아닌가?
일반적인 소송은 자리에 앉아서 진술하거나
기껏해야 증거서류 제출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되는게 대부분인데
형사재판이라서 그런지
아님, 담당재판부 판사가 호의적이라서 그런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일어서서 자신의 할말을 맘껏 해보라는 식이니
이런 좋은 기회와 경험이 어디 있겠는가?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도 휘 둘러보고
인자하고 매우 너그러운 듯 보이는 판사와 눈을 마주쳐가며 할말을 이어갔다.
혹, 지루하게 여길지 모르므로 요점만 간단하게 짚는 센스도 부렸고
마지막엔
절대로 악의를 가졌거나 고의로 그런게 아니고 어쩌다보니 결과가 이렇게 된것이며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면 결코 이번 일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니
부디,
선처를 해주십사..하고 최대한의 경어를 써가며 읍소를 했다.
끝내고 나니 우습기도하고
처량하기도하고...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는데
세상일이란게
스트레스 없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3주쯤 후에 나올 판결결과가 궁금하기도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엄숙하고 분위기 있는 자리에서
잠시나마 나의 생각을 피력하는 연설아닌 연설을 했다는
아주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한 수 배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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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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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09년 07월 01일 08:5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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