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일요일),
햇살 때문에 나름 치밀하게 계산하여 4시반에 코트엘 가면서도
혹시 몰라 모자를 쓰고 갔으나
요즘의 그 대책 없는 건망증 때문에
코트에 놔두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정말 대책 없는 깜빡증세...
어쩌나?
정말로 웃기는건
그런 건망증에 대해 코트 그자리에서 열변을 토했다는거...
한게임 한 후 쉬는 자리에서
옆에 앉은 효진형수에게 지난주 있었던 휴대폰 분실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난 그 건망증증세를 전적으로 지난겨울의 수술 탓으로 돌렸다.
난 원래 총기가 있어 절대로 뭘 잃어버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처럼...
재작년 라켓 2자루 분실 사실을 효진 형수가 모르길 바라면서...
형수도 맞장구를 쳤다.
전신마취하면 그렇게 깜빡깜빡 하게 된다고.
그래서 여자가 건망증이 많다고...
아이 낳을때 수술을 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마치고 마자마자
또다시 한참을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댔다.
손바닥에 자꾸만 구덕살이 배겨서 공쳤다는 표시가 나기에
그거라도 감출 요량으로
생전처음 장갑을 끼고 게임을 했고
게임끝나서 짐 정리한다고 잠깐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을해도 어디에 뒀는지가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방금 형수와 건망증에 관해 얘기를 한 탓에
또 그런다는 것이 창피해서 남몰래 찾아 헤맨것인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옷을 입을려는 찰라,
뭔가가 "툭" 하고 몸에서 떨어지는 것이있어 살펴보니
아, 글쎄 그렇게 찾아도 안보이던 그놈의 장갑이 아닌가?
아 맞다...아까 잠깐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지..
그제서야 생각이 난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그저 웃음만 나왔다.
형수에게 상황을 얘기하며
또 한바탕 웃었다.
그저,
웃을 수 밖에...허...참...
지난주 잃어버린 휴대폰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를 도저히 모르겠으나
그래도 다행인것은
어제의 모자는
아직은
어디다 두고 잃어버렸는지를 모르는게 아니라
경기를 하다가 더워서 잠시 벗은 것이고
그걸 네트봉에 걸어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네트봉에 결려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날이 개이면
빨리 코트에 가봐야겠다.
모자도 모자이지만
창에 달아놓은 선그라스가 더 아깝기에...
실은,
그 모자도 추억이 깃든 모자이다.
작년 여름,
원주에서 조카들이 놀러왔을때 우리집 애들이랑 어울려
광안리 놀이공원에 갔다가
바이킹탈때 소지품 맡기라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맡겼다가는
깜빡하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노는중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부리나케 달려가 찾아온
우여곡절이 있는 모자이다.
이거 원,
온통 칠칠치 못한 건망증 투성이 아닌가?
수술 후유증이 맞긴 맞는 걸까?
그렇게 믿고싶다.
